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건져올린 유품 중에 뿅망치와 축구공이 있다고 합니다.

수학여행에 들뜬 꿈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지요. 그 또래 사내녀석들, 딴 거 없습니다. 숙소 앞 넓은 잔디밭에 공만 하나 놓아두면 하루종일이라도 지치지 않고 놀 수 있습니다. 자고로 사내녀석들은 같이 공차고 땀 흘리면서 친해지는 법입니다. 이 녀석들 그렇게 놀다가, 숙소에 밤이 오자 우르르 PC방으로 몰려갑니다.

그 사이, 여자아이들은 큰 방에 하나둘씩 모입니다. 이 소녀들 딴 거 없습니다. 그저 뿅망치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평소 TV에서 봐뒀던 각종 게임을 하며 까르르 웃고..밤새 그렇게 좋아라 박수치며 즐거워합니다. 게임엔 벌칙이 있고 벌칙엔 무시무시한 뿅망치가 제격이죠. 자고로 우리네 딸내미들은 이렇게 둥글게 모여 앉아 뿅망치 하나로도 친구가 됩니다.

이 아이들은 축구공과 뿅망치를 가지고 수학여행을 신나게 즐겨보자는 소박한 꿈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어떤 녀석들은 공을 차면서 호날두와 메시가 되는 꿈, 어떤 소녀는 뿅망치를 잡으면서 장차 법조인이 되는 큰 꿈을 꿨을 겁니다.  

잊지 맙시다. 꿈을 싣고가던 단원고 아이들을. 축구공과 뿅망치를 챙기며 설레였을 우리 세월호 아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