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수 없는 추태, e스포츠협회는 뭐하는 곳인가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추태가 e스포츠 현장에 벌어지고 말았다.
16일 서울 용산 e스타디움에서 벌어지던 스타크래프트 MSL 예선이 게임단 소속 선수들의 퇴장으로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게임단의 퇴장은 양 방송사와 e스포츠협회(KeSPA)간 중계권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본보는 그동안 방송사와 협회가 지혜를 발휘해 슬기롭게 중계권 협상을 풀어갈 것을 촉구해 왔다. 아무리 언론이라고 해도 이해가 얽힌 협상에서 어느 한 쪽이 옳다고 편을 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본보는 현 시점에서 어떠한 경우든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몰아내는 행위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드디어 스타크래프트가 범 국민적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스포츠로 발돋움하려는 시점이다. 이와 같은 때 게임 관계자들의 내부 갈등이 있다고 해서 국민들을 상대로 한 서비스 제공을 포기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은 것이다.
15, 16일 양일간 벌어진 온게임넷, MBC게임 스타리그 예선 결과를 알기 위해 케이블TV와 인터넷에 수많은 팬들이 매달려 있었다. 이들은 오늘날의 게임단 선수들을 스타로 만들어 준 은인들이다. 자신의 은인들이 리그 중단이란 상식 밖의 결과에 분통을 터뜨리건 말건, 게임단에겐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닌듯 하다.
단체전인 프로리그 중계권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서 전혀 별개인 개인전 스타리그 퇴장을 감행한 게임단은 이제 앞으로 모든 일정에서 엄청난 도덕적 책임까지 감당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e스포츠협회(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에 대한 팬들의 의혹이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협회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먼저 명쾌히 해소한 후에 뜻하는 사업들을 지속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보는 국민들 가운데는 이번의 중계권 논란을 협회가 일으킨 평지풍파로 보는 사람이 상당수다.
수 천년 전통의 바둑과 달리 스타크래프트는 미국 게임회사인 블리자드라고 하는 매우 분명한 지적재산권 소유자를 갖고 있다. 상식적으로 판단컨대, 협회가 중계권을 파는 상업적 행위를 할 경우 블리자드가 자신들의 권리를 소유하고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방송국이 무료로 중계할 수 있던 시절과 아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심지어, 협회가 중계권을 판다고 해도 상당 부분이 블리자드에 흘러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조그마한 케이블 방송국들한테 수 억원을 받아서 미국 게임회사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협회는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해결책부터 제시하고 중계권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 갈수록 판이 커지고 있는 e스포츠 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자는 협회의 명분을 살리려면, 정책의 투명성부터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16일 경기장을 뛰쳐나간 선수들의 복귀가 가장 시급하다.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돌아오고 싶어도 더 이상 팬들의 환호가 쏟아지던 그 경기장은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게임단과 선수들 입장에선, 그동안 방송국들에게 서운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경솔한 행동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알릴 여지를 스스로 걷어차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방송국들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부당하게 막고 있는 공룡으로 비쳐진 측면은 없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새로운 미래가 바로 눈앞에 다가온 e스포츠 시장에서 각 구성원들이 안고 있던 불만이 끝내 이런 불미스런 사태를 일으키고 말았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 해결을 e스포츠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는 것이 이번 사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장경순 경제전문기자
[email protected] 장경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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