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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과 출산율
게시물ID : phil_31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타자기사
추천 : 1
조회수 : 90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07/10 17:15:57

약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의사 처방전은 약품에 대한 섣부른 접근성을 떨어뜨림으로써 약물 오남용을 방지합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치명적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약품의 경우, 의사 처방이라는 신중한 우회 경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비-의료인 조차도 쉽게 통제할 수 있는 파스, 목캔디 등등의 사소한 의료 관련 품목은 의사 처방 따위의 우회 경로로 매개할 필요가 전혀 없지요.

이 경우 우회 경로의 매개는 접근성을 떨어뜨려 약품의 효과적인 사용을 오히려 방해합니다.

피임약은 사전-피임약과 사후-피임약으로 분류됩니다.

후자는 강간이나 취기 따위의 원치 않는 우발적인 비상 상황에서 사후적으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복용되는 피임약으로, 일회적인 만큼 강력한 성분을 지니고, 따라서 복용시 주의하지 않으면 환자의 건강에 사소하지 않은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전자는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복용되기 때문에 약효가 강력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여성의 통제하에 수월한 접근성을 유지할 때 오히려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한편 출산에 관한 여성의 통제권 확보는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전-피임약과 달리 사후-피임약만 의사 처방을 필요로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사전-피임약을 의사 처방의 관할하에 두고, 사후-피임약을 일반 여성의 통제하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의료 정책이 제시됐습니다.

이같은 의료 정책 입안자들의 명목상 이유는 사후-피임약이 여성의 신체에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사전-피임약을 의사 처방의 관할로 이동시키는 이유가 섞연치 않아집니다.

만약 사전-피임약이 사후-피임약보다 강력한 효과를 지닌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비상시에 일회적으로 사용하는 약보다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약이 환자에게 더 위협적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설명이 부가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정부 출산정책과 피임약 관리법을 연동시켜 생각하면 불투명한 문제는 사라집니다.

신자유주의는 복지를 후퇴시킴으로써 자녀 양육과 교육에 관련된 부담을 가계에 전가시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율 저하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만약 정부가 출산율 저하를 방지하고자 한다면 자녀 양육과 교육에 수반되는 복지비용을 확충해야 합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에서 정부의 복지확충은 기업의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기업이 부담해야할 세금을 줄여 이윤을 확보하려고 할 때 국가 재정은 위축되고 사회의 전반적인 복지 수준은 후퇴합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의 도입은 복지의 혜택이 절실한 계층에 위협을 가하고 이들 계층의 사회에 대한 저항과 불만을 가중시킵니다.

결국 기업의 통제를 받는 정부는 공권력을 강화시켜 이들의 저항을 누그러뜨려야 하고, 반면 시장에서 이루어지던 정부 간섭을 회수해야 합니다.

이를 작고 강한 정부라 합니다.

사회의 전반적인 출산율 저하는 어쩌면 복지 후퇴에 대한 서민들의 저항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출산율 저하는 복지 후퇴로 인해 야기됐지만, 복지를 확충하지 않고 미래의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출산율을 증대시켜야 하기 때문에 꼼수를 부려야 합니다.

출산율 확보를 위해 공권력을 투입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사전-피임약을 의사 처방의 관할로 돌리려는 의료 정책 입안은 피임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정상적인 출산에 대한 여성의 통제를 약화시킵니다.

이는 복지비 확충 없이, 공권력 투입 없이 간접적으로 출산율 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그런데 사후-피임약에 대한 접근성 강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제한된 정보에 의존할 경우, 정확하지 않지만 이는 약사와 의사의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쉽게 말해 빼았긴 자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로 보답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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