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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짱이를 키우자 - 9 (느긋한 주말의 아침)
게시물ID : love_317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짱이를키우자
추천 : 16
조회수 : 1228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7/07/05 10:30:52
너를 연인이라 부르게 된 지 몇 주.

그런 날이 잦아졌다.

아침에 햇살에 눈이 떠지면

갸름하면서도 동그란 얼굴과
수더분하고 까슬한 수염.
콧등이 조금 솟아있는 코와
살짝 쳐진 눈썹과 눈꼬리.
헝클어진 머리카락.

잠든 너의 얼굴
그 얼굴이 가장 먼저 보이는
그런 날.
그런 주말.

아침 별뉘가 가벼이 드리워진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아버지가 내게 지어주던 미소.
그 미소가 내 입가에도 지어진다.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이 아침은
이제는 행복하기가 그지없는 아침이다.

고즈넉이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첫 만남의 너를 생각하며
우리가 함께 지내왔던 시간을 실감한다.

젖살이 빠진 턱의 선이 드러나고
몸집은 조금 커졌구나.
솜털 보송할 것 같았던 얼굴엔 까슬한 수염이 가득하고,
어느덧 눈가에 주름도 생겼구나.

젖내가 풀풀 풍기던 너였는데
이제는 다 큰 어른의 냄새가 나는구나.

무슨 꿈을 꾸는건지
웅얼거리며 곤히 자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와 같다.

장난스레 머리를 헝클여 본다.
살짝 찡그린 표정.
손을 치워내며 안겨오는 모습.
한번 더 장난스레 머리를 헝클여 본다.

속옷바람에 엎드려 잠을 자는 모습은,
몸을 뒤척이며 품을 파고드는 버릇은
나의 띠동갑 막내동생의 그것과 같다.

이러니 서른넷의 내가 서른셋의 너를
키운다라는 표현이 꼭 맞지 아니한가.

언제부터 였을까.

너는 언제부터 나를 품었을까.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힘겨이 달래던 그 때 부터일까.
그 이별을 나를 품으며 달랬던 것일까.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어
울음에 비벼 벌겋게 부어오른 눈으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던 그렁그렁한 그 눈빛
피투성이의 손.
그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던 그밤.
네게 무언의 위로를 건냈던 그 밤이었을까.

나는 언제부터 너를 내 안에 담았을까.
사경을 헤매는 나를 들쳐업었던 그 날이었을까.
깨어났을 때 옆에 있던 너를 보았던 그 순간이었을까.
예비신부와의 파혼, 그 뒤를 정리하던 그 때부터일까.
그 아픔을 너를 담으며 달랬던 것일까.

이런 부즈러운 생각과 함께.
너를 바라보는 이 아침.
너를 바라봄에 이 순간은 참으로
짧게만 느껴진다.

우리가 지내온 7년.
그 세월이 쏜살같았음을 실감하며
우리가 함께 지낼 시간 또한
지난 세월의 그것과 같지 않을까 덜컥 겁이난다.

눈가에 주름은 더 늘어갈테지만
쳐진 눈꼬리는 더 쳐져가겠지만
없던 배가 나올지도
없던 흰머리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겉으로 드러나는 세월의 흔적은 어찌 할 수 없겠지만

우리의 관계.
서로에 대한 감정과
서로에 대한 마음
드러나지는 않으나 느낌으로써 알 수 있는 그것.

그것의 시간은
지금에서 흐르지 않기를,
앞으로도 꼭 지금만 같기를 바란다.

느긋한 주말 아침.
품을 파고드는 니가 혹여 잠에서 깰까.
작은 뒤척임도 없이 가만히 기대앉아
천천히 머리를 쓸어주며,
고즈넉이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

아 다리에 쥐나서 죽는줄 알았네 머리는 조그만게 무겁긴 졸라무거움 ㅡㅡ
이래 해줘도 뭣도 모르고 기억도 모하고 기어오르기나 하고.
담엔 헝클이는게 아니라 줘뜯어버리.. 흠흠.
늦잠 졸라 잠 게으른자슥.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2017-07-05 11:37:28추천 1
잘 보고갑니다.
댓글 1개 ▲
2017-07-05 13:58:02추천 0
네넵넵 감사합니당~
2017-07-05 11:42:08추천 1
정말 장편소설 한편 읽은 느낌이예요
분위기 상황 모두 너무 두근두근 거리게 만드네요!!
킹링포인트는 마지만이지만ㅋㅋㅋㅋㅋㅋ
댓글 1개 ▲
2017-07-05 13:58:25추천 0
ㅋㅋㅎ 마지막이 사실 핵심 ㅋㅋ
2017-07-05 12:19:04추천 3
서로가 서로를 담는다는게 진짜 어렵고 기적같은 일이지요..
오늘도 잘 들었습니다. 헿
댓글 1개 ▲
2017-07-05 13:58:40추천 2
헤헤 감사합니다 ~
2017-07-05 14:14:21추천 0
마지막의 반전이 항상 재밌어서 보네요ㅎㅎ
그래도 알콩달콩 부러워요. 내 미래의 남친놈은
어디서 뭐하는지..ㅜㅜ
댓글 1개 ▲
2017-07-05 17:50:16추천 2
ㅋㅋ 저것이 진실입니다.
ㅎㅎ 힘내세요 님 남친분도 분명 어딘가에는 안계실거에요 ㅎㅋㅋㅋ
2017-07-05 15:09:12추천 0
마지막이 핵심 ㅋㅋㅋ 으으 염장글인데 달달해서 나도 모르게 클릭해버렸.....! 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 1개 ▲
2017-07-05 17:50:33추천 0
ㅋㅋ 그냥 같은상황 다른느낌으로 끄적입니다.ㅋㅋ
2017-07-06 15:21:07추천 0
하하 반가운글!!  달달한거 보면서 뭔가 부러우면 지는거다 ... 싶지만 매우 진느낌..ㅋㅋㅋㅋ 앙 부러워요 ㅋㅋ

글 올라오는거 무슨 팬 마냥 기다립니다 ㅋㅋ
댓글 1개 ▲
2017-07-06 16:43:36추천 0
좀 져주세요. ㅋㅋ 기다리실 것 까지야.. 요샌 바빠서 ㅠㅠ
2017-07-06 15:56:20추천 0
간만에 올리셨네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과한 꾸밈말을 쓰지않고도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표현들과.. 글 참 담담하고 담백하게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이번 편?은 특히 !! 이번엔 카톡이 없어서 ㅎㅎ 감동파괴는 덜하지만.. 뭔가 아쉽네요 ㅋㅋ
댓글 2개 ▲
2017-07-06 15:59:00추천 1
거기에 예쁜 순 우리말도 하나씩 !!
2017-07-06 16:43:53추천 1
오늘은 이따 카톡 하나 올려볼라구여 ㅋ
베스트 게시판으로 복사되었습니다!!!
2017-07-06 17:15:21추천 1
반전이 되게 정겹네요
그것의 시간은 지금에서 흐르지 않기를...
좋네요!!
댓글 1개 ▲
2017-07-06 18:31:01추천 0
늙지도 않았으면 좋겠지만 뭐... ㅋㅋ
2017-07-06 17:40:47추천 0
왜 물짱이라고 부르시는지 궁금해요~
댓글 1개 ▲
2017-07-06 18:31:19추천 0
비슷하게 생겨서요 ㅋㅋ
2017-07-06 17:46:15추천 0
아니이~ㅠㅠ마지막 내감성 물어내!!ㅋㅋㅋ
댓글 1개 ▲
2017-07-06 18:34:25추천 1
앞으로 안내선 달아드릴게요 ㅋㅋㅋ
----------감동파괴주의----------
2017-07-06 17:59:53추천 1

커플 따윈 이 팬더가 처리 했으니 안심하라고!
댓글 1개 ▲
2017-07-06 18:34:37추천 1
저희 감당되시겠어여? ㅋㅋㅋ
[본인삭제]하이진
2017-07-06 20:23:30추천 3
댓글 2개 ▲
2017-07-07 08:33:51추천 1
엥?? 이렇게 잘키워주는 사람이 어딧다구여
2017-07-07 08:34:07추천 1
맥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 것도 좋은거만 맥이고 입히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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