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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의 추억-3> 맹구흉내의 굴욕편.
게시물ID : humorstory_3003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riA
추천 : 6
조회수 : 98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7/06 17:26:16


세상엔 필자를 비롯한 많은 바보들이 있음.



많은 사람들이 알지못하지만,

바보란 크게 두가지 분류로 나뉘게 됨.

사랑을 받는 바보.

사랑받지 못하는 바보.



아리아가 사랑받지 못하는 바보라면,

맹구, 영구, 이주일 같은 케릭들은

가장 대표적인 사랑받는 바보라고 할수 있디고 하겠음.



암튼, 오늘 아리아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보여지는

'맹구'라는 바보에 얽힌 사연을 위해,

추억여행을 해볼까 함.



때는 바야흐로 아리아의 이선경사건이 있기 이전

초등학교 1학년때인가 2학년때인가로 기억됨.

(※이선경사건 : 아리아의 추억2편 참고)



그 당시엔 공중파 방송에 많은 바보들이 나오던 시절이었음.

내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바보로는 영구와 맹구가 있었음.

아주 어릴적엔 생일날 '영구와 땡칠이 소림사가다'를 어린이 극장에서 보았으며,

이것은 아리아의 첫 영화구경이었음.


커다란 대형스크린에 펼쳐진 신세계에 압도된 나는

손에 땀을 쥔 채 오금을 저리며 영구와 땡칠이의 모험에 동참 했었음.




요즘 아이들은 짱구나 디지몬을 보러 부모님 손을 잡고 CGV에 가는 것이

대수로울것 없는 경우겠으나,

당시에는 극장에 가는것이 참으로 귀한 경험이었음.


미디어 매체의 홍수에 살고있는 요즘 아이들은 맛볼수 없는 

간절함과 설레임이 있었음.





암튼, 영구의 T V 출연이 줄어들면서,

심형래는 영구시리즈의 어린이 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영구를 기다리던 많은 어린이들은 기다림에 지쳐있었고,

약감의 배신감을 느꼈었던 걸로 기억됨.

"아쉬우면 돈내고 비디오 빌려보든 영화관가서 봐라!"

같은 느낌이랄까..




그쯔음에 한바탕 웃음으로 라는 프로그램에서 '봉숭아학당' 이라는 코너로

맹구라는 바보케릭터가 때마침 찾아오게되었던거 같음.

이 맹구의 출현으로 대한민국의 바보케릭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됨.




틈새시장의 공략이랄까...

실연한 여자의 공허한 마음을 간파하고

그 틈새로 파고들어 접근을 하는 바람둥이 남자처럼,




영구에 대한 실연으로

유희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해 있을 전국 어린이들의 가슴을

맹구는 날카롭게 파고 들었던 거임.



정말 맹구의 인기는 엄청났음.



수십년이 지난후, 

개그콘서트라는 최고 인기 방송프로에서 조차 똑같은 이름의 코너와 케릭이 재현되는

모습을 보아도 과거의 인기를 어림 짐작 할수 있을 것임.



암튼, 당시

 "영구 없~~다!!"

라고 외치던 꼬꼬마들은

 "선생님~ 오셨사와아요~~"

하는 맹구의 멘트를 따라하게 되었고



신발과 발을 고무줄로 연결해 

영구의 고무신 날리기를 따라하던 꼬꼬마들은

손을 얼굴에 씌어 "베트맨~!!" 이라 외치는

맹구의 베트맨 쇼를 따라하게 되었음.




어찌 알았으랴... 바로 이 맹구의 엄청난 인기는 

까만 먹구름을 몰고오며, 

아리아의 어린시절에 커다란 굴욕 사건을 안겨주게 되는 것임...




사건은 수업 시간에 일어나게 되었음.

코 흘리면 킁킁 하고 그걸로 배를 채우곤 했던,

순둥이 꼬꼬마였던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음.



무엇때문이었는지는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수업시간에 맹구 얘기가 나왔음.

당시 단임은 나이가 조금 있는 여자 선생님이었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봉숭아 학당 해볼까? 라고 하셨음.


"맹구 역할 할 사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손을 들고 '저요저요'를 외치고

의자위에 올라가고...

소리치고...

장내는 아수라장이었음.




소심했던 나였지만,

나역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큰소리로 '저요'를 외치며 손을 들어 댔음.

사실, 맹구 흉내는 나름 자신이 있었기 때문임.




우리집이 큰집이라 명절날만 되면,

식구들은 우리집으로 늘 모였고,

식구들이 식사를 마치고 

느긋히 담소라도 나누며 과일이라도 먹을 참이면,

어김없이 집안 꼬꼬마들의 재롱잔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했음.



당시 집안의 장손이라는 이유로,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 하던 나에게

그 자리는,

나를 위한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음.

핵가족화 되어버린 요즘과 다르게,


나의 어린시절은 장손이라는이유 하나만으로 집안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그런 시절이었음. 



명절날 밥을 먹어도,

남자 어른들은 안방에서 상을 받아 밥을 먹고 

며느리나 고모같은 여자들은 아이들을 끼고 따로 상을 차려 밥을 먹었음.



하지만 나는 장손이라는 이유로 어린시절부터 할아버지, 아빠, 작은아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안방에서 큰상에 밥을 먹었음.

당시에 이것은 장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었음.




하지만, 지금이야 뭐... 

교회에 나가지 않는 청소년기부터,

집안에서는 내놓은 자식으로 찍힌지 오래이고,

나이먹고도 현실을 모르고 헛된 꿈이나 꾸는 철부지로 

집안 어른들은 혀를 끌끌차는 나지만,

이런 나에게도 집안에서 대접받는 어린시절이 있었다는거임.





암튼, 각설하고.

식사후에 일어나던 꼬꼬마들의 재롱잔치에서,

나는 그 유명한 맹구 흉내로 식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었음.

사촌 동생까지 작은방으로 따로 불러서 

오서방같은 배역까지 정해주어 둘이 합을 맞춰보고 자리에 나갈 정도로

나름 열심히 했었음.



뭐, 어른들 입장에서는

간만에 식구들 얼굴 보는데

조카 손자들이 모여서 재롱피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하여

웃어주고 즐거워 해줬을거임.




그게 얼마나 잘했겠냐만은...




문제는...

어린 시절 나는

그때의 나는... 

정말 내가 엄청 잘하는줄 알았음.



암튼 그러한 사연으로 

맹구 역할은 당연히 내가 해야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손을 들었으나,

선생님은 다른 아이를 맹구역할로 뽑았음.

정확하지는 않으나 그 아이는 반장이었던걸로 기억함.



나는 너무 비통했음.

인재를 이렇게 몰라주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음.


하지만 기회는 또 왔음.

"오서방은 누가 할래?"



오서방....

오서방은 당시 봉숭아 학당에서 

맹구와 함께 나오는 바보 케릭이었지만,

사실 맹구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이었음.


지금으로 치면 유재석이 영원한 1인자라면

오서방은 2인자인 박명수 급이었음.

하지만 분명 다른것은.

박명수는 2인자지만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나름 매니아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것에 비해,


맹구의 인기가 너무 대단해서 였을까?

당시 오서방은 정말 비교가 안될정도로 저 아래에 있는 2인자였음.




사실 늘 맹구역할만 하던 나에게

오서방은 그닥 내키지 않는 배역이었음.

하지만... 

아쉬운대로 뭐.. 

그거라도 해야겠다 

하고 또 다시 손을 들었음.




그런데...


그런데...


이번에도 난 뽑히지 않았음.





내가 자존심 굽히고..

오서방배역에 기꺼이 손을 들어줬는데...




이게 어쩐일인가....

여덟살의 나이에 느끼는 굴욕감.

패배감...



상처난 자존심...



하지만 굴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음.

내 자리가 당시 교탁 바로 오른쪽에 맨 앞자리였음.

선생님은 맹구와 오서방 역할 받은 아이들을 불렀음.

맨 앞자리인,

나랑 내 짝꿍 자리로 옮기라고 하심.



자존심에 심하게 내상을 입어,

숨도 제대로 쉴수 없는 나의 상태를 알리가 없는 선생님은

나보고 오서방 역할 맡은 아이자리로 가서 앉으라 하심.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에 일어나, 

저만치 뒤에있는

오서방역할 아이의 자리로 감.

자리는 옮기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음.



나의 굴욕감을 모르는 교실은 평화로웠고,

아이들은 저마다 반짝이는 눈으로 교실에서 펼쳐진 봉숭아 학당의

기대감에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음.




반장의

"선생님~ 오셨사와아요~~"

라는 맹구 흉내와

"그래~~ 왔다 이놈아!"

하는 선생님의 대사로 

봉숭아 학당은 시작되었음.




아이들은 너무나 즐거워했음.

선생님도 즐거워 하셨음.

반장도 즐거워 했음.

오서방도 즐거워 했음.




"내가 더 똑같이 잘할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며...

나 혼자 즐겁지 않았음.



사실 어린나이지만 반장이 나보다 더 흉내를 잘낸다면

남자답게 패배를 인정하려고 했음.

하지만 반장의 흉내는 나의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음.




반장의 흉내에 웃고있는 아이들이 한심하다고 느껴졌음.

나대신에 저런 반장을 선택한 선생님도 한심하게 보였음.



결정적으로...

결정적으로...

결정적으로...



반장은 베트맨~!! 하고

손으로 얼굴에 배트맨 가면을 쓰는 부분에서,

엄지와 집게손가락 두개로 눈이 나오는 부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가운데 중지손가락까지 같이 엄지에 끼우는 실수를 했음.


사실 그렇게 하면 베트맨가면의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음.



하지만 아이들은 그것도 몰랐음.

깔깔거리고 웃기만 했음.


'바보들... 멍청한 녀석들아...
 손 모양이 틀렸다구!!!'



나는 혼자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더욱 분개했음.



하지만 나의 이런 비통함과는 별개로

수업은 너무 재밌게 흘러갔음.

비통함도 분노도 모두 무의미함을 느낀 나는,

책상에 엎드려 고개를 숙여버렸음.

나는 패배감에 젖어, 빨리 수업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음.

아이들의웃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아,

두 귀를 약손으로 꽉 막아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양 귓구멍을 꼬옥 막아보기도 했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교실의 봉숭아학당이 슬슬 끝나갈 무렵.



이렇게 주특기인 맹구 흉내도 한번 못내고, 수업이 끝나는건가 싶은 순간!



역시, 죽으란 법은 없는거였음.

선생님은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불러주셨음.

"강민규 앞으로 나와봐~!"

  (※가명임....)




결국 선생님은 나를 다시 불러주셨음.

하지만 나의 자존심이 너무 상했던터라,

바로, 헤벌쭉 웃으며 나갈순 없는 노릇이었음.

뒤늦게라도 나를 선택하긴 했지만

진작에 인재를 알아보지 못했던 선생님에 대한 원망이 조금은 남아있었음.




나는 약간 도도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교실 앞으로 나갔음.

베트맨 가면도 제대로 구현못했던 반장.

갑작스러운 주연 교체에 당황했던거 같음.

도도한 표정으로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나를

반장은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았고.

난 아이들의 뜨거운 시선을 온 몸으로 느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 선생님 앞에 당도했음.




선생님은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음.



아니,

난 내 머리에 손을 얹는 선생님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는거라 생각했음.




하지만 선생님의 손은 나의 머리칼을 한웅큼 콱!! 움켜 쥐었음.


"얘들 다 재밌게 수업듣는데 왜 너만 혼자 엎드려서 딴짓거리야!!"


마녀의 손 움직임은 현란했음.

마치 베토벤이 운명교향곡의 지휘를 하듯,



나의 머리칼을 한웅큼 쥐고 있던 마녀의 손길은 

마치 지휘자의 절도있고 빠른 그 움직임과 같았음.



나의 머리통을 이리저리 지휘했음.




별안간 일어난 일에 나는 당황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이리저리 휘날리는 머리통을 따라

온몸이 이리저리 따라다녔을 뿐임.





아아....

나는 한마리의 나비였도다...

마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나는 한마리의 나비가 되어,

춤을 추었다.





마녀의 손 아래 나는 한마리의 나비가 되어 이리저리 춤을 추었음.





그것은 마치...

그것은 마치...

그것은 마치...



호랑나비였음.


김흥국 아저씨는 호랑나비라는 노래를 부르며

쓰러질듯 쓰러질듯 쓰러지지 않으며 어디로 튈지 알수없는

묘한 스템의 춤으로 유명했음.




그때 마녀의 손길에 휘둘리던 나의 모습은,

마치 호랑나비 춤을 추던 김흥국 아저씨의 모습이었음.



호랑나비 춤의 묘미는 무게중심이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김흥국 아저씨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는 거임.


나역시 결코 쓰러지지는 않았음.


마녀의 억척스러운 손이 나의 머리칼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임.





그렇게 한참을 지휘하시던 선생님은 힘들었는지 지휘를 마치셨음.

나의 호랑나비춤도 끝났음.




울지는 않았음.

억울하다거나 아프다거나 하는 그런 느낌보다,

너무 당황해서 어안이벙벙했음.

아무 생각도 안났음.




머리에서 손을 뗀 선생님은

그대로 아쉬웠는지 따귀도 때리셨음.




"너 선생님이 우습지?"

"수업시간에 대가리 쳐박고..."

어쩌고 저쩌고...



대충 이런식의 이야기도 했던 걸로 기억 됨.




암튼, 그렇게 머리 지휘와 귀싸대기까지 패키지로 받은 나는

"쳐 들어가!!"

라는 선생님의 외침에 나는 터벅터벅 자리로 돌아왔음.




빨개진 내 얼굴과,

빨개진 마녀의 눈과,

아이들의 겁먹은 표정과,

교실의 무서운 공기를 남기고..

그렇게 수업은 끝났음.






수업이 끝난후 하교길에 나는 친구들과 가지않고

혼자갔음.

하루종일 나는 침묵했음.



집에서도 침묵했음.

저녁을 먹으며 

"오늘은 공부 열심히 했냐."

라는 아빠의 형식적인 질문에

"네."

라고 나지막히 대답을 했을 뿐...

숙제를 하고,

티비를 보고,

씻고,





밤이 시간이 되어, 

나는 조용히 베란다 내방으로 왔음.



당시에 우리집은 베란다에 바닥을 깔아 내 방으로 쓰고 있었음.




스케치북에 색연필로 낙서를 끄적여봤으나 이내 실증이 났고,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음.




의자를 베란다 창문앞에 옮기고

의자에 올라, 창문을 열어 창밖을 보았음.



세상은 조용했고 평화로워 보였음. 




창문을 닫았음.




창에는

마치 거울처럼, 또렷한 내 모습이 비쳤음.

삐쩍 마른 꼬마가 서있었음.




나는 그대로 창에 비친 내모습을 보며 맹구 흉내를 냈음.

표정도 따라해보고

베트맨 가면도 써보고

말투도 흉내내보고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한참을 혼자 창을 보며 맹구 흉내를 냈음.









하지만 그뒤로 맹구 흉내를 낼 일은 없었음.

인생이란 원래 그런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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