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스포/브금] 분노 - 크림힐트 그렌트헨
게시물ID : animation_3163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2
조회수 : 49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3/11 01:27:10







 저는 악마님 앞에 서 있어요.


악마님? 다시 한 번 저를 죽여주는 거에요


마도-


마도카가 아니야!


 손에 쥔 화살을 제 목에 겨누어요. 검게 물든 화살은 아름다웠어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나는 마녀야. 너는 사야카에서 비롯된 마녀에게 미키 사야카라는 이름을 불러줬었어? 더러워, 그 입으로 지껄이지 마. 자살해버릴테니까


...


그러니 닥치고 제 이야기나 좀 들어보세요?

 오늘, 혹은 아주아주 먼 내일, 여신님이 세계를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여신님과 같은 착한 분이 세상을 다스린다면 동화는 여기서 끝나야 할테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어요. 여신님이 있으니 여신 님을 미워하는 악마 하나도 함께 살고 있었거든요. 여신님은 세상을 아름답게 다스리고 있었지만, 유일한 오점은 그 악마였어요. 적어도 악마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눈에는 그랬어요. 악마는 여신님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여신님을 경배해 마지 않는 다른 존재들과는 달랐죠.


 그녀는 여신님을 추락시키고 싶어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다른 존재들은 모두 악마를 가까이 하지 않았어요. 여신의 사랑은 모두에게 향하고 있었고, 누군가 독차지 해야하는 것이 아니었거든요. 여신님을 아는 여신의 소녀들과, 여신을 모르는 다른 이들일지라도 여신님의 사랑 앞에서는 평등해야했으니까요. 그래서 다들 악마를 싫어했답니다. 악마가 여신님을 독차지하게 된다면 발생할 무시무시한 일들을 다들 두려워했답니다. 악마가 아무 짓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말이죠.


 물론 악마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누구도 가까이하지 않았고, 누구도 악마에게 다가가려 하지도 않았어요. 악마와 세상은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었죠. 굳이 스스로를 변호하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목표는 여신님을 차지하는 게 맞았으니까요. 악마의 귀여운 사랑이었답니다.


나는 상관없어. 그녀가 없다면 난 언제나 외로울테니까


 악마는 늘 그런 말을 지껄였어요. 악마는 자기자신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답니다.


악마가 또 며칠째 숨어있어

또 무슨 일을 꾸미는걸지도 몰라

우리가 여신님께 말씀 드려야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많은 여신의 소녀들은 악마가 무슨 일을 꾸민다고 여신님에게 보고를 했어요. 여신님은 별 말 없이 소녀들을 돌려보냈어요. 여신님의 웃음은 알듯했으며, 한편으로는 모를 듯 했지만, 그렇다고 소녀들이 그 뜻을 알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당연해요. 여신님은 간섭하거나 이야기해주지 않으니까요. 그저 사랑을 나눠주실 뿐-


그만해


 어머나, 악마님이 화가 났나봐요. 저는 그저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요.


왜 그러는거죠, 악마님?


그런 이야기가 아니니까


당신이 써놓은 시나리오를 부정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작가님이시네요. 보통 유명한 작가님들은 자기 원고는 한번쯤 불태운다죠? 어때요? 제가 집필하던 악마님 연대기인데, 불태우실래요?


 저는 웃으며 말해요. 물론 제가 집필하는 이야기는 동화라서 대대로 입에서 귀로 이어질거에요. 작가에겐 시련은 조금 있는 법이지만, 이야기는 퍼지는 법이니까요.


그래 그렇지, 악마님? 이제 당신 손으로 저를 죽여주세요. 이제 이야기의 끝을 맺을 시간이에요. 나를 묻어주는 거에요. 당신이 이전에 한번 그랬듯이 그렇게 다시 총으로 쏴죽였듯이 다시금 당신의 검은 화살로 나를 맞춰주는거에요 아니면 찔러서 죽여주셔도 좋아요 안타깝고 사랑스러운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끝내기 위해서


 저는 조금 더 다가갔어요. 악마님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어요. 덮쳐버리고 싶을만큼 아름답게 바랜 푸른 입술을 삼켜버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나는 여신님의 조각이었기 때문에 참았어요. 저의 유일한 미덕은 참을 수 있다는 점이죠. 참고 억누른 끝의 저야말로 온전한 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악마님 당신의 손은 미친 듯이 떨려요. 왜 그럴까요?


왜 떨고 계신가요? 여신님은 살아 계시고, 그녀의 불완전한 저만이 이렇게 있어요. 죽여주세요. 죽이는거에요. 저를 당신의 두 손으로 묻어버려요. 그렇게 간직했던 인간의 기억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거야! 난 이렇게 멀리 떠나지만 아마 나는 영원히 남아있을거야. 악마 당신의 그 정체성인 사랑에 의해서 이렇게 여기 남아버리는거지


 악마님의 옷 너머 작은 가슴을 어루만져 줬어요. 누군가 지껄이길 악마님의 심장은 뛰지도 않고 차가울거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네요. 오히려 너무 작고 가련해서 한번 쥐어보고 싶어요. 푸석,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물풍선처럼 터져버릴까요? 이미 터질 것 같은데, 바늘로 찔러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혀로 잠시 그 가슴을 핥아요. 심장이 더 뛰어요. 심장박동은 더욱 아름다워졌어요.


이제 나를 죽일 각오가 된거야? 악마님? 원치도 않은 구원을 멋대로 수행하며, 그 끝에서 나를 떼어내어서 소유하려고 했던 그 용감함은 어디로 간걸까? 왜 떨고 있지? 여신에서 인간을 떼어냈듯이, 그 인간성의 나를 죽이면 이제 모든 것이 아름다워질텐데?


아니, -


거짓말! 날 죽였었잖아! 한 번은 총으로, 다시 한 번은 여신인 나를 이렇게 죽였지? 두 번이란 것은 한번과 세 번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야. 그러니 세 번째로 이렇게 나를 죽여. 나는 악마에게 오롯히 분노를 돌이킬 수 밖에 없는 여신의 불완전함이야! 그러니 죽여!


 저는 조금 더 웃어요. 검은 레이스 치렁치렁한 나의 옷을 잠시 가다듬으며 다시금 말해요. 나는 옛날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었어요. 죽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악마는 여신님을 납치해버렸어요. 그런데 이 영악한 악마는 여신님이 관장하는 세계의 법칙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굉장한 꾀를 하나 냈답니다? 뭘까요? 맞춰보실래요?


 악마는 벙어리가 되었는지 닥치고 있었어요. 꼴보기 싫으니 윽박질러볼까요?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까요? 귀여운 맛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말 해


 그녀는 움찔거려요. 역시 귀엽네요.


싫어? 나를 구하겠다는 멋대로의 소원과 나를 차지하고 싶다는 멋대로의 욕망 앞에서 스스로를 멈추지 않던 악마는 어디로 간거야! 이렇게 부들거리는 쓰레기가 악마였던거야? 웨히히?

 

 끝에 덧붙인 웃음에 악마는 더 말을 잃어요.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는 것 같아요. 광기가 조금 어려있어요. 날개가 있음에도 날아서 도망가지 못해요. 말뚝에 박힌 듯이, 괴로운 표정으로 날 봐요. 그래서 나는 행복해요. 좋아요, 악마의 저런 표정. 더 죽일 듯이 괴롭히고 싶어요. 조금 더, 말이죠.


네가 나를 분리했잖아? 야생 늑대를 개로 개조하듯이, 뇌수를 뜯어서 어딘가를 조종하듯이, 나를 깨부숴서 여신과 나로 나눈거잖아? 인간의 나와 여신의 나. 오직 너에게 반응하는 이 몸뚱아리! 이 몸을 바라고서! 법칙이나 나의 소원따위는 당연히 악마에게 알 바가 아니지, 그렇지, 호무라 쨩?


 악마에게 한발짝 다가가요. 바로 코앞에서 그녀가 개조한 나의 머리를 톡톡 건드려줘요. 이 뇌수는 악마에게 한번 개조당했을거에요, 아마도.


그래, 날 가지는거야. 네가 원한 것처럼 인형이 되어버린 몸이나, 법칙만 가져! 몸뚱아리에 네 타액을 뿌리고 시간(屍姦)을 하건말건 멋대로 하라고! 네가 늘 그랬던 것처럼, 멋대로의 구원을 바랐던 것처럼! 결국 네가 원하는 것은 네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고 대답해주는 이 몸뚱아리일 뿐이잖아! 네가 진정으로 나를 소중히 여겼을 리가 없지, 그렇잖아? -


 순간 말을 이을 수 없었어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악마님은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쥐고서 화살을 목에 찔러 넣었거든요. 피가 줄줄 흐르고, 어쩐지 악마님은 울고 있어요. 악마가 울고 있다니, 세계악마협회라도 있다면 제명당할 꼴불견이에요. 바보같아요. 울면서도 손에 힘은 빠지지 않아요. 그렇게 제 손에 있던 화살은 그렇게 제 목을 통과해요. 바람소리가 지나가요. 이야기의 완성이에요. 이제 악마는 영원히 나를 기억할거에요.


,너는 이렇게, 카나,메 마도카를 죽였어


 각인시킬거에요. 망막에 조각칼로 새겨놓을 거에요.


아니야,아니야아니야 아니라구,아니야...아니야...아니야 아니라고! 아니야! 아니야! 마도카, 마도카, 마도카 어디있어 마도카, 여기 죽은 건 네가 아니잖아, 내가 살린 인간 마도카는 어디있는거야, 여신님은 어디 있는거야,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야!


,당신 앞에 목이 뚫려 죽어가고 있어요


 바람이 지나가서 목소리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아요. 이제 한계에요. 내 복수는 이제 완결되는 거에요. 악마님은 부들거리며 나를 쳐다봐요. 순간을 참지못한 자신이 미운건지, 계속 지껄이는 내 목을 막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악마라면 둘 다겠죠. 아니면 다시 루프할 생각이나 하고 있는 미련한 년이거나.


 저는 마지막으로 말해요.


날 죽였네, 호무라 쨩


 악마는 소리없이 죽어가요. 소리쳐요, 미쳐가요. 소리는 지르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아요.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나에게서 떨어져요. 아무래도 미친 것 같아요. 그럴만해요. 마취도 하지 않고 제가 망막에 잘 새겨놓았으니까요, 나의 마지막 말을. 나는 이제 행복해요. 나를 죽였네, 호무라 쨩? 다시 죽였네? 다시 죽였네요? , 그렇게 저는 최고의 친구에게 죽었답니다. . 이 글을 저는 아케미 호무라, 나의 최고의 친구에게 바칩니다. 정말로 끝.

 

 

 






책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장면입니다.

3월 말이 마감인데 글 하나도 안써서 고생중입니다.

사실 서너번 갈아 엎었지만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