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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령을 믿으시는지요.
게시물ID : panic_330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akenC
추천 : 42
조회수 : 535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7/12 15:24:54


제 부모님은 아주 늦은 나이에 잘 낳으셨습니다. 두분 모두 47년생이신데 제가 81년생이니 그 시기 분들 치고는 굉장한 늦둥이입니다.

아이가 안생기니 어머니께선 모진 시집살이를 하셨었는데, 그러다 생기고 태어난 제가 덜컥 아들이다보니 외할머니께선 절 정말 이뻐해주셨더랬습니다.


그랬던 외할머니께서 1995년에 돌아가셨습니다. 호흡기에 간신히 연명하시면서도 서울서 있던 제가 부산에 도착해서 할머니! 하고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숨을 거두셨습니다. 외손주인 저를 그만치 이뻐하셨었지요.


그 뒤로, 간혹 당집에 간다거나 하면 아무 걱정 하지 말아라고 네 뒤에 계신 분이 널 끝끝내 지켜주실 거라는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 외할머니와 관련된 일화를 얘기해볼까 합니다.


1. 2006년


대학교 입학할 당시에는 지금같은 학과제가 아니라 학부제였습니다. 동양어문학부로 입학했는데, 군 제대하고 와보니 과로 갈라지면서 저는 중어중문과로 되어있더군요.


원래 일문과로 가려해서 일본어 공부만 했는데 과가 중문과가 되어있으니 공부에 흥미도 없고 아무 재미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4학년이 되었습니다.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학교로 단체 연수를 가게 됐는데, 이걸 정말 가야하나 가봐야 중국어도 못하는데... 싶어 고민하던 중, 일단 가긴 가야하나... 하며 알바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수는 3월에 출발이었고, 접수는 1월부터였으니 한창 방학 기간이었죠.


야간 알바를 하면서 고민을 계속 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자려고 누워있었습니다. 샤워를 하니 몸도 노곤노곤하고, 전기장판의 온기에 취해 잠이 들려는 찰라 모로 누운 제 등을 누군가가 부드럽게 어루만지더군요.


저희 부모님은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맞벌이를 하셨었습니다. 전 아침 무렵에 자려고 누워있었으니, 집에는 아무도 없었죠.


그런데 제 등을 누군가가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놀라긴 커녕 너무 포근하고 좋더라구요.

그리고 제 귓가에 누군가가 속삭였습니다.


"환아, 괜찮다... 다 괜찮다. 잘될게야. 환아, 이 할미만 믿고 앞만 보거라... 괜찮다... 괜찮아... 잘 될게야..."


외할머니였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제 등을 어루만져 주신다고, 그런 느낌이 딱 들더군요.


그리고 그 길로 망설이지 않고 중국 연수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중국어로 지금까지 먹고사는 중입니다.



2. 2009년

중국 연수를 끝내고 지금은 위세가 많이 죽은, 게임회사 한군데에 취업이 된 저는 서울로 올라와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걱정을 많이 하셨었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홀로 고시원에 올라와 직장을 다녔지요. 


중국어 덕분에 회사 생활은 매우 순탄했습니다. 지금은 게임업계에도 중국어 가능자가 많지만, 저 당시에는 정말 드물었으니 말입니다.

연봉도 탄탄히 잘 오르고, 직급도 순탄했지요. 그러던 중, 수시로 외할머니가 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게 호통을 치시기도 하고, 어딘가를 가리키며 눈을 막 가리키기도 하시고...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 이거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싶어 고향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뭔가를 숨기시는 느낌이라, 자세히 캐물었더니

아버지의 지병인 당뇨 합병이 와서, 아버지께서 시력을 잃으셨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그길로 회사를 접고 고향으로 귀향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살게 되었습니다.



3. 2012년

그러다가 아버지 병세가 아주 호전되었고, 저는 다시 회사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했지요. 신혼집을 인천에 차리고, 회사는 서울인 상황에서 그럭저럭 평온하고 안정된 하루하루가 흘러갑니다.


다시 며칠 전 꿈에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배를 가리키시며 호통을 치십니다.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봤습니다. 다행히 저와 아내는 아무 문제가 없더군요. 

다시 꿈에 할머니께서 나타나셔서, 제게 다시 호통을 치십니다.


이번에도 아버지께서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가셨다가 췌장암 초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저도 오늘까지 근무하고 연차를 내서 고향에 내려갑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서, 수술하면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별로 재미는 없는 일화들입니다만 사실 저것보다 굉장히 더 많습니다. 하루 18시간 운전하다가 깜빡 졸았는데 할머니께서 호통을 치셔서 깨어나보니 중앙분리대 직전에 멈춰섰던 일도 있고...;;(반성중입니다. 이제 졸리면 꼭 휴게소에서 한숨 자고갑니다)


여튼, 저는 수호령? 의 존재를 믿습니다. 귀신도 믿구요. 

마무리를 어찌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일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죄짓지 말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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