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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해 여름.
게시물ID : freeboard_3159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모
추천 : 0
조회수 : 12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8/10/06 17:10:05
흐르는 땀을 훔치며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놀려 가파른 경사를 올랐던 산행의 기억.

끝이 보이지 않아 왠지 질려버린 내 옆에 어떤 풍채좋은 아저씨 한분이 더시더니 넌지시 말을 건넨다.

 

산행은 할만하신가 라고 하시기에 참 오라지게 높네요 라며 예의란 던져버린 자세로 말을 받아치니

아저씨게서 껄껄 웃으며 산의 끝에서 얻을 수 있는것보다 끝이 아닌곳에서 얻을수있는게 더 많다네 라고

이야기 하시곤 이내 휘적거리시며 먼저 앞으로 나아가셨다.

 

그저 난 아저씨의 말씀은 귓등으로 듣고 헉헉거리며 앞으로 갈 길만을 생각하며, 적당히 숨을 돌리고

다시금 산을 올랐다.

 

물이끼가 자라 미끄러운 돌을 건너고,

빽빽히 들어차 희미한 빛만이 가득한 수림을 지나,

하얀색 안개가 낀듯한 뭔가 몽롱한 구름을 뚫어,

 

계속 계속 위로 향하다 보니, 어느덧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100m라고 적혀있었다.

 

얼마 안남았네. 라며 속으로 위안을 하며 조금만 더 힘내자 라고 최면을 걸듯 자신에게 이야길하곤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이내 도착한 정상.

 

발 아래 땅에는 거대한 산맥이 용틀임하고있고 , 머리위 하늘은 연푸른빛 바탕에 흰점을 찍어놓듯 태양이 뿌옇게 번져가고 있었다.

 

뭔가 뿌듯한 마음이 내 속을 감싸고 , 목이 터져라 야호 라고 질러대니 저 멀리서 야호 라며 화답을해준다.

준비해온 포카리스웨트를 원샷하니 세상 어떤 음료수보다 달고 맛있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잠시 바위의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그렇게 세상을 굽어보니 흡사 내가 초월자라도 된듯한 느낌이 드니

어쩐지 자랑스럽고 부끄러웠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 일어나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응? 여기 내가 올라온 그 산이 맞나?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차마 말로 할수없을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내 눈에 담겼다. 그리고 무언가 시원한 소리가 내 귀를 스쳤다.

달콤하면서도 싸한 향내가 내 코에 들어온다. 어딘지 모르게 공기를 머금어 달콤한 공기맛이 느껴진다.

 

뭔가 알것 같았다.

왜 아저씨가 그런 말을 했는지.

하지만 뭔가 미묘했다 . 내가 느끼는게 맞는가 싶었다. 어려웠다. 

하지만 생각해본다.

 

내가 오늘 산행을 하며 느꼈던 모든 것들. 

힘들게 올라갔던 산행. 그리고 끝을 보고 내려온 산행.

 

그렇구나 . 난 주변을 돌아볼줄 몰랐구나. 너무 앞만 보며 달려갔던 인생이구나. 

주변을 돌아보라는 그런 이야기였구나 ..

 

하지만 아직까지 내 인생은 주변을 돌아보기엔 팍팍하고 힘든것 같다. 하지만 내 곁의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주며 이끌어주고 내 등을 밀어주기에 난 오늘도 힘내본다.

 

200x년도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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