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노량진에 살고 여자친구는 구로구에 살아서 새벽에도 차편이 있어서 차 끊길 걱정 없이 편안하게 데려다 주고 오는길이었어요.
집에 가는길 중간에 영등포에서 환승을 해야 되는데 그 쪽이 저녁되면 오히려 더 번성하는 그런 곳이죠.
하여튼 버스를 갈아타는데 제 앞에 올라가시는 여자분이 엄청 비틀거리더라구요. 계단 올라가다 다리 힘풀려서 넘어지고..바로 뒤 할아버지께서 부축해줘서 겨우 올라가더군요.
카드도 잘 찍고 앉아서 기절한것처럼 자는듯 하던데 일은 여기서 터진거죠. 새벽에 버스가 좀 빨리 다니는 편이라 정류장도 빠르게 지나치는데 평소 사람이 잘 안타던 정류장에 사람이 있어 살짝 급정거를 했죠.
근데 이 여자분...우당탕도 아닙니다.그냥 스무스하게 바닥과 키스를 하더라구요...정말..스르륵?/ 뱀이 기어가듯?
하여튼.. 또 다시 할아버지와 뒤의 여자분의 도움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이미 버스기사는 겁을 잔뜩먹고 거북이 주행을 하더군요. 그렇게 5분정도 가다 버스기사 아저씨께서 답답하셨는지 어디까지 가시냐고 물어봐도 여자분은 묵묵부답.
근데 마침 여자분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남자친구의 전화였죠. 여자분은 기절해서 옆에 남자분이 받는데 여기는 어디어딘데 뭐라뭐라 해서 내려서 기다리겠다 했죠. 근데 그 남자분도 강남까지 가셔야 될것 같은데 여기서 내리면 안될것 같아 저도 뒤따라 내려서 제가 기다리겠다 하고 버스를 보냈죠.
그렇게 내려서 여자분 의자에 앉히고(라 쓰고 알아서 눕더군요..) 전화 받으며 남친분께 설명하는데 아래서 뭔가 뜨듯한게....아....지져스....
!@$!&%!@%*!(@%
그렇습니다...여러분이 상상하신 그게...나왔죠. 여자분이 얼굴을 의자에 박고 토를 하셔서 얼굴에 묻고 가방에 묻고 장난 아니어서 우선 부축해서 옆 의자로 옮기고 쓰러지지 않게 붙잡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귀엽더군요. 아 이러면 안되죠?? 하여튼 참 안쓰러웠습니다. 계속 뭐가 그리 미안하신지 미안해 미안해를 반복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옆을 지키고 있다보니 여자분의 핸드폰이 보여서 핸드폰을 보았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두께 9.3미리의 레티나 화질을 자랑하며 감성을 자랑하는 디자인의 예약이 100차를 향해 달려가는 최신 아이폰 핸드폰.이 핸드폰을 사용하면 나의 품격이 높아지고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이 자기에게 향하게 되며 부러움의 상징이 되는, 중고가가 오히려 더 비싼 역행 현상까지 나온 아이폰 4!! 앞뒷면 강화유리로 인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단 하나뿐인 사과마크에 열광하는 그 아이폰.
아..이러면 안되죠? 하여튼 15분인가 20분정도 기다리니 남친분이 오셔서 다행히 저는 무사히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갔습니다.. 걸어가면서 대체 내가 왜 따라 내려서 이 추운밤에 고생을 하며 버스도 끊겨서 걸어서 집에 가야되며 등등등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는데 그래도 만약 그때 안 내렸으면 이 여자분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걱정되서 잠도 못 잤을것 같아요.
진짜 술취해서 인사불성인 여자분은(남자야 많이 봤죠) 처음이었는데 만약 나쁜맘 먹은 사람이 뭔짓을 해도 모르겠더라구요. 신용카드도 바닥에 떨어뜨렸는데도 모르고, 지갑은 어디다뒀는지 보이지도 않고...에효.. 물건은 안 잃어버렸는지 걱정되네요.
여러분, 특히 여자분들 술은 자기가 버틸수 있는 만큼만 드세요. 술 먹고 인사불성 되있는건 나 잡아가슈랑 같은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