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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리뷰 고증, 스토리 문제(스포 많음, 스압)
게시물ID : movie_311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romHell
추천 : 11
조회수 : 907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4/08/03 00:35:01
명량 2번 봤습니다. 

명량에서 일단 좋은 점은 해전 씬이었습니다. 감독의 의도도 해전을 최대한 멋지게 보여주겠다에 있었던 것 같고, 스토리 상, 쌓여왔던 이순신과 조연들의 감정선이 폭발하는 부분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사실 역사적인 고증에 맞추자면 여러 지적들이 있습니다. 영화 속의 이순신 장군이나 다른 장수들이 입은 갑옷의 허리 부분의 허리띠가 중국 양식 내지는 국적불명의 양식이라는 것이 그 지적입니다. 

http://www.serang.co.kr/1029 오래 전에 화제가 된 이순신 장군의 두정갑 피규어입니다.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은 찰갑을 입었고 여기서의 피규어는 두정갑(천 밑에 갑옷을 덧댄 형태)을 입었지만 허리띠 부분의 모습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피규어의 허리띠는 그냥 천을 두르고 있지만 영화에서의 이순신 장군의 허리띠는 그 천 위에 갑옷 띠를 하나 덧댄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명량에서의 찰갑 묘사를 보면 비늘 하나하나에 도깨비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실제 류성룡이 입었던 찰갑이나 동래성 해자에서 발굴된 찰갑의 모양을 보면 도깨비 문양은 없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순신 장군 휘하의 병사들은 두정갑을 입은 것으로 묘사됩니다. 임진왜란 기의 수졸들이 갑옷을 과연 입었느냐 안 입었느냐는 논란거리입니다. 많은 분들이 일본인이 임진왜란의 조선군을 묘사해서 그린 그림인 <조선전역해전도>를 근거로 조선 수졸들도 갑옷을 착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선전역해전도>는 오오타 텐요오(1884~1946)라는 작가가 그린 것으로 임진왜란 당시의 그림은 아닙니다. 따라서 당시의 작품이 아닌 이상 조선군의 갑옷이나 무장 형태를 정확히 묘사했다고 보기 힘듭니다. 

또한 두정갑은 찰갑보다 더 발전한 형태의 갑옷입니다. 질긴 가죽천이 일차로 공격을 막아주고 이차로는 그 안의 갑옷조각들이 공격을 막아주죠. 그리고 한번 공격 받으면 다시 갑옷을 복구하는 데 오래 걸리는 찰갑에 비해 두정갑은 훨씬 유지 보수가 간편합니다. 조선 수병들이 확실히 갑옷을 입었는지는 모르나 두정갑까지 입었다고 보기에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차라리 수병들이 찰갑을 입거나 일본군에 종군한 외국인 선교사가 묘사한데로 가슴과 복부를 가리는 검은색 갑옷을 입고, 이순신을 비롯한 장수들이 두정갑을 입었다면 더 고증에 맞았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장수나 병사나 찰갑을 입든가요. 찰갑 역시 당시 조선군에게는 많이 퍼져 있었던 갑옷이니까요. 

게다가 1650년의 비변사 등록에서는 조선군 수군의 갑주 착용을 반대하는 글이 나오는데, 여기서 통제사 이순신 때에도 수군들이 갑주를 입지 않았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사실 갑옷의 제작비용은 엄청나게 비쌌다는 말이 있으니 당시 조선 수군 입장에서 병사 모두에게 갑옷을 입히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조선 수군이 갑옷을 착용하였는지 안 하였는지는 논란거리니까 일단 넘어가죠. 

영화에서 구루지마의 부장인 하루가 아주 원거리에서 이순신과 이순신 휘하 장수들을 조총으로 저격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당시 조총은 그 정도로 저격을 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죠. 유효 사거리도 50미터 내외로 짧았고 강선도 안 파여서 탄도도 일정하지 않은데다가 계속해서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백발 백중으로 총을 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하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한 구성이라면 충분히 넣을 수는 있는 장면이라 생각은 됩니다. 거슬리긴 하지만요. 

마지막으로 선상 백병전에 대해서 말하자면, 선상 백병전은 적어도 이순신이 탄 대장선에서는 일어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난중일기에는 이순신이 탄 대장선이 백병전에 휘말렸다는 언급은 없습니다. 오직 대장선 혼자서 전투의 중반까지 수많은 일본군의 전함을 화포와 화살로 막아내고 있었다는 언급만 있죠. 물론 영화적 재미나 처절한 전투신을 위해서라면 선상 백병전을 넣었을 수 밖에는 없었을 겁니다. 실제 역사대로 이순신의 대장선이 원거리에서만 전투를 수행한다면 재미가 없을테니까요.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유일한 선상 백병전은 이순신의 명령을 받고 적진 한가운데로 돌진한 거제도 현령 안위의 배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선상 백병전이라고 하기에도 뭐한게, 조선 수군이 운용한 판옥선은 일본 주력 전함인 세키부네보다 훨씬 높습니다. 따라서 영화에서 보이는 일본군의 주력 전함인 세키부네는 원활한 백병전을 위해서 높이가 뻥튀기 된 겁니다. 판옥선과 대등한 높이인 배는 구루지마나 와키자카같은 왜장들이 타는 아타케부네(안택선)같은 배들이 될 겁니다. 따라서 실제 역사 대로라면 일본군들이 수평의 판자로 판옥선에 도선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공성전을 방불케 하는, 수직의 판대기를 걸고 올라가야 하는 거죠. 훨씬 위에 있는 판옥선의 조선군들이 쏘는 화살과 조란탄, 휘두르는 장병겸을 견뎌내면서요. 

따라서 고증은 아주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고증을 희생한 부분도 있고요. 그래도 제 생각에 역대 한국 영화 중에 이 정도로 임진왜란의 해전을 임팩트 있게 다룬 영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김한민 감독이 이 해전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 것 같습니다. 소신기전, 대장군전, 조란탄, 완구포, 총통, 비격진천뢰, 왜군의 대구경 조총이나 소이탄 등등. 백병전 묘사도 정말 처절합니다. 뛰어난 액션을 보여준다기보다 실제 백병전에서 벌어질 법한 상황을 그리려 노력한 것이 보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가장 강점인 해전씬은 바로 그 한 시간 전의 스토리 때문에 그 성과가 깎이는 것 같습니다. 배우 최민식의 연기력은 의심할 바 없이 최고였지만 최민식의 연기력을 스토리가 많이 받쳐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명량 해전 전의 며칠 동안에 이순신을 철저히 따라다니며 이순신의 심리를 깊이 있게 묘사했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제 느낌 상으로는 보는 사람이 이순신의 심리에 공감할 수 있는 연출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이순신이 행한 일들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왕의 교지를 읽는 이순신, 탈영병을 베는 이순신, 왕의 교지에 답장을 하는 이순신,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연설을 하는 이순신, 물론 모두 나와야 할 장면이기는 하지만 그 외에 이순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보여줄 만한 장면은 많이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순신과 아들의 대화 장면, 이순신이 어머니의 위패 앞에서 절하는 장면이 있긴 했지만, 그 역시도 충, 효, 용기로 상징되는 이순신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이었지, 이순신 개인에 대한 묘사는 많이 없지 않았던가 합니다. 

이순신이 꿈 속에서 죽은 부하 장수들에게 울면서 술을 바치려는 모습, 불타는 거북선 앞에서의 미친 듯이 울부짓는 이순신 모습은 신선했습니다. 어쩌면 그 점이 이순신의 고뇌와 인간적인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 준 부분이긴 하지만, 그 전까지의 진중했던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 또는 이순신 장군 그 자체인 충, 효, 용기의 화신인 성웅의 모습에서 너무 많이 바뀌어버리는 점이 어색했습니다. 이순신의 슬픔과 죄의식, 절망이 폭발하는 그 부분은 정말 좋은 장면이었고 필요한 장면이었지만 그렇게 가기까지의 중간 단계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순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전의 중후하고 진지한 이미지로 돌아갑니다. 따라서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이 영화가 묘사할 적에 이순신을 어떻게 어떤 인물로 묘사할 것인가에 대한 일관성 있는 연출 없이 이순신의 여러 모습들을 너무 단편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백성에 대한 충을 강조하는 이순신,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깊은 이순신, 부하의 목을 베고 주둔지를 불태우는 냉철한 이순신, 죽은 장병에 대해 슬퍼하는 이순신, 불타는 거북선 앞에서 실성에 가까운 절규를 내지르는 이순신, 많은 이순신이 나오지만 그 많은 이순신을 하나로 묶는데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다 보여 줘야 될 이순신의 모습들이지만, 그래도 영화는 한 인물을 보여줄 적에 인물에 대해 일관성을 부여하든가, 그 인물이 어떤 한 지점을 향해 계속 변하는 인물이라면 그 인물의 변화에 대한 설득력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영화의 묘사는 그런 점에서 부족합니다. 

또한 난중일기에 보이는 이순신의 의도대로 주변의 부하 장수, 병사, 항왜 준사, 탈영병까지도 조명할 작정이었다면 좀 더 영화 호흡을 길게 가져가서 조연들도 조명해서 조연들 역할의 설득력까지 부여해야 했을텐데 그런 점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항왜 준사는 그를 싸움터에서 만난 구루지마의 일갈이었던 "네놈은 열도인이냐 조선인이냐!"처럼 왜 열도인을 버리고 조선인의 편에서 일본군과 싸우는지, 그토록 배설과 맞싸우며 총무공 편을 들던 안위는 어쩌다 두려움에 휩싸이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또 격군 역할을 맡는 조선 선비는 왜 나왔는지도 모르겠고, 많은 조연들이 나오지만 집중할 만한 조연은 탐망꾼 임준영 밖에 없는 느낌입니다. 

126분 중에 거의 반이 해전 씬인 것을 감안하면 한 시간 정도의 시간 밖에 안 남는다고 하지만, 그 시간 동안에 확실하게 컨셉을 잡아서 이순신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짜임새 있게 묘사하든가, 아니면 호흡을 길게 해서 시간을 늘려서 조연들 역시 잘 묘사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결국 감독은 이순신도 묘사하고 싶었고 이순신의 주변 사람들, 류승룡이 맡은 일본군의 구루지마도 묘사하고 싶었지만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첫 한시간에서 많은 것을 놓친 느낌입니다. 

어쩌면 감독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순신의 이미지에 너무 기대어서 인간 이순신을 보여주는 것에는 실패한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전투 장면에서 는 이순신의 불굴의 의지와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씨(부상당한 장수의 팔을 지혈하고, 전투 후 소년이 갖다 준 토란을 같이 먹는 장면 등)가 엿보이고 존재하면 정말 좋은 장면들을 감독이 배치했지만, 이순신이 진정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묘사할 것인지에 대한 것에 대한 고민은 첫 한 시간에서는 그리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배우 최민식이 이순신 역할이 가장 연기하기 힘들었고, 가장 후회가 많이 든다고 언급한 이유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너무나 완벽한 성웅 그 자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영화의 스토리가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묘사하는데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듭니다. 

3줄 요약 원래 싫어하지만 글이 너무 기니 해보겠습니다. 
1.명량의 고증은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해 허용된 측면이 있고 해전씬은 좋다.
2.이순신의 심리묘사가 그리 깊지 않고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너무 단편적으로 묘사한 스토리가 문제다. 
3.조연들 묘사가 부실해서 조연들에 몰입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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