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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과 부딪치다(유럽여행기)#스위스-최악의 호스텔.
게시물ID : bicycle2_317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풍산부인과
추천 : 15
조회수 : 1105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4/11 01:21:36
스위스다. 살인적인 물가의 나라. 평범한 밥 한끼에 이만원을 써야한는 나라. 하지만 누구도 후회하지 않는 자연의 나라.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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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경로로 보자면, 스위스는 내 여행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스위스 정 중앙을 가로지르는 경로. 보름 가까운 시간을 스위스에서 보내며 나는 여행의 클라이막스를 맞는다. 천의 자연 환경. 스위스에 관해선 털어놓을 말이 너무 너무 많지만 오늘은 한가지 지역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풀려한다. 인터라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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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에서 자전거를 타면, 위와 같은 윈도우 배경화면들을 동네 뒷동산 보듯 볼 수 있다. 정말 눈앞에 펼쳐진 푸른 언덕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들을 심심치 않게 지난다. 가끔씩 뛰노는 소들은 보너스. 그림 같은 풍경은 사진속을 여행하는 엘리스의 모험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던 중 도착한 작은 마을 '인터라켄'은 아담하지만 대단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이 그림같은 도시에서 제일 중요한 곳은 바로 알프스 산맥의 3대 봉우리중 하나인 융프라우다. 높이 4158m 알프스의 삼대 봉우리중 하나로, 빼어난 경관덕에 알프스 최초로(200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4158m라니... 한라산의 두배가 넘는다. 동네 뒷산도 싫어하는 내가, 무슨 수로 4158m에 올라갈까마는... 기차가 있다!! 말도 안돼!! 이름하야 등산열차. 해발 3454m 높이의 관측소까지 열차가 다닌다.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역. 융프라우요흐 역까지 말이다! 


 
 이렇게 열차가 다닌다.



 


 7.27일
 해발 2000m고지인 클라이네 샤이덱에 숙소를 잡았다. 산장과 같은 숙소. 가격이 약 만 오천원이다! 물론 호스텔이지만, 스위스에선 어느곳에서도 이런 가격에 호스텔을 얻을 수가 없다. 2000m 고지라니,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산위에서 자는 기분을 느껴보려 서둘려 예약했다. 그리고 도착한 호스텔은...최최최악이다. 최악. 이런 호스텔은 난생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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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도 덜도 딱 요런 모양이다. 땀이 가득한 여행객들과 ^^ 이렇게 살을 맞대고 잔다. 유럽에 이런 호스텔이 있을 수 있다는게 놀라웠다. 정확히 내 군대 시절 쓰던 침상이 생각났다.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유럽에서 이런 숙소라니...이불은 각자 주니 그것이나마 위안으로 삼는다. 개인 락커도 없고, 짐은 내 머리맡에 놓는다. 심지어 씻는곳도 지하다. 하... 따뜻한 물은 ^^ 기대도 안했다. 2000m고지니... 그러려니 해야지. 돈 받고 군생활을 했던 곳을 돈내고 쓰려니 괜시리 손해보는 느낌이다. 오늘은 모든걸 제끼고 잠에 든다. 얼른 내일이 되어 이곳을 탈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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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숙소의 모습~^^ 숙소는 최악이었지만, 나의 존재를 우습게 만들만큼 장어함 자연과 함께하고 있는 숙소.



 사실 나는 천문학도다. 천문학과에 재학하며 어릴적 부터 별을 보며 꿈을 키워온 나름 꿈이 있는 청년. 산 위에서 별을 보겠단 일념에 기어코 자다 깨 밖으로 나왔다.해발 2000m를 자전거로 오르느라 다리가 천근만근 무겁지만 평생에 한번일지도 모르는 하늘을 보기위해 걸음을 옮긴다. 고도가 높은 탓에 달이 더욱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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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숨이 확 막힌다. 어이가 없어 나오는 헛웃음. 은하수. 은하수가 보인다. 여름철 대삼각형사이로 지나가는 은하수. 천문학도지만 생에 처음 보는 은하수에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은하수 사진만 수 백장은 봤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것들은 사진과 달랐다. 우주 그 자체다.너무 아름답고 이쁘다. 이쁘다. 너무 이쁘다. 그냥 아름답다. 굉장히 많은 수식어가 생각나지만, 이들을 다 포용할 수 있는 단어는 그저 진심이 담긴 '아름답다'뿐이다.


 평생 이 하늘을 기억할 것이다. 기억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별로 가득찬 하늘, 흐르는 은하수, 달빛에 비친 웅장한 산들, 홀로 서있는 나. 이 아름다움을 누구와 나눌 수 있다면, 이장면을 사진으로 그대로 옮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다. 하지만 행복하다. 그저 행복하다


 순간 최악이었던 호스텔은, 인생 최고의 호스텔로 변한다. 5성급 호텔에 묵어 보진 못했지만,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행지를 함부러 판단하지 말자. 그곳에서 겪게될 추억이 그곳의 평가를 대신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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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요흐역 관측소에서 한방 ^^ 필자가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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