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등, ‘하우스푸어 대책’ 뜯어보니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매머드급 외부 충격이 한국 경제를 급습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하우스 푸어’들이 짊어진 가계부채가 문제다. 여야 대선 캠프는 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있을까.2012년 08월 06일 (월) 10:59:02[255호]
장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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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야 각 후보들의 대선 캠프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잇따라 내놓으며 나름 희망찬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이런 전망과 약속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을 매머드급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그 조짐이 점점 더 현실화되는 남유럽발 세계 금융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한국에 전이되면 제일 먼저 가계부채 부문에서 폭발해 은행위기와 재정위기로 증폭되리라 보인다.
이미 하우스 푸어(house poor)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아파트 없는 중산층이었던 이들은 부동산 상승기에 무리한 대출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매월 막대한 이자비용을 감수하고 있는 ‘아파트 가진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 0.85%로 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집단 대출 연체율 역시 1.71%까지 치솟았다. 가계부채 블랙홀로 하우스 푸어가 첫손가락에 꼽히는 이유다. 이들의 몰락은 가계부채 폭탄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뿐 아니다. 252만명이 이용하는 대부업 연체율은 상반기에 이미 15%를 넘어서며 저신용·저소득층 부채 역시 취약한 고리임을 드러냈다.
ⓒ시사IN 이명익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 물건을 알리는 전단들이 붙어 있다.연체율 급증, 하반기에 터질까
유럽 재정위기가 길어지면서 내수 경기 역시 영향을 받아, 상반기까지 부진했던 경기가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보일 거라는 상저하고(上底下高) 믿음은 깨진 지 오래다. 저성장 고착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이 와중에 가계부채 문제가 큰 숙제로 정치권에 던져진 셈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을 살펴보면 2012년 1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911조원에 달한다. 10년 전 448조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2005년 부동산 경기 과열로 인해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부채가 장기간 같은 추세로 지속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한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부채의 42%가량을 차지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하는 <이슈와 논점> 제492호는 “현재 가계부채 문제는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뚜렷한 처방이 부재하다는 점이 특징이다”라고 진단한다. 정부는 ‘마지막 카드’로 남겨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까지 꺼내들었지만, 이는 가계부채를 더 늘리는 결과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당장 7월2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혜훈 최고위원은 “빚을 더 늘리는 대책이다”라고 염려를 표했다. 민주당 역시 강력히 비판했다. 대선을 앞두고 레임덕에 빠져 있는 정부의 정책 추진력 역시 의문이다.
따라서 관심은 대선주자들에게 쏠린다. 일단 유력 대권주자는 모두 DTI 규제 완화에 반기를 든다.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캠프의 김종인 선거공동대책위원장 역시 7월24일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 정책을 정조준했다. “굉장히 구차한 결정이다. 2008년 미국 주택시장 거품에서 나타난 사건을 봤다면 그런 짓을 다시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에 또 이상 기류가 생기면 나중에는 수습할 수도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각 주자들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먼저 주목하는 것은 침체의 골이 깊은 부동산 거래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다. 다만, 여야의 처방전이 조금씩은 다르다. 새누리당은 전반적인 대출조건 완화를, 민주통합당(민주당) 후보들은 1가구 1주택 하우스 푸어에 대한 선별적 지원 등 ‘각론’에 좀 더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주택담보대출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세 가지다. △높은 일시 상환 비중 △3년 이내의 짧은 만기 △단기 변동금리가 그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대출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거치 기간 연장 및 고정금리로의 변경을 통한 지원이다. 또한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해 집을 원활히 처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대선주자들, 실질적 대책은 미약
민주당 후보들은 좀 더 선별적으로 접근한다. 투기를 목적으로 한 계층보다는, 내 집 마련이 목적이었던 1가구 1주택 하우스 푸어에 한정한 공약들이다. 김두관 후보는 ‘장기 모기지론 제도’를 제시한다. 단기 변동금리를 장기 고정 저금리로 바꾸자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가 보유한 주택을 매입할 경우 한시적으로 취득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문재인 후보는 하우스 푸어를 세밀하게 나눠 접근한다. 신용을 보강하면 자신의 소득으로 대출금 상환이 가능한 계층, 소득으로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한 계층, 사회 안전망이 필요한 계층 등으로 분류해 지원을 달리 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추가로 발생할 하우스 푸어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공정 대출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손학규 후보는 ‘통합 도산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다. 현재는 개인이 회생 절차를 밟을 경우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금리로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손 후보가 제시하는 개정안은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과중한 채무로 개인회생 절차를 밟을 경우 집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느 정도의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정세균 후보는 금융기관과 정부가 공동 출자한 기구를 설립해, 자산 가치는 있으나 거래가 부진한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전환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기존 주택 소유자가 임차인으로 처지가 바뀌지만, 집에 거주하기 원하는 경우 임차 1순위가 된다.
그러나 금융위기 가능성에 비해 대선 캠프들의 현실 인식과 대응 방안이 안이하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손학규 후보를 제외한 다른 캠프들의 가계부채 공약은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개인과 기업의 도산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경우 그 충격을 줄이는 사전 예방용일 수는 있으나 긴급 대처 방안은 아니다. 어떤 후보든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모처럼 대선을 위한 정책팀이 구성된 시기에 관련 방안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