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때였습니다. 당시 지방에서 올라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음주가무를 즐기던 나날이 이어지던 때.. 누군가의 소개로 미팅을 하게되었습니다. 모 여대의 미대생으로 상당한 미모에 활기찬 그녀들을 만난 우리들은 수차례의 미팅 폭탄을 거쳐 대박을 터트린 것이었습니다. (예..물론 우리가 폭탄이었습니다....ㅡㅡ;)
다행히 모두들 잘 어울려 얼마 후 인천 월미도로 놀러가기로 했습니다. 사정이 생겨 못 온 여자 멤버 한명을 제외하고 남자 4명, 여자 3명으로 이뤄진 미팅 멤버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월미도로 향했습니다.
월미도에서 놀이기구를 조금 타다가 누군가 영종도로 건너가보자고 하였습니다.
당시 200원인가 300원인가..상당히 저렴한 배삯에 영종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타이타닉이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전에 우리는 뱃머리에서 타이타닉 흉내를 내며 신나게 소리 치고 있었습니다..
갑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배주위에 날아다니는 "바닷새"에게 새우깡등을 던지며 놀았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정신을 못차리던 우리들은 친구중 한명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야...비둘기 댑따 많다..!!"
우리는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 덤벙대며 헛소리를 많이 해대던 친구였지만.. (이 자식이 정말 대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 쪽팔림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자리를 마련해 여자들과 같이 놀러온건데.....
우리는 그 녀석의 무식함에 일갈을 터뜨렸습니다..
"야이..씹새야..저게 어떻게 비둘기냐?"
그러자 그 친구가 아직도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습니다..
"그..그럼 뭔데?"
우리는 여자애들을 옆에 두고 의기 양양하게 외쳤습니다..
"저게 비둘기냐? 기러기지.."
"아...맞다..맞다...우하하하..우하하하..기러기다..기러기.."
우리는 그 녀석의 무식함과...그것을 일깨워줬다는 기쁨에 천진난만하게 희희낙낙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주변의 사람들이 웃기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영문도 모른체 두리번 거리는 우리들을 보며 사람들은 그제서야.. 소리를 내어 웃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