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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스포/브금] 죽어 - 호무사야
게시물ID : animation_3151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2
조회수 : 3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05 00:12:09







죽어, 혹은 죽음 같은 비일상의 단어는 그 자체로도 사람의 정신을 자그맣게 파먹어, 약간의 시간을 사라지게 한다는 거, 알고 있어? 논리성을 떠나서, 그 단어들은 정신을 파고먹는 것일까, 시간마저도 파고먹는 것일까 싶어. 단어가 가지는 증오도 아닐거야. 죽음은 차라리 슬픔을 지닐텐데, 우리는 그렇게 받아들이진 않잖아? 그래서 너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나는 너의 손의 차가움을 이렇게 느껴. 목을 졸리고 있음에도 지껄일거야. 너는 알고 있어.

잠자리에 누워 나의 끝, 죽음을 생각해본 적 있다면 알고 있을거야. 눈물날만큼 허무하고 공허한 끝에 대해, 그 죽음에 몸부림 치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내가 늙어 죽거나, 불의의 사고로 죽은 그 이후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 하지만 죽는다는 사실 자체가 무섭고 두려운 건 아니야. 불타고, 끝나고, 그 모든 잿더미조차 허무가 되는 것이 슬픈거지. 그게 진짜 죽음인거고, 나는 그래서 나의 사랑을 한번 포기했던거야. 남겨두기 위해서, 겪을 내가 없더라도, 허무를 마주하고 싶진 않았으니.

너도 알아. 끝없는 구멍을 바라보는 기분이잖아. 공포와도 다르고, 거부감과도 다른 그 시선. 빛조차 없는데도 내가 반사되는 듯한 그 애매한 경계선, 그리고 내가 전학생을, 아케미 호무라, 너를 보는 감정이 그래. 너는 허무해. 모두 불태운 뒤의 잿더미조차 없어. 그게 네가 생각하는 죽음이야. 나는 그 죽음의 뜻을 알아.

전학생 너를 보는 것은 그 심연을 보는 것만 같았어. 두려움과는 달랐고, 공포도 아니었지. 너는 그랬어. 내가 특별히 너를 신경 쓰게 되는 이유는 네가 숨기는 모습 때문이었을까. 흔히 전학생을 바라보는 학우들이 가지는 느낌이 아니었고, 그래서 나는 너를 대하는 방식을 규정하기 힘들었지. 그래서 나는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가장 가지기 쉬운 태도를 취한거야.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잘못과 더불어. 그리고 그건 너도 그러하겠지


틀렸어, 너는. 나는 전학생이 아니야


그건, 증오야, 전학생.

너는 전학생이야.

증오라는 행동을 선택했음에도, 나는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애매한 경계를 나는 어찌할 수 없었어. 아는 것이 없었고, 의심에서 그칠 수 밖에 없었지만, 나에게 남은 게 적의였을뿐. 소거법을 통한 감정이란 온전치 않아. 그렇게, 온전한 적의는 아니었지만, 나는 너를 적대해야만 한다고 여겼어.

그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너의 잘못이라고 나는 기억해. 기억하지 못하지만 기억해. 그럼에도 나는 전학생 너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없었어


그만둬. 나는 전학생이 아냐


아냐, 전학생은 마도카가 아니라 너라는 걸 알아. 전학생이 아니지만 너는 맞아. 이 은의 정원에 춤추는 네가 바로 전학생이야. 외부에서 왔고, 우리 모두를 알고 있으면서도, 마도카조차도 알고 있는 너를.

나는 마도카를 모르기에, 그릇된 것은 내가 아니야.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내가 잘못되었다고 인식하는 네가 잘못된거야. 당연한 논리야.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 확언할 수 없으니 부유하고 있었어. 너에게 나의 증오를 남기는 것이 맞을지.

그렇게 이어지지 않았어. 쿄코와의 일상을 보낼 때에도, 마도카와 친해지기 시작한 때에도, 마미 선배와 찻집을 찾아다닐 때에도, 너에 대한 나의 행동을 규정할 수 없었어


그래서, 따라왔다고?


그래서 전학생은, 아케미 호무라, 너는 나에게 멀었어. 나는 이제야 은의 정원에서 부유를 끝내고 너에게 날갯짓 하는거야. 너의 슬픔을 향해, 너의 죽음을 향해. 나는 너를 이렇게 따라온거야. 원망을 하려했고, 증오를 비치려고 했어. 이 차가운 시선과 손을 미워하고 싶었어. 너는 누군지 모를 누군가를 배신했고, 져버렸으며, 그 의미를 돌려버렸으니까


...나는...나는...


나는 목을 졸리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있는 지금도, 나는 너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고 있어. 그렇게, 나는 기억하고 있으니까. 악마의 손길을, 전학생의 손길을. 은의 정원에서 나의 목을 조르며 나를 증오하는 한 전학생을. 그런데, 나는 누구를 전학생이라고 하고 있는거지? 너는 알고 있을까. 얼마 전 전학온 아이는, 그 이름이, 카나메 마도카였나, 아케미 호무라였나. 아케미 호무라는 전학생이 아니었는데말야, 그렇지, 전학생?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게 될 소녀 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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