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린 두 글자, 봄이 지나 여름이 오는 그 찰나의 시간, 시간의 생에 감히 비교하자니 티끌보다 더 티끌같은 그 터무니없이 작은 순간, 봄이 지나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의 초입, 장미꽃이 흐드러질 오월.
오월이라 붉은 잎 떨어져있기에 장민줄 알았지. 시력이 좋지 못한 '나'가 보기에 바닥에 있는 저 붉은 것 장미겠거니, 그러려니 생각했어. 그러다가 누군가 흘린 뻘건 물감인가 또 멍청하게 생각했어. 그게 아니란걸 알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거지. 그렇잖아, 살면서 누가 저런 붉은 웅덩이를 보겠어. 흩뿌려져 뻘건 저것 좀 보라고, 영락없이 꽃잎같은데.
아니겠거니 도리질 치면 뭐하겠어, 이미 난장판인데. 왜 애꿎은 아를 위협했는지 어찌 알겠어, 알고싶지도 않은 그 속내. 장미꽃은 가시라도 있지, 쥐면 따갑기라도 한데, 저 작은 애가 따가운 곳이 어딨다고.
골목 지나 담벼락 위로 풍성한 초록빛에 시선을 뺏겼다. 거기에 '나'가 바라는 꽃잎이 주렁 달려있었다. 저기에 있어야하는데, 제자리에 있어야하는데. 갈 곳 잃은 시선이 담벼락 위와 허공과 아래를 오락가락한다. 이 길 나서기가 섬찟했다. 저 담벼락 지나 무엇이 있을 지 모르겠다. 무심코, 아니, 대놓고 무시하던 이 소란과 연관이 있을게 뻔했다.
그러니까 그깟 시위 나가지 말라니까. 어차피 대가리들 맘대로 갖고노는 세상 아닌가, 전부터 그래온걸, 뭐 그리 잘난 척 바꿀 수 있다고. 그러다가, 그래서 이 사단을 만들어. 뭐 대단찮은걸 한다고.
그러면서 뒷걸음질 치고 마는 것이다. 겁쟁아. 이 버러지같은 놈. 흙 속에 숨어 뿌리를 갉아먹을 벌레같은 놈. 고개 숙인 '나'가 힐난하고 헐뜯는다. 스스로를 욕하는 게 '나'의 양심엔 덜 아팠기에 속된 말을 뱉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를 속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데, 어른거리는 붉은 빛에 본다는 곳이 담벼락 아래. 그리고 할 수 있는 말이, 저 꽃 갉아먹음 안되는데. 대단찮은 걸 하겠단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뒤로 물러나던 자세를 올곧게 바꾸고는, 한 걸음.
어깨 찌른 저 자국 무엇이냐, 되묻기 애처롭다. 알면서 뭘 묻니. 꽃잎 흩뿌려진 가엾은 저 꽃송이, 힘없이 꺽여 고개 가눌 힘 없이 스러지는 꽃아. 스러진 꽃 위에 무엇도 서지마라. 오월이 지나 다시 오월이 올 때까지 무엇도 서지마라 그 꽃 그리움에 잊지 않을테니 오월의 꽃 위해 무엇도 서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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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관련 뉴스보다가 적었어요 비평은 좋으나 비난은 아파요
아린 속 표현하고싶었어요 잘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