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전 세계적으로 핫한 스포츠 이벤트인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럴 줄은 몰랐다.
회사 내에서도 출근시간을 늦춰가며 응원을 하고
지하철과 버스가 연장운행을 하고
광화문이며, 영동대로며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거리 응원을 한단다.
사람들 마음속은 벌써부터 들썩들썩 한듯하다.
나는 고작 이런 시대,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
물론, 온 국민이 봄날 꽃잎처럼 흩어져 버린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매일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온 국민이 환갑을 맞이하여 잠시나마 까까머리 학창시절로 돌아가려 한
노인들을 생각하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온 국민이 학비를 보태겠다고 해맑은 얼굴로 알바를 하러간
속깊은 이십대 청년을 생각하며 분노에 차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온 국민이 '새로운 곳에서의 삶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육지를 떠난
어느 가족을 생각하며 시름에 젖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혹은 온 국민이 허구헌날 그래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 또한 일상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
다만 나는, 다만 나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마치 온 국민이 우울증에 걸릴 것처럼, 온 나라가 시름에 젖어
자기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모두 내려놓을 것처럼 굴던 사람들이
한 번에 획 뒤돌아 버린 것만 같아 마음 한 켠이 헛헛할 뿐이다.
그래서 난 좀, 마음이 아린 것 뿐이다.
잊지 말아야지.
바람결에 흩어진 아이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억울하다는 한마디 말도 못하고 사라진
모든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