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경기도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부녀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 안타깝게도 범인은 잡지 못하고 있고 공소시효도 넘겼다.
그전에 조디 포스터라는 배우를 세상에 각인시킨 헐리웃 범죄 스릴러물,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도 있었다. 그 영화에서 조디 포스터는 연쇄 범죄자의 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아주 유능한 수사관(프로파일러)으로 그려졌다.
세상이 많이 무서워졌다.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점차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의 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실제 경찰대학을 졸업하고일선 수사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가 엽기적인 범죄나 연쇄살인 등 범죄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수사하는 범죄 심리학과 그 수사 기법을 영국에서 전공하고 돌아온 경찰 대학교 표창원 교수를 3월 6일 CBS 손 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표준FM 98.1Mhz 월~토 오후 4시 5분)에서 만나보았다.
◇ 경찰대학 신창원 교수(?)
▶ 범죄를 다루신다고 전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부드럽게 생기셨고 젊으시네요. 저는 다른 분인 온 줄 알았어요. 그런 말씀 자주 들으시죠?
자주 듣습니다. 범죄 관련 학회에 논문 발표를 할 때는 제가 조교인 줄 알고 ‘교수님, 어디 계시냐’고 묻기도 하고 최근에는 TV에 가끔 나오면 동네 분들이 보시고 일치를 못 시켜 당황하시더라고요.
▶ 사실, 표창원 교수님이 TV에 나오시는 건 좋은 일로 나오시는 건 아니시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가끔씩 발생하는데요, 주변의 아는 분들은 TV에서 보니까 반갑지만 끔찍한 이야기라 자주 보고 싶지는 않다는 말씀들을 하세요. 한번은 모 방송국 생방송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소개하시는 분이 ‘경찰대학 신창원 교수님’이라고 소개를 하셨어요. 소개하신 분이 바로 정정하셨지만 생방송이라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지요. 워낙 범죄와 저를 연관시키시다 보니 그런 문제들이 가끔 발생합니다.(웃음)
▶ 범죄심리학 전문가라고 소개를 드렸는데 구체적으로 교수님의 전공은 어떤 것인가요?
제가 전공한 것은 경찰대학에서는 학부과정으로 대학과정과 함께 경찰업무에 필요한 실무과목을 공부했고 졸업 이후에는 경찰 일선에서 범죄수사, 범죄예방 업무를 하다가 영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영국에서는 경찰학이라고 해서 경찰에서 필요한 범죄수사, 범죄심리학, 범죄학 등을 종합적으로 학문화시켜서 학위과정을 개설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범죄심리학을 전공했어요. 범죄자들의 심리, 범죄자들의 행동, 범죄자들이 범죄를 준비할 때와 실행한 이후에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 각 범죄자의 성격과 범죄행동의 관계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연구하는 것이 범죄심리학입니다.
▶ 범죄에도 트렌드가 있나요?
시기에 따라서 달라지고 특히, 범죄자들이 영화라든지 드라마, 뉴스에 나온 실제 사건들을 많이 배웁니다. 그래서 방법들을 많이 모방하지요. 범죄 욕구도 평상시에는 막연한 불만, 공격 등 감추어져 있던 것들이 그런 매체를 보면서 겉으로 표면화된 사례도 있고요. 사회의 트렌드는 대중매체에 많이 나타나고, 그런 변화에 따라서 범죄자들의 범죄행동이나 수법들도 변화하는 양상들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범죄영화라 해도 일반인들에게 주는 기쁨이나 즐거움도 있다 보니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부분이죠.
◇ 막연한 불만, 트렌드에 따른 범죄의 양상
▶ 요즘 나온 영화 ‘그놈 목소리’를 보면 자식 가진 부모 입장에서는 끔찍한데 왜 안 잡히는 거죠? 경기도 화성 살인사건도 그렇고…
안타깝고 또한 못 잡아서 송구스럽지만 범죄수사라는 것이 대단히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지켜야 할 규칙도 없고, 자신이 잡히지 않으면서 범죄만족을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용하죠.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수사를 하는 쪽에서는 지켜야 할 규칙도 많고 제약도 많거든요. 이미 벌어진 이후에 가서 수사를 하기 때문에 어려움도 크지만 우리나라는 80%의 높은 범죄 해결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 선진국에 비해서는 어떤가요?
선진국은 나라에 따라서 대개 40~60%의 해결률을 보이고 있죠.
▶ 그러면 꽤 높은 수치인데 우리는 왜 못 느끼고 있을까요?
대표적인 사건들, 말씀하신 것처럼 ‘그놈 목소리’의 주제가 된 유괴 사건이라든지,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이라든지, 개구리 소년 사건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는 상당히 미해결 사건이 많다는 인식을 주고 있습니다.
▶ 공소시효는 왜 있는 건가요?
저도 반대하고 있는데 특히 반인륜적인 문제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공소시효가 있다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일반인의 법 감정으로나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법적 안정성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공소시효가 없다고 한다면 조선시대에 문중 간의 다툼을 현대 사회에 와서 고소를 할 수가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증거를 찾기도 어렵고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어려운 사건을 법정에서 다룬다고 할 때의 공력 낭비 등이 지금 공소시효 제도를 주장하시는 분들의 가장 대표적인 근거예요.
▶ 그런 건 합리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는 어린이 대상 범죄일 경우에 성년이 되는 시점에서 다시 공소시효를 계산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도 하고 범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범죄에 대해서만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특책을 제정하는 나라들도 있고요. 이런 부분들이 선진국들에서 찾아 낸 해법들이고 절충점들인데 우리도 이런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선진국형 범죄가 따로 있다
▶ 일반적으로 선진국일수록 범죄유형의 특징이 있습니까?
일반적으로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향은 있습니다. 선진국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보니 생계형 절도나 이런 부분들은 많이 줄고 사회문화적으로도 통제가 되기 때문에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벌어지는 폭력이라든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범죄들은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반면에 지능형 범죄, 하이테크 범죄, 이상성격자들이 많이 발생을 하죠. 오히려 고도화되면 개인들은 소외감을 느끼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그중에서도 반사회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무동기 범죄, 잔혹한 범죄 등이 발생을 하게 되지요.
▶ 우리나라도 연쇄살인 등이 증가추세에 있는데 선진국 범죄형으로 가고 있는 건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일률적으로 연쇄살인사건이 선진국형 범죄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중남미 국가라든지 아프리카 일부 이런 국가에서도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고, 가장 최악의 연쇄살인 사건 중의 하나는 과거 러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이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연쇄살인 사건이 많아진다고 해서 꼭 우리가 선진국화된다고 볼 수는 없는데 문제는 과거에 경제적으로는 곤궁했던 사회의 모습보다는 지금 경제적으로 나아졌지만 상당히 해체화된 사회와 가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상 범죄나 충동범죄 등이 선진국화된 사회에서 나타나는 범죄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최근에 우리나라도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2004년쯤에 정남규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 아시죠? 그다음에 유영철 사건, 마포 발발이 사건을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유영철 사건 같은 경우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요?
유영철 사건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범죄사에서 상당히 나쁜 의미에서 중요한 의미를 주는 사건입니다. 과거에는 살인이라고 한다면 대개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오랫동안 원한 감정, 돈 관계, 치정 관계 등이 얽혀서 벌어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검거된 뒤에도 살인자에게 일말의 연민도 생기죠.
그런데 유영철 사건 같은 경우는 전혀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을 살해했고 그것도 충동적으로 한 번 살해하고 끝난 것이 아니라 20여 건에 이를 정도로 계속해서 했던 것이에요. 또 하나는 이러한 종류의 연쇄살인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어요. 정두영, 김대두, 지존파, 온보현‥. 하지만 그들 같은 경우는 범행 대상과 수법이 같았죠. 일률적으로 유사한 대상을 향해서 행해졌어요.
그런데 유영철 같은 경우는 한번은 부유층 주택가에 사시는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침입해서 살해하고 도주한 형태를 보이다가 또 한 부류의 피해자는 직업 여성들로 자신의 원룸으로 끌어들여서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후에 유기하는 형태를 나타냈어요. 그런 부분들은 나중에 검거되고 나서 밝혀졌지만 여성들의 경우는 피해자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라 그런 사건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 크게 돈을 노리고 한 건 아니지요?
돈을 노리고 한 일도 아니라서 저희도 놀랐습니다. 유영철은 쉽게 말해서 도둑입니다. 과거 범죄전력을 본다면 청소년기부터 이웃집 누나의 기타를 몰래 들어가서 훔친 것부터가 범죄의 시작이거든요. 그 이후에 계속 절도로 인해서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던 사람이에요. 어떻게 본다면 절도본능 즉 남의 돈을 가져와서 사용하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인데 현금이 많은 집에 들어가서 사람을 살해하고 현금은 그대로 두고 도주했다는 말이죠.
그런 부분은 수사하는 쪽에서는 상당히 난감한 부분입니다. 만약에 현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두고 나간 범죄자라고 한다면 수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아, 이것은 돈에 관심이 없는 범죄자다. 그러면 전과자나 도둑은 아니다. 그렇다면 원한관계나 피해자와 관계가 있겠다.’ 이렇게 되는 거죠.
▶ 유영철 같은 사람은 아이큐가 높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본인은 한때 아이큐가 140이 넘는다고 본인이 주장을 했었는데 사실 확인을 해보니 그렇지는 않고요, 100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일반인의 평균 정도라고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 피를 부르는 절도본능
▶ 그런데 어떻게 지능적으로 머리를 써서 할 수 있을까요? 범죄심리학적으로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정신병도 아니라면서요.
그렇습니다. 정신병에도 종류는 다양한데요, 그중에서 중증 정신질환은 현실과 가상 구분을 잘 못합니다. 그리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고요. 나중에 자신의 행동을 분석해 보고 고쳐서 다음 행동에 반영하는 학습능력은 떨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유영철의 범행을 본다면 결코 중증 정신질환자의 행동은 아니고요. 그런데 일반인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범행의 일부 내용을 이야기한다면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하지만 사체의 훼손 정도라든지 일부 사체에 대해서는 본인이 장기를 먹을 시도를 했었다는 진술 등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범행을 했거든요.
▶ 그리고 그 범행을 통해서 본인이 얻는 것도 돈도 아니었고 성적 만족도 아니었고 일반적으로 범죄를 행하는데 있어서 동기가 없었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범죄자를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에 범죄심리학에서 이런 범죄자들에게 내릴 수 있는 진단은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 반사회적 성격장애라는 것이 있습니다. 흔히 ‘사이코 패스(psycho path 정신질환자)’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런 사람들은 현실의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꽤 많이 있고요. 그런데 이 사람들의 문제는 사고체계가 잘못되어 있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심이라는 것을 갖고 있지 못한다는 거죠.
자기가 잘못해도 잘못한 것을 모르고 자신이 필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규칙을 어긴다든지 남들에게 피해를 줘도 전혀 거리끼지 않고 자기의 행동으로 인해서 남들이 피해를 봤을 때 다른 사람의 피해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합니다. 반면에 자기가 받은 피해에 대해서는 상당히 크게 느끼죠. 그래서 원한이나 보복 심리를 크게 키웁니다.
이런 사람들이 상당히 위험하고, 문제는 유영철 같은 사람도 사이코 패스의 일종이긴 하지만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서 자신은 합법적인 지위나 직장에 다니고 전문직에 종사하면서도 늘 교묘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이 현재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범죄심리학계와 정신의학계의 견해입니다.
▶ 남을 괴롭히고도 죄의식을 못 느끼는, 그게 심해지면 살인까지도 갈 수 있는 건데 범죄심리학적으로 보면 그런 사람은 뭔가 원인이 있을 것 같은데 가정환경이라든지 자라온 성장과정이라든지 이런 게 이유가 될까요?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고 일부에서는 유전적인 소질 혹은 유전인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연구를 계속 하고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아직은 명확하게 특정적 유전인자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불러일으킨다는 연구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어요.
다만 일부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작용하는 유전적인 부분에 있어서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성장과정에서 학대를 당하거나 특히 아동기에 충격적인 경험을 한다든지 하는 경우에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발달해 나간다는 연구 성과는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대부분 품행장애를 나타냅니다. 그래서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한다든지 친구들을 괴롭힌다든지 또는 동물이나 어린아이들을 학대한다든지 이런 모습들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 그런 사람은 성격적으로 내성적인가요?
내성적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자기의 속을 잘 드러내 보이지는 않죠. 사교성이 많이 떨어지고 가족관계에서도 부모님에게서 문제가 많이 생기고 부모자식 간의 의사소통이라든지 애정관계가 잘 형성이 안 되고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서로 갖고 있다든지 학대관계나 폭력관계가 있다든지 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발생을 하는데 부모님들은 일반적인 부모들과 크게 다를 바는 없는데 아이들이 품행장애를 일으키고 후에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부모님 스스로의 문제보다는 부모님이 자식과 갖는 대화라든지 교류라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많은 문제가 발견됩니다.
◇ 일말의 연민도 가질 수 없는 최악의 살인사건
▶ 대전 발발이 사건은 범인이 택시 운전사였지요? 그 사람도 범죄학적으로 본다면 유영철과 성격이 비슷한 건가요?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사람을 살해하지 않았고 정도나 극단성에 있어서 차이는 있는데 이 사람 같은 경우도 피해자가 된 여성들의 충격, 고통 등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어요. 오로지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하고 범죄를 저질러왔어요. 또한, 자기 가정이 있어서 아내도 있고 자녀도 있고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관계가 일반인과 같은 활발한 교류라든지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요.
물론 형식적인 인간관계도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자신이 왜소한 체격으로 인해서 살면서 무시, 모멸 이런 것들을 많이 받았는데 그러다 보니 자기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에게 성이라는 것으로 범죄 함으로써 자기가 남성이라는 것, 남들이 무시한 것은 무시한 사람의 잘못이라는 것, 이것을 자기 마음속에서 증명하려고 하다보니까 이런 연쇄 성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 그런데 그 사람이 잡혔을 때도 특히 유영철 같은 사람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었죠. 어떻게 보면 자랑스러워 보일 정도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과 굉장히 다른 거잖아요.
일반적으로 범죄자들은 TV화면에 자주 보이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잘못했다고 후회하는 모습을 최대한 보이려고 하죠. 그런데 유영철 같은 경우는 오히려 검거되고 난 이후에 더 못 죽인 것이 한이라고 하면서 부자들과 여성들에 대한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비판의 발언을 하기도 했어요.
마치 자신이 사회 전체에 대한 테러행위를 저지르는, 명분이 있다는 모습을 나타냈는데 그런 것은 저희들이 분석을 할 때 진정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보지는 않고 다만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이기도 했던 사회에 대한 반감, 또 자기가 생각했을 때는 소중한 존재이고 능력도 있는데 남들은 자신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것, 전과자라는 시선으로 무시한다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해서 가진 반발감을 범죄 이후에도 표현하기도 하지요.
또 하나는 범행을 하면서도 스스로 범죄를 정당화시키는 자기 최면을 걸어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자기 최면의 연장선상으로 봐야겠죠. 그래서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반성하든 후회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받을 형벌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어릴 때 탐정소설,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완전히 빠져있었죠. 셜록 홈즈보다는 괴도 루팡 쪽에 관심이 더 있었어요. 거의 저희 세대는 많은 분들이 그랬을 겁니다.
▶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어요?
아버지는 17살에 단신으로 월남하신 분이셔서 저는 지금까지 친 조부모님, 삼촌, 고모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이산가족으로 그런 슬픔을 안고 살아왔죠. 그 이후에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하실 게 없으셔서 해병대 자원입대를 하셔서 해병대 생활을 통해서 공부도 하시고 외국도 다녀오시고 자수성가를 하신 분이세요. 형제는 형님과 저 둘이고요.
◇ 빗나간 봉사정신, 사제폭탄 사건
▶ 경찰대학을 간다고 하시니까 부모님이 반대는 안 하셨나요?
처음부터 경찰대학에 가겠다고 한 것은 아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사고를 쳤어요. 대학입시 전에 체력검사를 하는 체력장이라고 있었는데 단체 체력장을 할 때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은 체력검사를 하고 남은 학생들은 자율학습을 하면서 검사 때문에 선생님들이 안 계시니까 전 교실에 한 분 선생님이 감독을 하시는 상황이었어요. 워낙 제가 장난꾸러기였고 빗나간 봉사정신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고3 친구들이 너무 힘드니까 즐겁게 해 주어야겠다는 이상한 의무감을 느껴서 작은 사제 폭탄을 만들었습니다. 그걸 교실에서 터트렸다가 손에서 터지는 바람에 손에 크게 상처를 입었어요.
피부조직이 파열이 돼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그 당시 아버님은 공무원이시고 집 안은 여유가 없고 형은 의대를 다녀서 학비가 많이 들고 해서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친구들에게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왠지 사관학교는 규율이 엄할 것 같아서 싫고, 경찰대학이라는 곳이 학비도 안 들고 아주 좋다고 하기에 가겠다고 했더니 부모님이 그 실력으로 못 간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사고 치는 사람은 못 간다고 반대를 많이 하셨죠.
▶ 경찰대학을 졸업하시고 어디에 근무하셨나요?
처음 근무한 곳은 제주도인데 제주도 해안경비대 소대장으로 군 복무 겸 경찰 간부로서 근무를 했어요. 그 이후에 화성경찰서에서 근무했고요.
▶ 그때는 화성 살인사건이 진행 중이었던 때 아닌가요?
8차, 9차 발생 때였죠.
▶ 현장에 계셨군요. 그때 수사는 안하셨나요?
그때 제 역할은 수사는 아니고 당시 워낙 공포감도 심했고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기 때문에 또 다른 범행도 막아야 해서 정경대원들과 같이 주민들 보호와 범인이 출몰하지 않을까 길목 지키고 이런 역할을 했었습니다.
◇ 죽도록 잡고 싶었던 ‘살인의 추억’
▶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도 있지만 형사들이나 경찰들이 의욕은 앞서 있지만 수사방법이 너무 뒤떨어져 있다고나 할까요. 그런 게 보이더라고요. 현장에 계시면서 그런 걸 느끼시나요?
현장 검증에도 많이 나가봤고 수사하신 분들과 얘기도 많이 나눠봤는데 2000년대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요. 지금은 CSI(최첨단 장비로 범인을 찾아내는 과학수사관의 활약)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대다수가 과학수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데 살인의 추억을 본다면 주먹구구식으로 보이겠죠.
그런데 1980년대, 90년대 시선으로 본다면 제가 경험하고 관찰했던 바로는 주어진 여건하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분들로만 가득 차 있었고 또 어떤 면에서 의욕이 너무 지나쳤기 때문에 무리한 수사도 있었어요. 영화에서도 재연이 되었지만 아쉬웠던 점은 그 당시 우리나라 사회 전체의 수준이 최첨단 과학을 이용해서 지금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최고도의 과학수사 기기를 갖추고 현장에 처음 갔을 때부터 아주 치밀하고 과학적으로 해내지 못했다는 그런 부분들은 있겠지요.
▶ 살인의 추억을 보고 일선 경찰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어요?
무엇보다 살인의 추억이 소재 자체가 한국에 있는 경찰관 모두에게는 커다란 빚이거든요. 국민들 앞에 나서기 부끄러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사건인데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 자체에 대해 착잡하고, 내용을 본다면 일반관중은 배를 잡고 웃을 수 있는 장면에서 경찰관들은 자꾸 불안하기도 하고 찔리기도 하고 화도 나고 하지요. 지금의 우리는 저런 모습이 아닌데, 나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런 생각들도 들어요. 상당히 착잡하고 신경을 복잡하게 만드는 영화에요.
▶ 그때 화성에서 현장에서 근무하실 때 직접 관여는 안 하셨더라도 굉장히 느끼신 게 많으셨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제가 자주 접한 것은 주민들이었는데, 주민들은 분노로밖에 표현이 안 됩니다. 우리 대원들의 역할은 밤에 주민들을 보호해 주는 역할이잖아요. 그런데 지나가시다가 대원들에게 농기구를 들고 막 돌진을 하시는 거예요. ‘당신들 때문에 못 살겠다. 사건은 막지도 못하면서 불편하기만 하고, 엉뚱하게 주민들만 검문검색하고 괴롭히고 이게 뭐냐!’ 이런 식의 반응을 많이 보이셨어요. 곤혹스러워서 주민들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한번은 트럭 한 대가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한다고 대원들에게 무전으로 보고가 들어왔는데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서 바로 위 상관인 대장님의 지프를 허락도 없이 타고 추적을 했어요. 계속 도주하는 차량을 추격해서 논두렁까지 도망가시는 분을 잡았는데 살짝 술을 드시고 음주운전 때문에 도주를 하신 분이었어요. 그런 경험들도 하면서 범죄 현장이라는 것이 특히 중요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주변 분들은 참 많은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느꼈죠.
▶ 영국유학은 언제 가셨나요?
화성에서 경험을 1년간 하고 부천경찰서 경기도 외사계 등에서 근무를 하고 1993년에 운이 좋게 국비 유학시험에 합격을 해서 유학을 가게 됐습니다.
◇ 셜록홈즈의 고향에서 살인용의자 선상에 오르다
▶ 그런데 왜 영국 쪽으로 가셨어요?
일단 그 당시에 권역별로 시험을 쳐서 영어권이었는데 영국 하면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추리소설 셜록 홈즈의 고향이기도 하고 신사의 나라 영국 경찰은 경찰의 대표잖아요. 다른 생각은 안 들고 영국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 영국도 날씨 탓인지 겨울 되면 괴기영화가 많이 상영돼요. 저도 너무 끔찍하게 무서운 영화를 많이 봤었는데 거기서 공부하시면서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든가 공부하면서 느꼈거나 끔찍한 사건 등이 있으셨나요?
영국에서 실제로 범죄율이 미국보다 더 높고 유럽 내에서 가장 높습니다. 연쇄살인이나 살인사건도 발생률도 가장 높고요. 그 이유를 영국 사람들끼리 자조적으로 날씨 탓이라는 이야기들을 하는데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영국에 있는 동안에도 여러 사건이 발생했고 공부한 대상은 주로 과거 사건이었지만 제 스스로가 용의자 중 한 명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1998년까지 5년 동안 박사과정을 거의 다 마치고 논문을 제출하기 직전이었는데 제가 하숙을 하고 있던 지역 인근에서 여고생이 강간, 피살을 당하고 둑길에 버려진 채로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었어요. 그 당시에 발생한 사건을 알게 된 것은 밤에 헬리콥터가 여러 대 떠서 상당히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수사를 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는데 다음 날 언론 매체를 통해서 사건이 난 것을 알게 됐죠.
우리도 그렇게 돼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반경 5km 내에 거주하는 모든 남성의 DNA 샘플을 채취합니다. 과학적인 수사도 좋고 특정 용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사건은 무엇보다도 사회에 가장 큰 해악을 미치고 피해자를 파괴했고 만약 잡히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제가 거주하던 곳도 해당 장소에서 상당히 가까운 곳이었는데 저는 그런 구체적인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고 워낙 바빴기 때문에 귀국을 해 버렸어요.
그런데 국제전화로 전화가 온 겁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지금도 미스터리인데 영국 경찰에서 수사를 하던 담당 형사가 전화를 해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사건에 대한 경위를 소개하면서 저를 특별하게 용의자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 발생 인근의 모든 남성의 DNA 샘플을 채취해야 한다고 한국을 방문해도 되겠느냐고 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기분이 대단히 나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스스로가 수사관이고 범죄수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영국이라는 환경 자체가 너무나 부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다행히 제가 박사 논문의 구두시험 때문에 영국에 다시 들어가기로 되어 있어서 여기까지 올 필요 없고 내가 가겠다고 해서 영국에 가서 구강 상피 세포를 제공하고 그 결과 제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죠.
▶ 그러면 우리가 화성사건 때 인근 남자들의 DNA를 채취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아직도 그런 게 안 되어 있나요?
지금 우리 같은 경우는 규정도 안 되어 있고 형사들이 노력을 많이 합니다만 거절을 많이 당합니다. 문화적으로 나를 범죄자 취급하나, 그리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경찰이 가져간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기분 나빠하세요.
▶ 하지만 법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법으로 안 되어 있고, 인권 차원에서 반대가 많습니다.
◇ 선과 악의 중심에 선 인간군상
▶ 귀국하신 후에 범죄현장, 범죄심리학을 연구하시면서 우리 인간에게는 성선설과 성악설이 있잖아요.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중립입니다. 중립이라는 것은 선하게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악하게 태어나는 것도 아닌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깨끗한 상태로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태어나고 자라면서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서, 부모와 자식 간의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안정적인 환경인가 불안한 환경인가, 태어난 이후에 모성의 따뜻한 보호를 본능적으로 느끼는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을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아동기, 청소년기 그런 상황에서 어떤 부딪힘을 안고 살아가는가, 이런 여러 가지 것들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 악해질 수도 있고 착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범죄심리학적으로 볼 때 인간이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에 인격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인가요?
유아 아동기라고 생각합니다.
▶ 모든 알 만한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군요. 그 시절에 인격이 형성돼서 악해질 수도 있고 또 착하게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런 말씀인데 한 가지 제가 더 궁금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제에 대해서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그 제도에 대해서 교수님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세요? 범죄현장에 있다 보면 사형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드실 것 같아요.
상당히 복잡한 심경입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릴 수 있는 자신은 없고 다만 개인적으로는 사형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 이유는 결코 범죄자들을 동정해서도 아니고 현재 우리 사회의 사법 시스템이 살인 범죄의 오판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다만 사형제도가 합당한 형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런 죄를 지은 사람들을 없애버린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사회가 죄에 대한 값을 다 했다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또 하나는 사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관계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매우 크고 아울러서 우리 국가가 결국에는 사람을 죽이는 결과가 되지 않겠습니까. 잘못된 범죄자 때문에 우리도 생명을 손상시키는 존재가 된다는 것 그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또 하나의 측면은 물론 비용은 많이 듭니다만 그야말로 자연적으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이 범죄자를 살게 해서 밤마다 악몽도 꾸고 정말 뼈저리게 뉘우치기도 하고 그 범죄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왔으며 어떤 심리와 특성을 갖고 있고 어떤 남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지를 관찰하고 연구해서 다시는 이런 존재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대응책을 찾는 데도 활용을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 10여 년간 사형제도는 있지만 사형집행은 없었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결국 사형제도 폐지 국가가 되지 않을까요?
국제사면위원회에서 10년 동안 사형을 실시하지 않는 국가는 실질적으로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올해가 지나면 10년 동안 사형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사형 실질적 폐지국가로 편입하게 됩니다.
◇ 사형, CCTV, 전자 팔찌... 그리고 양심
▶ 요즘에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CCTV를 많이 써요. 심지어는 강남에서는 길거리에 쓰는 곳도 있는데 이 CCTV를 쓴다거나 전자 팔찌를 채우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보시나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 일반적인 것뿐만 아니라 CCTV라는 것은 첫째로 심리적, 상징적인 것이 있고 무엇인가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범죄심리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효과가 있습니다. 범죄자들의 범죄욕구를 위축시키고 실제로 그것이 촬영된다는 것, 촬영된 이후에 범죄행동이 일어날 경우에 그것을 근거로 해서 검거된다는 것, 검거된다는 것만큼 확실한 예방 효과는 없거든요. 검거의 확실성을 높이게 되죠.
또 하나의 장점은 CCTV가 설치된 곳은 안 설치된 곳에 경찰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어요.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범죄예방의 전략을 구축하는 데서도 첨단기기의 도움을 받아서 더 효율적인 경찰력 운영이 가능하게 되죠. 그런 차원에서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다른 측면으로는 일반인들 특히 여성, 노약자 분들이 CCTV가 설치되어서 보호되고 있다는 느낌이 발생한다면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강화된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범죄에 쉽게 노출되지 않고 자신감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전자 팔찌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전자 팔찌의 경우도 논란은 심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교도소 형기는 마치거나 집행유예로 나와 있는 재범 가능성이 상당히 큰 특히, 성범죄자나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전자 팔찌를 채워서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범죄의욕을 상당히 떨어뜨리고 만약 그들이 가서는 안 될 곳을 가게 되면 바로 개입을 해서 접근을 통제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아동상대 성폭행범들 같은 경우는 학교나 어린이집, 놀이터 같은 곳은 접근금지 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못 가게 할 수 있거든요. 대단히 큰 범죄예방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표창원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저는 계속 등골이 오싹한대요, 연쇄살인 사건이 늘어날 전망인가요? 연쇄와 연속은 어떻게 다른 건가요?
연쇄살인이라는 것은 살인을 저지르고 다음 살인을 저지를 때까지 상당 기간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범죄심리학으로 심리적 냉각기라고 부르거든요. 살인을 한다는 것은 어떠한 동기든 간에 심리적으로 대단히 큰 충동과 흥분이 필요합니다. 그런 충동과 흥분이 가라앉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는데 또다시 살인을 한다는 말이죠. 그런 살인범을 연쇄살인범이라고 합니다.
연속 살인이라는 것은 냉각기 없이 한 사람을 죽이고 다른 곳으로 가서 또 죽이고 하는 경우죠. 상당히 심한 심리적 충동과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적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지요. 다중살인이라고 하는 것은 한 장소에서 여러 사람을 살해하는 경우죠. 살인마다 가진 특징이 있는데 가장 무서운 것이 심리적 냉각기 이후에 또다시 살인을 하는 연쇄살인범이지요.
▶ 연쇄살인이나 연속살인이 없으려면 경찰 분들이 빨리 수사를 하셔서 검거를 하셔야 할 것 같은데 저희들이 볼 때는 수사가 범죄를 뒤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저희 방송을 듣고 있는 청취자들을 위해 범죄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떤 예방이 필요한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피해자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살인을 당할만한 행동을 하신 게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위험사회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사회다 보니까 운전에도 방어운전이 있듯이 조금씩은 예방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은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분들이나 노약자분들은 밤거리를 혼자 다니지 않으시도록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때도 가급적 미리 언제 어느 곳을 통과하고 있고 언제쯤 도착예정이라고 알리고 마중 나올 수 있도록 하고, 밝은 곳으로 다니실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등 위치확인을 할 수 있는 기기들이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가족, 보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과 연계한다든지 이런 방법들을 사용하시면 조금은 안심하실 수가 있습니다.
◇ 시민의 협력이 가장 큰 수사망
▶ 교수님은 현장 일선에서도 계셨는데 가장 애로사항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아무래도 경찰수사에 대한 사회와 시민들이 협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점입니다. 물론 최신의 수사기법을 동원해서 성실하게 수사를 하는 것이 경찰의 책임이지만 실제로 사건현장에 가보면 현장이 보존되지 않고 영업점이나 업소 같은 경우는 재수 없다 이런 말씀도 하시고 알려 줘서 장사 안 될까 봐 두렵다 혹은 세제 같은 걸로 씻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주변에서 혹시라도 DNA 채취를 부탁하면 영장을 갖고 오지 않으면 안 해 주겠다는 태도를 많이 보이세요. 이런 부분들이 가장 큰 애로점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 표창원 교수님 댁은 범죄 심리 전문가 가족이기 때문에 예방, 문단속 이런 것들은 잘하고 계세요?
집에서는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삽니다. 일반인들과 거의 같아요. 다만 아이들에 대해서만 큰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 올라갔고 작은 아이는 이제 6살 됐는데 놀이 삼아 안전하게 행동하는 방법들을 긴장하지 않게 재미있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 어떤 걸 가르치세요?
큰 아이는 태권도를 하고 있고 놀이삼아 ‘길 가다가 아저씨가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래?’ 물어보고 ‘친절하게 가르쳐 드려야죠.’ 대답하면 ‘가르쳐 드려도 절대로 따라가거나 차에 타거나 하면 안 된다. 만약에 손을 잡고 같이 가자고 하면 바로 가까운 가게나 경비 아저씨에게 뛰어가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표준FM 98.1MHz)는 월~토 오후 4시 5분에 방송된다. 정리(CBS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이상원) ============================================================================================ 보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