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유머글 아닌점 사과드려요
해병대 전역자 입니다.
이번 사태로 해병대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여러가지 복잡하게 얽힌 국가 상황때문에
결과는 그냥 당하고 말았죠
저 역시 언론으로 사태를 접하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렇게 당하고도 어쩔수 없는 현실에 비참함을 느꼈습니다.
저도 제가 원해서 좋아서 지원해서 입대해서
힘든 내무생활 힘든 훈련(훈련중엔 목숨과 직결되는 실제 공수낙하도 있었습니다.)
모두 이겨냈습니다.
제가 병장 1호봉때 잠수함 사건 터졌습니다.
부대밖으로 작업나갔다가 긴급 호출을 받고
들어갔던 부대는 전시 상황이었습니다.
완전군장에 실탄 수류탄 모두 차에 실려있고
자세한 내용도 모르고 급히 복귀했던 터라
정말 북으로 상륙하러 가는줄 알았습니다.
후방에서 실제 수류탄 박스를 보급받은 적은 거의 없기에
결국 잠수함 침투라는 내용을 듣고
전 부대원이 아닌 일부만 해병대 최종 방어선까지
가게 되었습니다(기밀일수 있으니 어딘지는 말하기 그렇네요)
그때 모든 부대원들은 그 일부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저 역시 자원해서 대대장님의 허락으로 그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당시 모든 해병대원들은 피가 끓고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었죠.
물론 겁이 안났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차를 타고 작전지역으로 가는동안에도 모두 결연했습니다.
우리 해병대가 간첩을 섬멸하자고 말이죠.
하지만 최종 방어선까지 간첩이 오지않아 일주일만에 부대복귀를 했고
전 몇달후 전역을 했습니다.
해병대는 다른말로 말하자면 광신도 집단이죠.
아니 광신도가 되도록 만듭니다.
해병대에 자긍심을 갖도록,해병대에 목숨바쳐 충성하도록
그렇게 죽도록 훈련받고 고되어도 불평불만이 없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그러기에 이번 사태가 더욱 안타깝고 화가 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해병대를 보며...
이번 사태를 관심있게 보다가 해병대 얘기가 자꾸 나와서
변명아닌 변명 몇자 끄적이다 보니 얘기가 길어졌네요.
전에 연평도 근무했던 동기의 편지가 생각나네요
외롭다고...
그 외로운섬 연평도에서 오늘도 열배이상의 긴장감으로
나라를 지키고 있을 자랑스런 해병대원들에게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고인이 된 두 후임들 고참으로써 아무것도 해준게없지만
부디 평화로운세상으로 가길 바란다.
그리고 죽을때까지 기억하마...
-어느 해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