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내일 회사가 안쉰다는거 같아 멘탈이 음슴체
면접보러 서울갔다 개털리고 돌아옴
털린거 우울해서 술사러 근처 이마트 갔더니 이마트 문닫음되는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롯데마트로 발걸음을 돌리는 찰나에 양복입은 이인조랑 마주침기분도 안좋은데 "복이 많아 보이시네요" 드립을 시전함열받아서 그냥 무시하고 갈라는데 내 옷 잡고 "근데 사주가 꼬여서 운이 안좋으시네" 추가타를 날림오늘 일진이 안좋아서 그러니까 그만하라고 한 번더 튕김그랬더니 "오늘 일도 다 사주팔자가 꼬여서 그래요, 잠깐 앉아서 얘기좀 합시다." 라고 날 꼬심앉아 있을 시간은 없고 롯데마트 가는 길이니까 가면서 얘기 한 번 들어보겠다고 함그랬더니 따라옴롯데마트 가는 내내 하느님에 대해서 늘어놓기 시작함 하느님의 복을 받으면 사주팔자가 풀린다는 말을 30억번 정도 들음그래서 어떡하면 복주냐고 물어보니까 하느님도 뭘 받아야 복을 준다고함아 그렇냐고 그러고 그냥 계속 들음롯데마트도 문 닫음짜증 폭발해서 하느님을 놓고 일기토를 신청함여기서 부터는 대화형식으로 쓰겠음도인1 : 하느님을 일단 믿고 열심히 구하면 복을 주심
나 : 못믿겠음
도인1 : 그게 다 님 집안이 '업' 이 많아서 그런거임
나 : 업이 뭐임?
도인1 : 사람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마음 속에 쌓이는게 업임
나 : 부당한 일은 뭐임?
도인1 : 지나가는 사람 그냥 때리면 그 사람이 억울하잖음? 그런게 부당한 일임
나 : 아, 우리 조상들 길가다 이유없이 맞고 그랬음?
도인1 : 꼭 그렇다는건 아님
나 : 인간이 하느님을 닮게 만들어졌다던데 그럼 하느님도 길가는 사람 때리고 그럼?
도인1 : ㄴㄴ 아님 인간만이 그럼
나 : 그러면 닮은게 아니네
도인1 : ...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심
나 : 그러니까 하느님도 지나가던 다른 신들 치고 그럼?
도인1 : ㄴㄴ 아님 그런 안좋은 일은 악한 신이 주도하는거임
나 : 아 하느님이랑 악한신은 따로 있는거임?
도인1 : 아님 하느님은 혼자고 그 아래에 선신과 악신이 나눠짐
나 : 결국 걔들도 하느님이 만든거 아님?
도인1 : 맞음 ㅇㅇ
나 : 그럼 하느님이 잘못했네
도인1 : 인간은 하늘을 이해할 수 없음
나 : 그럼 님들은 이해 함??
도인1 : "책" 에 쓰여 있음 ㅇㅇ
나 : 책은 누가씀?
도인1 : 하느님이 씀
나 : 하느님이 막 타자치고 펜들고 씀?
도인1 : ㄴㄴ 그건 아님 하늘의 말을 들은 어떤 제자들이 씀
나 : 그럼 사람이 썻네
도인1 : 근데 이게 진리임
나 : 그럼 그 사람이 구라를 쓰면 그게 진리가 되는거임?
도인1 : ... 일단 믿고 따르면 언젠간 복이 옴
나 : 네..?
도인1 : ...
도인 1이 울거 같은 표정을 짓자 도인 2가 개입함
도인2 : 이 분이 생각이 많으시네, 대학생임?
나 : 그렇슴 컴공임
도인2 : 장남임?
나 : 장남임 ㅇㅇ
도인2 : 조부모님은 살아 계심?
나 : 친가는 돌아가시고 외가는 살아계심
도인2 : 아버님쪽에 업이 많이 쌓여있음
나 : 그러니까 업이 뭐.. 됐음 그래서 어떻게 하면됨?
도인2 : 일단 선을 행하면 됨
나 : 차에 치일거 같은 사람 구하고 그러면 됨?
도인2 : 그런것도 됨. 근데 일단 믿어야 함
나 : 차에 치일거 같은 사람 구하면 신성모독 아님?
도인2 : ?
나 : 그 상황도 하느님이 펼쳐놓은 상황 아님?
도인2 : 그거는 악신이 ..
나 : 악신은 하느님보다 쌤?
도인2 : 그렇진 않은데 악신이 그러는거임
나 : 그럼 그때 하느님은 뭐함?
도인2 : "하느님도 바쁘신데 그렇게 여기저기 신경 못쓰심"
나 : 아 전지 전능한게 아니네
도인2 : ㄴㄴ 전지전능함 근데 대통령이 있으면 장관들이 있듯이 신계도 구조가 그럼
나 : 악신이 선처리 후보고 이런거임?
도인2 : 그건 아님 어쨋든 악한일은 악신이 시킴
나 : 근데 악신은 하느님이 시키는거 하는거 아님?
도인2가 딴소리를 시작함
도인2 : ... 믿음이 없으면 복이 안옴. 일단 책을 읽어 드릴테니 들어보셈
나 : 악신이 하느님보다 쌤?
도인2 : 43페이지에.. 인간은 하늘을 섬김에 어쩌구..
도인2 : 세상이 말세임으로 어쩌구..
나 : 말세인건 어떻게 암?
도인2 : 책에 써있음
나 : 아.. ㅇㅇ..
나 : 근데 예전부터 궁금했던게 있음
도인2 : 뭐임?
나 : 지금 이러고 앉아 있는것도 결국 하느님이 하는거 아님?
도인2 : 하느님은 세상 모든일을 주관함
나 : 그럼 내가 안믿는것도 하느님이 하는 일임?
도인2 : 악신이 그럼
나 : 아니 그러니까 결국 하느님ㅇㅇ 인정?
도인2 : ...
나 : 그럼 내가 의심을 갖는것도 의심이라는걸 만들었으니까 그런거 아님?
도인2 : ...
나 : 애시당초 믿게 만들려면 처음부터 그러던가 아니면 의심을 만들지 말던가 해야되는거 아님?
나 : 내가 생각엔 하느님은 그냥 장난을 치는거임. 만약 있다면 ㅇㅇ
도인2 : 의심은 인간이 하는거임
나 : 아까 한 얘기 또함? 그러면 내가 여기서 그냥 가는것도 하느님이 시키는거 맞음?
도인2 : 에이 맞는건 이게 맞는거지.
하면서 날 툭 침
아 헐?
그래서 그냥 집가서 맥주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