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흔한 트런들 장ㅇ인입니다.
게임내에선 트롤픽 한다고 구박부터 받고 시작하여 전장을 누비지만
현실에선 친절하다고 사랑받는 27살 솔로(전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물리치료사입니다.
인연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시작한다고들 하지요.
사실 저희 병원은 지리적 특성상 정형외과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많습니다)
젊은 환자분들이 상당히 많으세요.
그러다 보니 젊은 남성환자분들이 오시면 빠질 수 없는 '여자', '축구', "!롤!"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이것은 고딩,중딩 환자분들을 만났을 때 더욱 심해지는데요.
때는 오늘, 19살쯤 되보이는 고딩 남자분이 오셨습니다.
우리가 흔히 피시방에서 롤하다가 흑백화면을 봤을 때 옆을 보면 있는 그런.. 네, 그런 남자고딩이요
대수롭지않게 베드에 눕히고 치료하면서 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김엘카 : 손목이 아프신거 보니 공부를 많이... 할 리는 없겠고 게임을 많이하나보군요?
남고딩 : ㅋㅋㅋ 네
김엘카 : 당연히 롤?
남고딩 : 네 ㅋㅋㅋㅋ
김엘카 : 역시 ㅋㅋ 주 포지션이 어떻게 되세요?
남고딩 : 정글러요.
김엘카 : 헐! 나도 정글러예요! 어떤 챔프 주로 하세요?
남고딩 : 리신이랑 엘리스? 뭐 그리고 대부분 다 해요
김엘카 : 아 리신... 저 꼭 리신 밴하고 시작하는데... 저한테 밴좀 당해봤겠네요
저는 트런들만 파고 있거든요? 요즘 템트리좀 바꿨더니 KDA가 막 상승하고 있어요
같은 정글러라서 나의 트런신을 보여줄 수가 없겠네... 트런들 한번 해봐요 내가 가르쳐줄테니까
남고딩 : 트런들하세요? 트런들 안좋은데...
김엘카 : 나의 트런들을 모욕하다니... (바로 솔로랭크 전적 중에서 제일 잘나온 부분만 뽑아서 보여줌)
봐요 진판 빼고는 다 퍼펙트!! 트런들은 오피예요! 어른되면 다 알게 될거야 그 크고 아름다운...
게임 많이 안해봤어요? 트런들 한번 만나면 그냥 공포가 심장에 박힐텐데.. 클템이 트런들 이미지를 이따구로...
남고딩 : 저 프로게이머예요
김엘카 : ?! 아이디가 뭐예요?
남고딩 : 카카오요
그러했습니다... 이분은 그 유명한 케이티 불리츠의 갓카오선수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그저 벙찐 얼굴로 뒤에 계신 선생님들을 돌아봤는데
뒤에 멍때리던 샘들 : 오!$#%!@#! 갓.. 갓카오!!!!!
가끔 연옌 여자 아이돌이 와도 아는체도 별로 안하고 사인도 안받고 사진도 안찍던 사람들이.. (서울이라 그런가?)
무슨 시스타가 군부대 방문한 듯한 열기를 고작 네명이서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ㄷㄷ
다들 자기 핸드폰을 꺼내 지인들에게 자랑하기 시작했고..
선생님들 : 갓카오선수!! 요즘 대세 정글러는 무엇인가요?
배치를 말아먹었는데 어떻게 하면 브론즈를 탈출할 수 있을까요?
제가 엘리스 하면 엄청 약하던데 왜 그렇죠?
하루에 몇시간 게임해요?
갑자기 기자 코스프레 하신 샘들의 미쳐 날뛰는 질문에도 갓카오님은 차분하게 대답해 주셨지요
치료가 끝나고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고 다음엔 다른 선수분들도 데리고 오시라고 당부드리고 마무리 했네요
어린나이에 차분하기도 하고 저질말빨에도 웃어주는 모습이 멋져보였답니다.
그렇게 갓카오 선수를 보내고 마치 집에 반가운 손님이 왔다가 간 아쉬움 처럼
우리 샘들은 그저 멍하니 갓카오선수가 가신길을 망부석처럼 보았습니다.
그렇게 있는데 갑자기 신성한 적막을 깨는 등짝스파이크와 함께 간호사의 말
"저 고딩이 뭔데 그렇게 난리예요? 잘생기지도 않았구만..."
오늘도 간호부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제발... 트런들을 모욕한 클템 선수를 이겨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주 4강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