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나는 밤과 낮의 수평선에 이르러 있다. 백피증 걸린 저 땅 끝, 질긴 바다. 이방인, 몇 잔의 술로 데운 열대야가 내 안에서 습하다. 이방인, 여름이라 이곳에선 알코올 냄새가 난다. 담배를 꼬나물고 권총을 허리에 차고. 백사장 앞 부채 파는 좌판은 날벌레들로 점박이가 된 형광등이 훤하다. 이방인, 오늘은 반드시 추워야 한다. 내일부턴 춥지 않을 것이다. 왜 몸의 바깥을 맴도는 온도들뿐인가. 왜 몸으로 들어오는 온도들은 없는가. 이방인, 나의 내부가 다른 내부에 닿아야 나는 흥분된다. 필시 몸이 몸으로 전염되는 거겠지. 성애도 성에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찰나는 극(劇)인가 극(極)인가. 이방인, 내부라는 모국을 떠나는 심정으로 너에게 말하고 있다. 파라솔이 더운 바람으로 축축하다. 그 밑으로 펼쳐진 모래알갱이들 사이로 담뱃불을 지져 끄고. 내부의 냄새로 시큰거리는 코끝. 파도는 성이 나 있기보다 취해 있다. 철썩철썩. 취중진담. 철썩철썩. 이방인, 이제부터 담배는 끊고 눈을 감아야겠다. 눈앞이 하얗고 내 앞날도 하얗다. 백지는 성공적으로 깨끗한데 나는 왜 이리도 더러운가. 바다는 끝이 없다. 이방인, 내 신파가 어지러워지는 중이다. 나는 총에 맞아 죽을 것이다. 미치기 좋은 운명이다. 늦었다고 말려도 소용없다. 고향은 타향이라는 내부들로 둘러싸인 미궁일 따름이지. 이방인, 좋은 이름으로 태어났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