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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메]숟가락과 와루바시#11
게시물ID : humorstory_1344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메
추천 : 0
조회수 : 23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7/03/07 15:40:53
11.

집으로 돌아온 수호는 한참을 생각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일까? 어처구니 없는 제안에 대

한 충격보다도 그 이유가 더욱 궁금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사귀는 데 자신을 싸움으로 

이겨야만 한단 말인가?



"아...도대체 뭐지? 아! 돌아버리겠네."



머리를 심하게 쥐어짜는 듯한 시늉을 하다가 이내 힘이 빠져서 털썩 누워버렸다. 



"그래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면 그냥 받아들이자. 내가 운명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시련

이라고 생각하자. 운명이 그렇게 쉽게 내 편을 들어줄 리 없지. 그래 그냥 하나의 과정

이라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준비하면 되는 거야. 그래! 수호야!"



수호는 결국 자존심을 굽히고 아버지에게 무술을 배우기로 했다. 솔직하게 작고 귀여운

여자가 농담인지 진심인지도 모를 싸움을 걸어왔는데 이렇게까지 오바하는 것이 웃기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수호는 자신의 운명이 걸린 일이니만큼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싸움으로 이겨보라는 말을 할 때의 그 여유 있는 웃음과 자신감이 수호의 머릿속을 떠나

가지 않았다. 분명 한 번 해보는 말이거나 떠보는 말이 아니었다. 수줍은 웃음 속에 감

춰진 진심을 엿보았었다. 수호가 모르는 무언가 존재할 것이다.

자존심 따위는 쉽게 버릴 수 있었다. 혹시나 모르는 사태를 대비해서 준비를 해야만 했

다.

수호의 아버지는 태권도 사범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호를 강하게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태권도를 배울 것을 강요하였지만, 수호는 끝끝내 거부하였다. 

수호는 강압적인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래서 무술인인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보여준

강압적인 모습이 너무나도 싫었기 때문에 반항심리가 일어나서 배우기를 거부하고, 그다

지 대화도 많이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나마 군대를 갔다오고 철이 들고 난 후부터는 예전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었다. 



"아버지! 저 싸움 가르쳐 주세요!"


"뭐?"



수호 아버지는 놀란 듯이 되물었다.



"싸움 가르쳐 달라고요."


"그래. 오랜만에 애비한테 와서 한다는 말이 싸움을 가르쳐 달라고? 니가 지금 제정신이

냐? 나는 싸움꾼이 아니라 무술인이다."


"네 잘 알죠. 그런데 지금 꼭 필요해서 그래요. 제 운명이 걸려 있는 문제라고요."



수호 아버지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운명같은 소리하고 있네. 헛소리 말아라."


"알았어요. 알았어. 그럼 태권도를 배울게요. 대신 좀 실전용으로 가르쳐 주세요."


"내가 너 쌈박질하라고 태권도를 가르쳐 줄 거라 생각하냐?"



아버지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게 아니라 운명을 걸고 여자랑 한 판 대결을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뭐? 여자? 여자를 때리겠다는 말이냐? 니가 미쳤구나. 당장 사라져라. 대련하기 전에"



수호는 자신이 말을 좀 이상하게 흘린 것을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그보다는 더 기발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니 그게 아니라...어쨌든 가르쳐 주세요."


"좋은 말로 할 때 그 얘기는 그만하거라."


"아버지 제발..."


"너 안 되겠구나! 도장으로 따라와라. 정신을 쏙 빠지게 해줘야겠구나."


"아버지 그것만은..."



수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의 대련이 제일 무서웠다. 수호가 무슨 잘못을 할 때마다

아버지는 직접 대련을 함으로써 혼을 냈었다. 지금 수호는 겉으로 무서운 척 하지만 속

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 차라리 이게 훨씬 더 실전적이고 정확해. 후훗...'



도장으로 간 수호는 평소에 무서워서 도망다니기만 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아버지

의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보려고 애썼다. 물론 계속적으로 맞기만 했지만 단순히

맞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 녀석 봐라? 맨날 무서워서 도망가거나 포기한 상태였던 녀석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든 거지?'



아버지도 그런 수호의 모습이 의아하기만 했다.

대련이 끝났을 때에는 이미 수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태권도에서의 대련으

로 피가 나거나 상처가 나지는 않지만 만만치 않은 근육통과 멍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헥헥...죽겠네 이거...아버지 진짜 안 가르쳐 주실 거에요?"


"......"


"아버지 스타일 알지? 너가 그러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래서 굳이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겠다. 대신 내일부터 강한 훈련 들어갈 테니까 각오하고

있거라! 내가 갑자기 마음이 바뀐 이유는 오직 너의 눈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봤던 

너의 눈 중에서 가장 멋진 눈빛이었다."


"감사합니다. 야호!!"


'이 녀석 처음으로 대련을 즐겼어.'



수호는 샤워를 하며 또다시 자신의 세상에 잠겨 있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지만 준비해서 나쁠 건 없지."



솔직히 굳이 이렇게 하지 않더라도 주먹에 있어서 수호의 자신감을 남에게 별로 뒤지지 

않았다. 아무리 싫다고 아버지를 피해다녔더라도 아버지의 극성은 알게 모르게 수호에

잠입해서 수호를 강인하게 만들어 주었다.

중ㆍ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남에게 맞고 다니지도 않았고, 싸움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났

을 경우라 할지라도 남에게 지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여자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긴장하

고 준비하는 것을 보면 수호도 참 유별나다.

그만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지도 모른다.

어느덧 약속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련을 앞두고 

있었다. 



"자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머리를 숙여 꾸벅 인사를 드린 후, 수호는 재빠르게 다가갔다. 그러나 아버지의 스피드

아직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쉽게 수호의 주먹을 피했다. 수호가 균형을 다시 잡으

려는 찰나, 아버지의 몸이 한바퀴 회전하며 날아간 발뒷꿈치에 정확하게 수호의 머리를

강타하였다.



"욱."



쓰러졌던 수호는 잽싸게 다시 일어났다. 



"수호야. 물론 지금 니가 나를 이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 대조차 때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실력차이일 뿐이다. 실전에서는 다른 여타의 조건들이 많

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실력이 많이 차이난다면 집중을 해서 한 순간을 노리는 수밖에는

없다."


"예. 알겠습니다. 다시 대련해 주십시오."


"자 그럼 간다!"



엄청난 스피드로 다가오는 아버지를 부릅뜬 눈으로 쳐다보던 수호는 순간 아버지의 주먹

이 날라오는 듯한 속임수를 간파하고, 발차기를 시도하려는 빈 틈을 노려 주먹을 내질렀

다.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순간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한 방을 제대로 날렸다는 자신감에

방심하고 있던 수호는 그 다음 순간을 놓치고 날라오는 하이킥을 맞고 정신을 잃었다.



"훗 이 녀석!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군. 역시 내 아들이야! 하하하..방심만 좀 덜 하

면 좋을 텐데..."



욱신대는 배를 움켜쥐며 조용히 도장을 나갔다.



'파워는 만만치 않은 녀석이야.'





"얌마! 너 뭐냐?"


"뭐가?"


"너 요즘에 무슨 바쁜 일이 있길래 학교가 끝나기만 하면, 바로 집으로 가서 도대체 뭘

하는 거냐? 같이 놀자고 해도 그냥 가버리고, 그렇다고 미유코 만나는 것도 아닌 것 같

고...뭐야?"



수호는 애써 모른 척 했다.



"일은 무슨...그냥 요즘에 레포트가 하도 많아서 며칠 동안 집에 박혀 있었던 것 뿐이야."


"너 수상한데?"



시원이는 의심병이 도졌는지 한참 동안이나 수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수호는 또

다른 곳만 쳐다보고 있다. 



"또, 미유코지?"



저쪽에서 으레 당연하다는 듯이, 미유코가 친구들하고 걸어온다.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

하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듯하다.



"미유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이번에는 시원이가 먼저 말을 건넨다.



"어? 시원아! 어라? 수호도 있네. 안녕!"


"어...안녕."



오늘이 당일인데도 어떻게 저렇게 태평한 웃음을 흘리며 인사할 수 있는지 수호는 한편

으로는 속상하기도 했다. 자기는 긴장되서 죽겠는데 말이다.



"수호야 오늘이 그날 맞지?"


"어? 어. 맞아."


"좀 이따가 수업 끝나고 체육관으로 와."


"으응."



정말 그런 대결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천하태평한 얼굴이다. 그렇게 미유코가

지나가자 궁금증이 생긴 시원이가 또 물어온다.



"그날이라니? 오늘이 무슨 날인데?"


"그런 게 있어."


"그런 게 도대체 뭔데?"


"아 그냥 좀 넘어가주면 안돼?"


"응."



결국 수호는 한숨을 쉬며 설명을 한다.



"후, 사실은 미유코에게 내가 고백을 했는데, 미유코가 사귀재. 그런데 조건이 자신을 싸

움으로 이겨야 한다는 거야. 숫제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어."


"싸움? 주먹으로 하는 거 말야?"


"응."


"쟤도 상당히 독특하네. 어떻게 너 주위에 있는 여자들은 그렇게 하나같이 다 개성이 

넘치냐?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진짜 여자랑 치고박고 싸울려고?"


"그럼 어떡하냐? 안 그러면 안 사귀어준다는데..."


"쟤도 쟤지만 너도 참 대단하다. 내가 응원할게."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잘해보라는 듯, 엄지손을 치켜든다. 저번에 길거리에서 수호가

미유코에게 고백하는 것을 봐놓고서는 이제 와서 모른 척 듣고 있는 시원이...

결국 시간이 흘러 체육관으로 향하게 된 수호와 시원이. 체육관 문을 들어서자, 미유코

와 유우끼, 스미레가 먼저 와 있었다. 전혀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이 되지 않는다.

수호만이 비장한 눈으로 상대방을 응시하고 있다. 죽으러 가는 사람의 표정이다.



"미유코, 시작하기 전에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도대체 왜 사귀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거야?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야?"



이 상황에서도 미유코는 방실방실이다. 아마 이런 것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 

더욱더 수호는 질 수 없다.



"흠 이유? 경기 끝나고 단 둘이 있을 때 얘기해줄게."



이렇게 말하면서 윙크를 살짝 날려준다. 



'경기라...그래 경기라고 생각하자. 내가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 그러니 상대가 여

자니 미유코니 그런 것 생각할 필요 없어. 이건 하나의 경기일 뿐이고,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자! 그럼 시작할까? 두 사람 모두 중앙 라인 앞에 서고 인사해."-



이런 상황이 또한 익숙한지 유우끼가 능수능란하게 경기를 이끌어간다. 옆에 있던 스미

레는 시원이를 향해 윙크를 날린다. 얼결에 윙크를 본 시원이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

다. 



-'아무리 봐도 귀엽단 말야...'-


"뭐라는 거지?"



수호는 또다시 일본어에 당황하고 있다.



"라인 앞에 서서 예의를 갖추라는 거야."



미유코가 설명한다.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미유코와 그 동안 이런 시합을 해봤을까? 미유코의 얼굴로 봐서

는 분명 꽤 될 거야. 내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금 미유코가 남자친구가 없다는 사실!

필시 실력이 장난이 아닐 거야. 긴장을 늦추면 안돼!"



스스로를 다짐하며 앞으로 다가섰다. 서로 예의를 보이고 스타또라는 말과 함께 시작되

었다. 수호는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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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망한 건가?ㅎㅎ

다음을 기약해야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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