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째 식당을 하시는 어머니를 둔 사람으로
정말이지 우리나라 외식, 회식문화가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일단, 19년 째 전라도에서 식당을 하고 계시기에
지역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험에만 비추어 말하는 것이기에
이 주장은 꽤 주관적이기도 하지요.
가끔 소비자고발같은 프로그램보면
정말 심각한 식당들을 보는데,
제가 봐도 역겹고, 비양심적인 경우 많죠.
그런데, 반대로 식당을 하면서 보면,
손님들도 좀 바뀌셔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전반적인 인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1. 가격적으로 제 값 못 받는 한식.
요즘 서울에 김밥천국을 가도 된장찌개가 5천원은 넘죠.
개인적으로 김천의 김치찌개는 끓이고 또 끓여서 정말 먹지 못할 음식인데도, 5천원입니다..ㅠ 임대료와 인건비 탓이지요.
물론 여긴 시골.
전라도 중에서도 광주인데, 여긴 재료도 풍부하고, 임대료도 싼 거 맞아요.
그런데, 한식업을 하는 사람으로 좀 억울한 건,
상차림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이태리 요리를 즐겨하지만,
광주 어디가서 먹어보면 제대로 하는 곳 많지 않거든요.
저도 어디서 어떤 형태로 파는지 아는 재료들,
대충 중국산 칵테일 새우와 버섯통조림, 휘핑크림 등으로 맛내고
12000원 정도 받는 현실이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제대로 하는 곳도 많겠죠.
하지만, 기본적인 인식의 문제 말입니다.
한식은 자주 먹는 주식이니까 싸야하고,
이태리음식은 가끔 먹으니까 비싸도 되는...
솔직히, 임대료 인건비(레스토랑에서는 한달 120만원에도 서빙 쓸 수 있죠. 저희같은 한식점은 절대 못합니다...)
재료비 등을 다 한다고 해도,
저희집의 6천원짜리 백반, 6천원 짜리 국밥이 훨씬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전라도 한정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라도 백반을 드셔보신 분이라면 아실겁니다.
반찬가지수가 어마어마하죠...
전라도의 음식문화가 원래 풍성한데,
세상이 변하고 살기 어려워져 정말 손님들의 요구를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위생상 모든 그릇을 사기그릇으로 쓰고,
나물3-4가지, 마른반찬 4가지, 샐러드와 전 2-3가지, 초무침이나 겉절이, 김치,2-3가지, 메인(제육볶음 이런거), 탕,
갓 지은 밥은 리필 공짜...
심지어 탕은 전골처럼 굳이 불에 올려서 먹는데,
가격은 6천원입니다.
저희 집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집 보리밥집 이런덴 더 심하고요.
전라도 특성상 반찬을 놓을 때 조금씩 놓는 걸 손님들이 인색하다고 여기셔서
대부분 그득그득 담아 주고, 거의 재활용하죠.
물론 저희는 아예 상 위에서 모두 버리지만 어떻게 아냐구요? 일하러 오시는 아주머니들 때문에 압니다.
첫번째로 반찬을 조금씩 놓질 못하시고,
두번째로 버리라고 버리라고 해도 아까워서 그냥 가져오실 때 있습니다;;
서울과는 많이 다르죠...?
그렇습니다 여기는 인심 좋은 전라도니까요.
그렇다보니 자꾸만 식자재를 싼 거를 선호하게 됩니다.
시장가면 중국산이 거의 지배적이고요.
국산은 구하려고해도 2-3배 비싸거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쌀,김치같은 것도 중국산 많잖아요.
백반에 나오는 고등어구이까지 원산지 공개하라는 방송 봤는데요.
아마 모르시는 게 나을 겁니다.
우리가 나가서 먹는 점심들은 거의 중국산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좀 합리적으로 가격이 책정되었으면 좋겠는데,
슬프게도 반찬 가지수를 줄일 수도, 가격을 올릴 수도 없습니다...
이런 귀찮고, 제 값 못받는 장사를 하는 저희의 잘못이지요...ㅠ
2. 어마어마한 음식물쓰레기
한식 뷔페가 아닌 이상,
저희 집처럼 기본 찬이 14가지 정도 되는 집,
음식물쓰레기 상상이 되시나요?
저는 손님들이 이 많은 양을 해치우고도 리필해달라는 것도 신기한데
문제는 리필할 경우, " 많이 가져다 주세요" 말씀 함부로 하지 말아주세요 ㅠㅠ
아니면 다 드셔주세요...
정말 쓰레기가 너무너무 많아요 ㅠㅠ
저희집은 초인적인 어머니께서 농사까지 지으셔서
기본 양념같은 양파,파,마늘,배추,무,감자 등등은 농사진 겁니다...
돈을 떠나서, 정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힘들게 농사진 건데 쓰레기로 나오는 자식같은 것들을 보면 마음 진짜 아픕니다...
여긴 아직 시골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지역특색상, 반찬 조금 담아가면 화를 내십니다.
누구 코에 붙이냐고.
오늘 나가서 모밀 먹었는데 찬이라곤, 깍두기 3점에 단무지 2점..
왜 손님들은 한식점에만 와서 인심 운운하시는 겁니까..ㅠ
3. 정말 뭐같은 회식문화
사실 회식 잡으면 손쉽게 매출 올립니다.
인원수가 많아서고 예약이기 때문에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어서죠.
바가지요? 그런건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잘 먹어놓고, 후식까지 대접해도 음료수 값 후려치고 카드로 계산하시죠 ㅠ
음료수 값 2천원이면 깜짝 놀라시면서
저희를 도둑놈보듯 보시는데... 10년전에도 천원이었습니다...ㅠ 마트에서 사시는 거랑 유통가는 정말 다르거든요.
회식문화...
그냥 사람들이 많아서,
회식 때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이해합니다. 그런데 바뀌어야 합니다.
밥 그릇 반찬그릇에 담배쟤 털어넣는 건 기본이고요.
(금연이라는 푯말 안지키시죠..
댁에서도 식사 후에 담배피시면서 밥그릇에 담배쟤 털어보세요...)
먹지도 않으면서 왕창 달라고 하고,
누룽지 같은 것도 스무개 주문하면 절반은 손도 안댔는데 그냥 다 버려야 합니다..
물론 저희야 돈 버니까 좋죠.
그런데 정말 쓰레기 !!
그리고 그 누룽지는 중국산 사온 것도 아니고
남은 밥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똑같은 밥 장시가 눌러서 만든 진짜 누룽지입니다 ㅠㅠㅠ
그리고 술 드시고 주방까지 오셔서
빨리 내 놓으라고 진상부리시고...
심지어는 몇 번 회식으로 매상 올려줬으니까
저희 집에 있는 장식품들을 달라고 요구하시거나,
어떤 손님은 꽃이 많다고 그냥 화분을 들고 가십니다. (꽃도 키웁니다..)
저희집만 그러는 걸지도 모르는데
그런 횡포가 너무 많습니다 ㅠ
그놈의 술,
매상 올려주는 술 때문에 정말 별 꼴 다봅니다.
전 왜 굳이 회식자리에 머릿수의 2-3배하는 양의 술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고주망태 될 때까정 마시고 진상부리는 회식문화,,,
그리고 저한테 담배 심부름 시키시는 손님들...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리고 술 취하셔서 그런지
가시고 나면 정말 바닥까지 음식물 다 흘려놓고, 엎지르고,ㅠ
정말 전쟁터...
아니 이렇게까지 지저분하게 먹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더럽습니다...
회식만 했다 하면 음식물쓰레기 장난 아니고요...
4. 부록 - 구청의 횡포
한 달 전 쯤, 저희 어머니께서 차마 거절을 못하시고, 저희 지역구 무슨 후원의 집이 되었는데요.
어제 100명의 지역 (독거?)노인분들 식사대접을 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진행하는 행사였던 것 같고,
저희가 후원이랍시고 100% 자부담했습니다.
공익 3명이 와서 서빙 도와줬구요.
물론, 한 평생 나누고 살아온 저희 어머니 입장에서야
좀 부담 되어도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저희가 형편이 좋을 땐 그런 일들도 마다않고 했죠.
하지만 지금 저희 가게 재정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인데,
삼계탕 100인분을 대접했고, 그에 대한 돈 몇 %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좀 그렇습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복받을 거니까 괜찮다고 하시지만,
저는 시정에 좀 화가 나는 겁니다.
쓸데없는 공사와, 동사무소같은 건물들에 예산 낭비하는 거 다 아는데
저희 구 공무원들 뇌물 혐의 정말 많은데
막상 마땅히 써야하는 복지사업에는 후원이라는 미명 하에
슬그머니 공짜로 진행하는 이 불편한 진실.
그래놓고 사진찍고 난리죠.
구에서 이런 일을 했다고 말입니다...
정말,,,
요즘 요식업 자영업은 거의 입에 풀칠도 안됩니다.. 식당이 해도해도 너무 많아요 ㅠ
이 가게도 제 이름으로 해서 제 앞으로 빚이 많거든요.. ㅠ
그냥 그렇다구요 ㅠ
식당하시려는 분들,,,한식은 웬만하면 하지마세요..
비싸고 반찬가지수 적은 외국음식 하세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