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취한 말들을 위한 여름 - 이이체
게시물ID : lovestory_443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적신
추천 : 1
조회수 : 13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7/07 23:58:49
 이방인, 나는 밤과 낮의 수평선에 이르러 있다. 백피증 걸린 저 땅 끝, 질긴 바다. 이방인, 몇 잔의 술로 데운 열대야가 내 안에서 습하다. 이방인, 여름이라 이곳에선 알코올 냄새가 난다. 담배를 꼬나물고 권총을 허리에 차고. 백사장 앞 부채 파는 좌판은 날벌레들로 점박이가 된 형광등이 훤하다. 이방인, 오늘은 반드시 추워야 한다. 내일부턴 춥지 않을 것이다. 왜 몸의 바깥을 맴도는 온도들뿐인가. 왜 몸으로 들어오는 온도들은 없는가. 이방인, 나의 내부가 다른 내부에 닿아야 나는 흥분된다. 필시 몸이 몸으로 전염되는 거겠지. 성애도 성에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찰나는 극(劇)인가 극(極)인가. 이방인, 내부라는 모국을 떠나는 심정으로 너에게 말하고 있다. 파라솔이 더운 바람으로 축축하다. 그 밑으로 펼쳐진 모래알갱이들 사이로 담뱃불을 지져 끄고. 내부의 냄새로 시큰거리는 코끝. 파도는 성이 나 있기보다 취해 있다. 철썩철썩. 취중진담. 철썩철썩. 이방인, 이제부터 담배는 끊고 눈을 감아야겠다. 눈앞이 하얗고 내 앞날도 하얗다. 백지는 성공적으로 깨끗한데 나는 왜 이리도 더러운가. 바다는 끝이 없다. 이방인, 내 신파가 어지러워지는 중이다. 나는 총에 맞아 죽을 것이다. 미치기 좋은 운명이다. 늦었다고 말려도 소용없다. 고향은 타향이라는 내부들로 둘러싸인 미궁일 따름이지. 이방인, 좋은 이름으로 태어났어야 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