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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 - 조금만 더
게시물ID : art_40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8비트
추천 : 2
조회수 : 18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7/06 01:10:32
 
 지금은 싫어 
 시간이 누그러지면 그 때 ……
 (이 개 병신)
 넌 항상 날 인정해줬지
 넌 항상 인정했어
 그것은 네가 날 속이고 있다는 감정을 갖게 해
 
 사랑해, 너는 그 말을 놓치고 말았지
 발밑으로 툭 떨어졌어
 넌 그것을 주웠니?
 난 거지 같았지
 (이 개 병신)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왜 그렇게 했니
 
 무서운 일은 꿈에서 다 겪었지
 모두들 나를 붙들고 울며불며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왜 그렇게 했니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어
 하나도?
 무서운 일은 꿈에서 다 저질렀지
 
 사랑해, 그런 건 뭘까
 하지 마
 하지 좀 마
 (이 개 병신)
 
 삼겹살 집의 선풍기는 끄덕끄덕 돌아가고
 
 조금만 더
 
 너는 내 앞에서 날 바라보면서
 내 눈 내 코 내 팔 내 다리 너는 그것들을 지우고 있어
 내 앞에서 날 마주 보면서
 이렇게 지워지는 건 뭐지?
 가만있어 내가 슬슬 지워줄게
 그럼 난 어디로 가는 거야?
 깨끗해져?
 응 없으면 깨끗해지는 거야
 넌 있을 때마다 지저분해 보였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네가 놀랄 만큼 굉장히 아주 아주 깨끗해지고 말 거야!
 
 ……그런 네가 항상 좋았지
 항상 좋을 수 있다는 건, 뭐지?
 넌 없었어?
 난 없었어 그래서
 우린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거야
 
 연애시, 연애시라는 걸 쓰는 사람들이 있지
 그런 건 뭘까
 없어지지 않는데
 없어지지 않는데
 이 더러운 자식 이 더럽고 지겨운 자식
 
 그래도 난 한 번도 네 얘기를 쓴 적이 없어
 너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 자신을 대견하게 느껴지게 해
 
 난 네 욕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난 신사야
 넌 신사지
 
 항상 네가 옳았어
 넌 없었으니까
 난 없었어
 난 있을 때마다 항상 틀렸지
 
 조금만 더
 
 삼겹살 집의 선풍기는 끄덕끄덕 돌아가고
 
 우리는 밤새도록 냄새를 맡고 마셨지
 돼지고기다
 돼지고기 냄새가 우리 몸을 감쌌지
 
 우리는 그때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고
 난 네가 너무도 맡고 싶었지
 돼지고기다
 우린 돼지고기였고
 
 우린 옳았어
 우린 옳았지,
 그때 우리는 우리들이 
 옳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우리는 없었어
 (이 개 병신)
 우린 그때 모든 걸 다 잃었지
 창피하게
 
 한 계단 한 계단
 지옥으로 걸어 내려가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우리는 우리 자신을 향해
 밤새도록 속삭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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