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 주변에서 자취하는 사람입니다. 어릴때부터 외식업에 종사하셨던 어머니를 둔 탓에 대충 지식은 있는 상태이고요. 씨푸드 레스토랑은 업무상, 또는 개인적으로 십여군데 넘는 곳을 다녀본 사람입니다.
푸딩님이 올리신 마리스꼬 이벤트 관련 글은 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 바로는 단순히 경기침체나 신종플루가 매출 하락의 원인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네요.
저는 올해 초에 마리스꼬 왕십리 역사점을 처음 이용해 보았습니다. 여자친구가 씨푸드 레스토랑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기에, 경험이나 시켜주려고 갔었죠. 그리고 마리스꼬 왕십리 역사점에서 느낀 기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최악'이었습니다.
저는 음식점을 평가할 때, '시설', '서비스', '재료의 질', '맛', '가격'등이 포함되어.. 1. 돈이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주인에게 미안해지는 곳. (전국에 단 2개 업소 있었음) 2. 돈의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하는곳. 3. 돈의 가치를 어느정도는 한다고 생각하는곳. 4. 먹고 났을때, 돈이 아깝게 느껴지는 곳. 5. 먹는 도중에, 앞으로 지불할 돈이 아깝게 느껴지는 곳. 위의 5가지로 나눕니다.
제가 가본 모든 뷔페 및 샐러드바가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서 위의 5가지 범주중 5번에 드는 곳은 마리스꼬 왕십리 역사점이 유일했습니다. 바로 아랫층에 위치한 빕스 왕십리 역사점은 3번과 4번의 중간에 속하고요.
시설이나 서비스가 문제가 아닙니다. 시설은 일부 매장 동선 및 왕십리역사점의 태생적 문제점인 화장실 이용문제를 제외하면 중간이상은 되었고 서비스 또한 평균적인 씨푸드 레스토랑 이상이었다고 기억합니다만,
문제는 바로 음식의 질과 종류입니다.
처음 마리스꼬 왕십리점이 생겼을 때, '저게 왜 여기 생기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해산물 뷔페는 매우 좋은 아이템이죠. 강남역 같은 곳에서는 매우 잘 됩니다. 왜냐? 특정인만의 입맛을 맞출수 없는 직장인들의 좋은 회식 또는 모임장소가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왕십리역사 같은곳은 조금 다릅니다. 표적 고객이 '외식하러 나온 가족'인데.. 실제로 외식때 돈을 내는 가장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만족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만족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자기가 만족하는 메뉴는 그냥 친구들 만나서 먹으면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마리스꼬의 이미지는 아래층의 빕스에 밀리죠. 문제는 이미지에서도 밀리는데, 서빙되는 메뉴에서는 더 밀린다는 것입니다. 애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 거의 없죠.
또한 매장의 전면을 통유리로 해놓은 것도 매우 안좋습니다. 아래층의 빕스가 매장과 역사가 분리된 듯한 인테리어 구조로 인해서.. 비싼돈내고 들어와서 즐기면서 '차별화'되는 이미지라면.. 마리스꼬는 비싼돈내고 들어왔는데.. '바깥쪽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같은 처지가 된'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두번째 문제는.. 위에서 더 발전한 형태인데.. 도대체 먹을만한 메뉴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뷔페가 모든 사람이 요구하는 메뉴를 다 만족시켜 주지는 않습니다. (63빌딩 뷔페처럼 다 만족시켜 주는곳을 컨셉으로 한 곳도 있긴 하지요. 물론 가격이 ㄷㄷㄷ) 하지만 최소한 '아 그 뷔페가 xx는 좋았지'라는 개념이 있어야 발길을 머물게 합니다.
예를 들어 논현동 '씨작' 같은 곳은 킹크랩 및 대게로 나머지 허술한 부분을 메꾸지요. (물론 거기서 킹크랩과 대게가 안나온다고 해도 마리스꼬 왕십리역사점보다는 메뉴가 좋습니다.) 인천의 '징기스칸'이라는 곳은 씨푸드 뷔페에 샤브샤브를 결합했더군요. 이런 곳은 매우 특징적인 곳이긴 하지만.. 최소한 무스쿠스 같은곳만 가봐도 기본 이상의 메뉴에 어느 한 분야에서는 정말 화려합니다.
하지만 마리스꼬 왕십리 역사점은 어떤가요. 회를 먹으려니 회 종류가 몇종류밖에 없습니다. 다른곳에 가보면 그보다 최소 두배는 되던데요. 안되겠어서 초밥을 먹자 생각했더니.. 그것도 몇개밖에 없습니다. (롤초밥은 초밥으로 치지 않습니다.) 회 이외의 해산물(굴, 멍게 등)을 먹으려니 그것도 몇종류 없습니다. 일반요리를 먹으려고 했더니 그것 역시 종류가 몇개 없더군요. 에라 과일이나 실컷 먹자 싶어서 봤더니 당시에 두종류 있었습니다. (샐러드바에 있던 방울토마토를 잘 봐줘서 과일이라 친다면 세종류인가요?) 여친한테 미안해서 후식이라도 먹으라고 코너에 갔더니.. 이건 케익 딸랑 몇종류.. 결국 그나마 기본메뉴 정도를 구비해놓은건 밥으로 떡칠해놓은 롤초밥 뿐이더군요.
제 여친은 태어나서 그날 처음으로 '씨푸드 뷔페'라는걸 가본 사람이었습니다. 하다못해 처음 가보는 곳의 분위기에 만족해서라도 "고마워 잘먹었어" 라는 말을 해야될 사람이.. "여기올려면 차라리 캘리포니아 롤초밥집 가는게 낫겠다."라고 말을 했다면.. 굳이 제가 더 보탤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는 중에.. 여느 레스토랑 직원들이 그렇듯이..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라고 물어보는데.. 예의상이라도 늘 하던 대답을 못하겠더군요.
푸딩님의 영상과 글을 보니 직영매장인거 같던데.. 물론 제한된 면적에서 서비스하다보니 메뉴의 구성이 빈약해지는건 알고 있습니다만. (마리스꼬는 왕십리 역사점이 처음이라 다른 점들도 메뉴가 동일한지는 모르겠군요.) 최소한 테이블을 일부 희생하거나 아니면 다른 메뉴부분을 희생해서라도.. 일부 메뉴를 좀 보강하시죠..
보강은 순서적으로 가장 나중에 먹게되는 후식 부분부터 보완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나마 큰 변화없이 좀더 나아지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겠네요. 현실적으로는.. (아마 가격을 낮출수는 없을것이고..)
저도 단 한번 가봤고, 오래되어 기억도 잘 나지 않으며.. 현재 회사에서 작성하느라 길고 자세하게 정리해서 쓰지도 못하지만, 그곳의 영업이 푸딩님이 올리신 동영상의 이벤트를 한다고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모 커피 프랜차이즈의 특정 매장에서 매출액이 안 나오자.. 고위 실무진중의 한 명이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특정 점포에 대해 파격적으로 테이크아웃 상품에 대해서는 50%라는 정책을 실시한 적이 있었죠. 이후 엄청난 매출 및 이익 상승을 보였습니다. (특정 점포의 고객과 시장상황을 매우 잘 판단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시행전에 나머지 실무진들은 프랜차이즈의 이미지 하락과 직영점포들의 형평 문제로 반대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