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눈치 너무 보지 말고 나만의 빛깔을 찾으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으로 꼽히는 혜민 스님(39)이 세상살이를 힘들어하는 우리들에게 주는 말이다.
20만 팔로어가 뒤따르는 혜민 스님의 트위터 글 모음이 올 초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단행본으로 나온 이후
6개월 만에 500쇄를 찍으면서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행복을 갈구하면서도 행복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참행복에 이르는 ‘단순하면서도 간단한 길’을 일러주는 혜민 스님은 하버드대 출신 승려, 미국에서 대학 교수를 하는 승려 1호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미 동북부 매사추세츠주 햄프셔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혜민 스님이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왔다.
7월 말까지 한국에 머무르는 혜민 스님이 가장 몰두하는 일은 전국을 돌며 진행하는 ‘마음치유콘서트’.
수많은 세상 번뇌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으로 가는 길을 펼쳐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혜민 스님은
‘행복으로 가는 길’은 절대 어렵지 않다고 거듭 강조한다.
1973년생 UC버클리대 종교학과 하버드대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 종교학 박사
2000년 해인사에서 사미계 받고 출가 200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현)
Q. 한국인들이 나이, 성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별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A.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남이 나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가’를 더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삶의 파도와 물결에 그저 휩쓸려 살고 있으니 자꾸 불만스러운 겁니다.
Q. ‘내가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면’ 저절로 행복해질까요.
A. 내가 행복해지려고만 하면 반드시 행복해집니다. 행운의 부적은 정말 있습니다. 내가 행복하다고 믿으면 정말 행복해집니다.
행복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에요. 행복은 내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일 먼저 주변의 감사한 사람과 감사할 일을
떠올려보세요. 정말 감사해야 할 일과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과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행복은 절대 멀리 있는 게 아니에요.
팁을 한 가지 드릴게요. 많은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이 외롭고 쓸쓸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친한 친구가 없어서일까요? 친한 친구에게 내가 연락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한 친구에게 연락 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나서서 연락하세요.
전화를 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외롭고 쓸쓸한 존재가 아닙니다.
Q. 그런 방법으로 잠시의 행복은 얻을 수 있겠지만 그런 행복이 계속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A. 해결책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루에 30분이라도 꼭 ‘타임아웃(time out)’ 시간을 가지세요.
30분 동안 전화를 받지 않고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 나지 않습니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을 음미하면서 24시간 내내 내 몸 밖으로 향해 있던 주의를 내 몸 안으로 끌어들이세요.
눈을 감고 내 몸 안, 내 마음, 내 감성을 들여다보다 보면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잠을 한 시간씩 일찍 자세요. 잠이 부족하면 다음 날 힘들어지고 짜증도 많이 납니다.
예전엔 해만 지면 잤습니다. 사실 우리 몸은 오래도록 해만 지면 자는 데 익숙해져 있는데 지금은 그러질 않으니 몸이 배겨나질 못하는 겁니다.
피부가 밤 10시부터 새벽 2시에 재생된다고 하는데 우리 마음도 그 시간에 재생됩니다. 마음이 재생될 시간을 줘야 합니다.
Q. 하루에 30분이라도 ‘time out 시간을 갖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은 말 같은데,
정신없이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또 그처럼 어려운 게 없습니다. 특히 일과 가정 모두에 치이는 맞벌이 주부에게는 더더욱 쉽지 않은 일입니다.
A.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부모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할까 눈치를 많이 봅니다. 부모가 행복해하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자녀의 자존감을 세워줄 수 있습니다.
자존감 있는 아이가 행복한 성인으로 자랄 것은 당연하고요. 결국 부모가 정말 해야 하는 것은 자녀를 챙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나를 먼저 챙기고 나를 사랑해주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챙기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게 뭔지를 생각하세요. 기존 인식을 통째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Q. ‘남을 보지 말고 나를 보면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오밀조밀 모여 사는 한국 사회에서 남을 전혀 보지 않고 사는 게 참 어렵습니다.
A. ‘모든 걸 다 가진 저 사람은 행복할 거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각자의 삶은 모두 나름의 고초가 있으니까요. 내가 가진 것은 당연시하면서 내게 없는 부분만 바라보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겁니다.
선택은 딱 두 가지입니다. 불평하든가,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것인가.
Q. 스스로를 돌아보며 행복을 찾으려 한다 해도 워낙 외부적인 조건이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A. 많은 연구에서 외부적인 조건이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은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공통적으로 얘기합니다.
나머지 90%는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관계 등 내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무엇인 줄 아세요? 대개 3~4년 안에 이혼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동안 사고 싶었지만 못 샀던 것을 왕창 사면서 재산을 탕진하는 경우도 다수고요, 무엇보다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비틀어집니다.
외부적 환경이 좋다고 행복해지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지요. 또 다른 연구에는
로또에 당첨된 사람과 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사람의 사건이 벌어진 지 3개월 이내 행복도는 엄청나게 차이 나지만,
1년 후 행복도는 거의 비슷하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Q. 돌아보고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감사하고…이렇게만 하면 정말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A. 피아노를 치면 손 근육이 발달하고 수영을 하면 수영하는 데 필요한 근육이 발달하는 것처럼 마음 근육도 자꾸 쓰면 그쪽 근육이 발달합니다.
감사함을 느끼는 마음의 근육을 발달시키면 더 사소한 일에도 더 감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분해하고 억울해하는 것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자신’입니다.
내 마음의 평화만 깨질 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매일매일 기도하세요, “나를 좀 더 사랑하게 해주세요”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