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질려 (이별에 질려) 연애하고 싶지도 않았고, 남자 만날 생각도 안 하고 지냈다. 결혼을 안 할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올해 서른이 되고 나서야 연애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을 가졌다. 친구의 소개를 통해 소개팅 어플을 시작했고 세 달 정도 해오며 카톡까지 진전된 적은 수 차례 있었다. 하지만 만나지는 않았다.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호감이 가는 사람도 그다지 없었고,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카톡에서 대화가 잘 통해서 호감이 생겼어도, ‘나를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어쩌지’, ‘만났다가 안 맞으면 카톡조차 끝이잖아’ 하는 바보 같은 불안감도 있었다. 그러다가 어플 가입 서너 달 만에, 만나 보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생겼다. 2주 카톡하는 동안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대화도 편하게 잘 통했다. 금요일 저녁에 처음 만나 즐거웠고, 바로 일요일에 또 만나서 무려 2년 만에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했다. 마음 같아서는 2번 정도만 더 만나보고 진지하게 연애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나에게 애교도 있고 비염도 있다는 걸 잊고 살았었는데, 다시 깨닫게 해주었고 자존감도 생기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연애할 때의 나는 고민을 너무 많이 하고 감성도 투머치 하다는 것도 다시 기억이 났다. 그리고 매우 소심한 여자라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번 주에는 왜 언제 만날지 물어봐 주지 않는 걸까.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하고 싶은데 까이면 어쩌지. 지난 주까지는 그가 더욱 적극적이고 카톡도 장문으로 오고 그랬는데, 왜 이번 주 들어서는 단답형이고 자기 할 말만 하는 것 같지. 연애할 생각이 아예 없었던 2년 동안 남자 때문에 마음 아플 일 없었는데, 결국 다시 자초해서 마음이 욱신거리게끔 만들었다.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게 맞다면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면 좋을 텐데. 나에 대한 그의 마음을 내가 확신할 수 있다면 나도 다가갈 수 있을 텐데. 본인을 직접 이성적인 편이라고 소개하던 그와 투머치 감성을 가진 내가 과연 잘 맞을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