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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독립의 어려움과 결혼의 어려움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txt
게시물ID : humorbest_3147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루니에
추천 : 141
조회수 : 8517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12/01 16:41:44
원본글 작성시간 : 2010/12/01 15:49:45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고 주절주절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부모 아래에서 독립해서 겪는 어려움과
결혼을 했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구별 못 하는 사람들이 꽤나 됩니다. 

아무래도 학창시절 부모님이 양말 한짝까지 다 빨아주는 수준으로 뒷수발을 들어주면
본인은 공부만 잘, 열심히 하면 되고
대학 가서도 공부하고 놀고 취업 준비하느라
생활적인 자기 앞가림은 부모님의 노동에 의존하고
취업해서 회사 다니면서도 부모님께 얹혀서
부모님이 해 주는 밥 먹고, 빨아놓은 옷 입고, 청소해 놓은 방에서 자다가...
어느날 갑자기 그 모든 것을 혼자 다 해결하려니 죽어나게 되는 코스를 밟게 되는 거 같습니다. 

남자도 이런 사람 제법 많이 있지만, 여자들 보면
결혼 전에는 내가 번 돈 자유롭게 펑펑 쓰면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러 다니는 화려한 싱글 생활을 했는데
내가 왜 결혼이라는 것을 해서
돈 만원 쓰는데 벌벌 떨고, 재미나게 놀지도 못하고, 퇴근 후에 집안일에 시달려야 하나(남편이 집안일 분담을 안 해줘서 열받는다!라면 이해가 되지만)
저 인간 만나서 내 팔자가 이 모양 이 꼴로 꼬였다.... 이런 분들 은근히 많습니다. --;;

듣고 있다보면 어이가 없죠. 
이런 어려움은 결혼을 해서 팔자 꼬인 게 아니라
싱글이라도 부모님 그늘 벗어나면 당연히 겪어야 할 것인데 말입니다. 
대체 머리 속에서 무슨 회로가 돌아가서 이렇게 남탓만 하는 사고가 형성되었나 싶고.... 
나이 좀 더 들면 남편탓, 자식탓, 부모탓이 쩔면서 
주변인들이 나를 불행의 구렁텅이에 밀어넣었다 신세한탄, 피해의식 쩌는 아줌마 되겠구나....합니다. 
남자들도 똑같이 맞벌이하는 부인 보고서도 왜 집안이 어지럽냐, 왜 화장실에서 냄새가 나냐, 밥은 당연히 여자가 해 줘야 하는 거다 등등 돼먹지 않은 잔소리를 해 대기도 합니다. 

지 손으로 뭘 해 봤어야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 오면 집안은 깨끗해지고 옷장에 옷이 정돈되어 있고 냉장고엔 먹을 게 들어 있는 게 절대로 당연하지 않다는 걸 뼈가 저리도록 알고 
상대에게 집안일을 미루지 말고 나도 움직이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것도 알지요. 
최고로 골때리는 잔소리가 울 엄마는 이거저거조거 전부 다 해줬는데 와이프인 너는 왜 안 해 주고 나한테 시키고 요구하는 게 많으냐일 겁니다. 
배우자에게 부모의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은 남녀 불문 답이 없습져. 


경제적인 면에서도
부모님에게 얹혀서 부모님의 경제력을 같이 누리던 것이, 자신이 최소한으로 누려야 할 경제력 수준으로 착각하게 되지요. 
부모님이랑 살면서 40평대 아파트에 살았고, 그런 집에서 사는 게 당연했는데
신혼을 30평 전세로 시작한다 하면 조촐한 새출발에 어울리는 수준이 되는 겁니다. 
10평이나 깎고, 자가가 아닌 전세로 시작하는 것이니 모든 걸 다 갖추고 시작할 수 없는 신혼인 것을 감안해 이 정도면 적절하다 이런 거지요. 
이게 당연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매우 황당한 사고 방식이지요. 

여자들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 거의 없고, 아버지에게서 남편으로 의존의 대상이 자연스럽게 옮겨가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보통 남자들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게다가 장년(경제적으로는 절정기)인 아버지 어깨 위에서 누렸던 것이 아직 청년인 남편에게 바라는 최소한의 기대치가 되니 만족이란 걸 느끼기도 너무 어렵고, 
내가 처녀적에는 화려했는데 남자 잘못만나 꼬였다 소리도 쉽게 나오지요.  
하여간 개념에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부모님 어깨에 얹혀 누렸던 것들의 70~80% 정도는 
제 발로 땅에 디디고 서는 순간부터 당연히 누려야 할 수준이라 착각하고
그 이하로 생활 수준을 끌어내리는 것을 너무나도 힘겨워 하는 사람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진짜 많습니다. 
전세 5천짜리 다세대에서 죽어도 못 산다는 여자들이 많은 만큼
차는 최소한 준중형부터인 남자도 겁내 많지요.  


저는 대학 입학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서 자취비용 벌며 살았기에 웬만큼은 주제 파악 하는 편이라고 착각했는데 ^^;;;;;;
여동생 데리고 자취한다 배려해 주신 부모님 덕에 관리비, 광열비가 안 들어서 중형차 탈 수 있었던 거
이 지원도 없어지고 완전히 독립해 생활비를 온전히 감당하고,  저축액도 늘리니 
직장 생활 하는데도 이건 차가 돈먹는 귀신으로 돌변하더군죠. 
내 신발은 낡아 떨어져 물이 들어오는데도 차 님은 타이어 갈아신겨 드려야 함둥. 
저도 이런 말 하면서도 제대로 주제 파악 못한 겁니돠 ㅜㅜ



두 가지 문제 모두
결혼 전에 부모에게서 심적 물적으로 독립을 전혀 못 해본 상태에서 
결혼이라는 일생 일대의 큰 사건을 계기로 너무 급격한 변화에 한방에 마주하게 되는 탓도 참 큰 거 같습니다. 
스스로 독립을 해 본 사람이라면 부모님 덕에 40평에 살았든 50평에 살았든 
18평 아파트도 내 힘으로는 너무나 어렵고 도시 빈민 라이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기본적인 가사가 어느 정도의 주의와 노력을 요구하는 것인지, 
가사에 엄마가 해 주시던 수준을 기대하면 이게 얼마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노동인지도 알 수 밖에 없게 마련입니다. 
머리로만 아는 것과 몸이 겪어 아는 것은 꽤나 다릅니다. 
그런데 이미 독립을 해서 체감을 해본 사람들도 결혼은 엄청난 충격파이거든요. 
준비 없이 대형 충격파 둘을 한 번에 맞으면 제곱으로 힘들고 뭐가 뭔지 분간도 안 되어 상대방을 탓하는 마음부터 먼저 드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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