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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게시물ID : humordata_11240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올로스
추천 : 2
조회수 : 56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07/13 17:38:01

대낮, 골방에 처박혀 시를 쓰다가

문 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

계란---(짧은 침묵)

계란 한 판---(긴 침묵)

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계란---(침묵)---계란 한 판

이게 전부인데,

여백의 미가 장난이 아니다

계란, 한 번 치고

침묵하는 동안 듣는 이에게

쫑긋, 귀를 세우게 한다

다시 계란 한 판, 또 침묵

아주 무뚝뚝하게 계란 한 판이 삼천 원

이라 말하자마자 동시에

계란, 하고 친다

듣고 있으니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귀를 잡아당긴다

저 소리, 마르고 닳도록 회치다

인이 박여 생긴 생계의 운율

계란 한 판의 리듬

쓰던 시를 내려놓고

덜컥, 삼천 원을 들고 나선다


출처: 시집 『악어』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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