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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팬의 한풀이..
게시물ID : sports_31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6
조회수 : 124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0/10/20 01:45:32
패인 : 타자들의 경험/근성 부족

포스트 시즌의 삼성 불펜이 시즌 중의 모습과 전혀 다른 난조를 보였다는 것은 뭐 이미 플옵에서부터 드러난 사실입니다. 무너진 불펜을 가지고 한국시리즈에서 SK를 상대하기에 불리한 입장이라는 것은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고, 그닥 새로울게 없는 거였죠. 하지만 오히려 불펜이 불을 질러 내준 경기는 첫 경기 뿐, 나머지 경기는 이 큰 경기의 부담감을 떨치고 아슬아슬 잘 버텨냈습니다.(첫 경기 역시 불펜이 무너졌다기보다 선감독의 투수기용 실패가 주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첫 경기를 제외하면 매 경기 당 4실점을 했는데요, 평균 4실점씩이라고는 하지만 내용을 보자면 선발-불펜 합쳐서 모두 악바리처럼 잘 버텨준 경기들이라 봅니다. 믿었던 마무리 안지만마저 과부하로 무너지고, SK의 막강하고 끈끈한 좌타라인의 고리를 끊어줬어야 할 막중한 임무를 가진 좌완 권혁이 도저히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현욱도 많이 지쳤고, 권오준/오승환은 이제 겨우 부상에서 복귀한 상태에서 추격조 불펜만 가지고 강한 SK 타선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투수진 전체에게 커다란 부담을 안겨줬을 겁니다.

올시즌 삼성이나 SK의 장점은 평소의 실점이야 어떨지 몰라도 '반드시 주지 말아야 할 1점'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팀이었습니다.(여기에다 SK가 삼성보다 앞선 점은 '반드시 득점해야 할 1점'을 득점하는 팀이었다는 점이죠) 하지만 삼성은 포스트시즌에서 믿었던 필승 불펜들의 컨디션이 줄줄이 무너지며 그 1점을 지키지 못하는 평범한 팀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타격또한 믿음직스럽지 못하니 더더욱 힘겨워지죠.(이것은 삼성이 포스트 시즌 준비를 안일하게 했다는 말도 됩니다. 삼성보다 더 오랜 기간을 쉬며 기다렸으면서도 투수진 컨디션이 최상으로 나타난 SK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극명하죠)

점수차이로 보자면 4경기 모두 완패한 듯 하지만, 실제로 삼성은 지고 있으면서도 많은 찬스를 잡아냈습니다. SK의 막강한 불펜을 상대로 홈런이나 안타, 혹은 볼넷을 골라내며 찬스를 꽤 많이 만들어냈죠. 아예 제대로 된 찬스조차 못잡고 진 경기라면 모를까, 상당히 많은 출루와 찬스를 만들어냈으면서도(물론 대다수는 안타보다 볼넷/사구 등으로 인한 출루였지만) 그 결정적 기회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이번 시리즈 삼성의 완패 요인이자 삼성과 SK의 차이였다고 봅니다.

삼성 불펜은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의외로 잘 버텨줬습니다. 위에서 말한 '결정적 1점'을 막아내지는 못해도, 그 1점(혹은 거기서 +1점 정도)만을 주고 더이상의 대량실점은 위태위태한 상태에서 막아냈죠(1차전 이우선을 제외하면..)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찬스가 한번 오면 절대 놔주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SK 타선의 무시무시한 응집력을 생각한다면 만루 찬스를 허용하고도 2타점 적시타를 한대 맞더라도 그 이후에 와르르 무너지지 않고 우걱우걱 막아낸 모습들이 여러 차례 나왔다는 것은 삼성 불펜이 시즌때 만큼의 위용에는 못미치지만 그럭저럭 잘 버텨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SK타자들은 찬스가 오면 아무리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려도 집요하면서도 침착하게 잘 대응을 해 기어이 '한방'을 만들어내는데 비해 삼성 타자들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는 거죠. SK타자들이 참 야구 잘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볼카운트, 주자 상황, 상대 배터리에 대한 데이터 등등 하나하나 상황을 살펴가며 딱 적절한 스윙을 가져갔고, 또한 2스트라이크에서도 근성을 가지고 집요한 승부를 이어갔다는 겁니다. 반대로 삼성 타자들은 찬스가 와도 다들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어영부영 이상한 스윙을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죠. 될대로 되란 식의 시원한 선풍기질도 자주 보였구요.. 이런게 이제 막 세대교체를 마친 삼성의 어린 선수들과 노련하게 갈고 닦아진 SK타자들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삼성도 백전노장 베테랑들이 많았지만 그들마저 제 역할 못해준건 정말 유감이지만 말입니다ㅋㅋ)

선 감독은 삼성은 지금 우승을 노릴 전력이 아니며, 올해는 큰 경험을 쌓는 것으로도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저 또한 거기에 동의하며 내년, 내후년의 우승을 기대하는 입장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런 과도한 느긋함이 선수들에게 전염되어 조금 악영향을 미친게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솔직히 이번 코시, 삼팬인 제 입장에서도 전력상 2:4 정도의 패배를 예상했습니다만 전혀 힘을 못쓰고 0:4 완패가 된 것은 플옵 3:2의 극적인 역전승에서 얻어온 분위기와 타격감각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근성없이' 시리즈를 맞이한 삼성 팀 전체의 나태함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야구에서 큰 경기에 대한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최선을 다했던 경험'이어야 유효한 겁니다. "이번엔 대충 경험이나 쌓고 다음번에 열심히 해야지" 이런 안일한 기분으로 치른 경기는 그것이 플레이오프던, 한국시리즈이던 큰 도움이 못 된다고 봅니다.

올해의 SK는 정말 강했습니다. 전체적인 전력이나 밸런스 측면에서도 물론 강했지만, 위기를 맞이했을때 야신 김감독의 탁월한 지휘와 팀 전체가 똘똘뭉쳐 그것을 돌파해가는 모습들이 특히 그러했죠. 하지만 김성근 감독님의 은퇴 루머라던가, 주요 선수들이 향후 몇년간 줄줄이 FA 풀린다는 것 등 전력 약화에 대한 루머가 많은데 설마 선감독의 '2년후 대권도전'발언이 이런 것들을 감안한 것이 아닌가 마저 의혹이 드네요.

저는 삼성팬으로서 물론 삼성이 다시 최강팀에 올라 2000대 중반 삼성의 전성기를 재현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 최강팀 SK와 맞붙어 싸워 이겨내 절대자의 지위를 탈환해내기를 바라는 것이지, SK의 전력이 약화되기를 기다려 얼렁뚱땅 운좋게 주워먹는 걸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많은 강호들이 그걸 그냥 놔둘리도 없을테구요. (당장 올해 PO만 해도 결과적으론 승리했지만 정신력/투지/근성 모든 측면에서 두산에게 완패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삼성에는 정인욱, 차우찬 등 좋은 투수감들이 커나가고 있고 배영수, 오승환, 권오준 부상에 시달리던 막강 투수진이 속속 돌아오고 있습니다. 김상수, 오정복, 이영욱 등의 새내기 야수들이 쑥쑥 성장해주고 있고 조영훈, 조동찬 등의 중고 신인들도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죠. (이번 시리즈 스윙하는 꼴 봐선 이눔 쉬키들 이름 말하고 싶지 않지만) 박석민, 채태인, 최형우 등 가능성 있는 거포감도 다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선 감독 말처럼 지금 당장보다 향후 몇년 뒤가 더 기대되는 팀인 것 만큼은 사실이죠.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젊은팀'답지 못한 실망스러운 정신력은, 삼성이 정말로 몇년 뒤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반드시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 보입니다. 좀더 근성을 가지고, 투지를 가지고, 끈질기게 야구를 하기 바랍니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커버하며 괴물같은 경기력을 보여준 두산 선수들이나, 시종일관 유리한 상황에서도 전혀 방심하지 않고 한순간 한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SK 선수들의 승부욕과 투지를 잘 봐두었으니 그것들을 이 악물고 반드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부상없이 잘 뛰어 준 것에 감사드리고.. 좋은 경기 만들어준 상대 두산/SK선수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에 즐거운 가을이었어요ㅠㅠ/ SK 우승 축하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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