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니까 궁서체)
어제 저녁에 아는 동생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PC방에서 나왔을 때 말이야.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지.
난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하고 있었고, 너는 그런 나를 가만히 내려보다가 네 가방에서 우산을 꺼냈어.
그러고는 조금씩 오는 그 비를 맞고 서 있는 내 머리 위에 씌워주었지.
나는 그 사이에 다른 동생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어.
나는 네가 나에게 우산을 씌워 줬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는데, 너는 어느 새 우산을 들고 내 옆에 서 있더라고.
이건 뭔가 싶어서 너를 올려봤어.
너는 나보다 어린데, 키는 나보다 한참 커서 늘 그렇게 올려 볼 수 밖에 없었지.
내가 올려보니 너는 괜히 멋적어하며 집으로 가자고, 나를 이끌었어.
그런데 내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우산 하나를 둘이 쓰고 걸어가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더라고.
그래서 너는 나에게만 우산을 씌워주고 비를 그냥 맞고 있었지.
난 그게 너무 미안한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하고 빨리 집에 가자고 했지.
그래서 ...
그래서 그냥 가방에서 내 우산 꺼내서 썼음.
내가 우산 꺼내니까 "뭐에요, 누나! 우산 있는데 왜 없는 척함!?"하며 깔깔 웃는 이쁜이.
미안하다, 속일 생각은 없었다. 꺼내기 귀찮았을뿐...
로맨스 그딴 것 음슴. 하... 나란 여자... 준비성 참 철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