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을 잃은 후부터 차에서 잠을 자는 유족 부모님이 있습니다. 낮엔 집에 아이가 없어도 학교에 간 것 같아서 견딜 수 있는데 밤에 부부만 집에 있다보면 딸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게 실감이 나서 견딜 수가 없는겁니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차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집에 들어가 씻기만 하고 다시 나오는 생활을 한 달 이상 하고 있습니다..
* 아들은 사라졌어도 아들 방에 아직 아들 냄새가 남아있다며 매일 아들 베개와 이불을 끌어안고 있는 어느 유족 엄마. '이젠 제발 그 방에서 좀 나와라..' 고 말했던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은 냉정한 인간..’이란 비난을 들고는 아무 말도 못하고 매일 아들 방 밖에서 숨죽여 울며 지냅니다..
* 하나뿐인 딸을 잃은 어떤 엄마는 남편에게 아이를 가지자고 합니다. 나이가 많아 안된다는 남편에게 ‘지금 임신하면 우리 딸이 환생할 거 같다..’며 매달리고. 애원하는 아내가 가엾어서 남편은 매일 구슬비처럼 웁니다..
유족 부모님들 개인의 내면은 이러하지만 이들이 늘 나와있는 분향소와 가족대책위 사무실 주변에서 마주치는 부모님들의 얼굴은 대체로 고요하고 무표정합니다. 내면에는 선혈이 낭자하지만 그럴수록 무표정해지는게 사람 마음의 법칙이기도 하니까요.
옆에서 보기엔 ‘이젠 상처에 딱지가 앉았나보다, 시간이 가니 아물어가고 있나보다..’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닙니다.
유족 부모님들의 심리적 시계는 4.16일에 멈춰 서 있습니다. 이분들의 온 마음, 온 기운은 아직 세월호 주변과 그 안에 있는 아이들 곁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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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유족 부모님 개인상담을 주로 유족들 집에서 합니다. 아이가 있던 공간과 사투를 벌이는 분들이 많아섭니다..
아이 방에 함께 들어가서 아이 침대에 걸터앉거나 아이 책상에 기대고 앉아서 함께 얘기하다 울다 얘기하다 울다... 합니다. 한달여 차에서 자던 유족 부모님도 지난 주 처음으로 집에서 잠을 잤습니다.
아이를 가지자던 엄마도 지난 주엔 "내가 새생명을 '죽은 아이를 대리하는 존재..'로만 생각했었구나.." 하는 생각까지 심리적 진도가 나갔습니다. 합리적인 생각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하늘로 간 아이를 충분히 그리워할 수 있게, 기억할 수 있게 해주고 , 그 기억에 누군가가 함께 심리적 참전을 해주는 것.. 그것이 애도입니다. 애도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면 사람은 충분히 합리적인 생각, 합리적 판단을 합니다.
이 분들이 지금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건 원래 비논리적인 사람이었거나 생각이 짧아서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애도과정이 이뤄지지 않아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