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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 그 꼬마
게시물ID : lovestory_445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지™
추천 : 0
조회수 : 7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7/16 14:09:12

어느 나라던 병원 공기는 지랄 맞다.

환자가 아닌 사람도 병원복을 입혀놓으면 환자가 되는 법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옛 친구가 전화를 했다.

'촉'이 발동 했댄다.

옛날처럼 시덥잖은 농담들을 주고 받다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래 뭐 인생이 다 그렇지 하며, 허허 웃었다.


옆 침대에 꼬마아이가 누워있다.

어디가 많이 아픈 모양이다.


입원한지 10시간 만에 우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검사하러 왔다갔다 하는데, 계속 내 손을 붙잡고 졸졸 쫒아다닌다.


아이의 어머니가 미안하다며 웃는다.

나는 아레끼빠에서 이만한 아이들을 가르친다며 웃는다.


아이가 심심한지 엄마를 붙잡고 칭얼댄다.

나는 근처 가게로 들어가 인터넷 카드를 사고 노트북을 킨다.


로이! 하고 부르니 쪼르르 달려온다.

야후에 들어가 어린이용 게임을 찍어 게임을 시켜준다.

마우스를 잡는 폼이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신기한듯 요리조리 마우스를 움직이던 꼬마가 나를 반짝 하고 쳐다본다.


" 킴. 킴은 죽어? "

(Kim, te vas a morir?)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

음. 음. 음. 몇번을 헛기침을 하다 말문을 뗀다.


"로이. 사람이 모두 죽는건 알고있지?"

(Roy, sabes que todas persanas van a morir?)


"응 알아. 아마 나도 죽는 다는 것 같아"

(Si se. Tal vez yo tambien voy a morir)


"그럼 로이, 언제인지도 알아?"

(Entonces.. Roy, sabes cuando?)


"아마도 곧. 그래서 엄마가 매일 울어. 킴은?"

(Quizas temprano. por eso mi mama siempre llora casi todo el dia. y tu? sabes?)


"나는 아직 잘 몰라. 50% 정도. 퍼센트라는거 아니?"

(Todavia no se. tal vez 50 por cientos. sabes por cientos?)


"몰라. 그게 뭔데?"

(No se. Que es?)


"백개중에 오십개. 그니까. 반이라는거야"

(50 de 100. entonces.. el significado es la mitad)


"아. 반! 그럼 킴은 무서워?"

(ah. la mitad! por eso.. tienes miedo?)


"응 무서워. 사실은 한 3일전에 많이 울었어"

(si. tengo miedo. a decir verdad hace 3 dias lloraba mucho)


"나는 엄마가 울때 울고싶어져. 근데 엄마가 울고있으니까 나는 못울어"

(Yo quiero llorar cuando mi mama llora. pero no puedo por que mi mama esta llorando)


"로이, 나랑 울러갈까?"

(Roy, Vamos a llorar?)


"킴도 울거야?"

(Tu tambien te vas a llorar?)


"뭘 원하니?"

(Que quieres?)


"킴. 나는 킴이 꼭 아빠같아. 아빠가 있으면 킴 처럼 말했을거야.

 킴이 나를 안고 노래를 불러주면, 나는 울게. 그럼 킴도 울어"

(Kim. me siento q eres mi papa. si yo tengo papa creo q el tambien me dice como tu.

 cuando tu vas a abrasarme y cantas, yo voy a llorar. despues tu tambien llora) 


"한국 노래도 괜찮아?"

(No hay problema la cancion de corea?)


"응"

(Ya)


"그래. 가자"

(Ok. Vamos)



아이와 잠시 산책을 해도 괜찮겠냐고 양해를 구한다.

내 커다란 점퍼를 입히고 담요를 하나 챙겨 둘러 업는다.

5살 아이의 무게 치고는 심하게 가볍다.


병원 뒤켠의 벤치로 가서 담요로 아이를 둘둘 둘러맨다.

밤바람이 차다.

아이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등대지기를 부른다.


5살 짜리 아이의 울음이, 어찌 흐느낌인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로이 더 크게 울어. 괜찮아"

(Roy, llora mas fuerte. esta bien)


아이가 담요속에서 내 병원복 옷깃을 붙잡고 대성통곡을 한다.

작게,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내뱉는다.


마음이 아파서, 눈에 눈물이 맺히고.

나는 계속 노래를 부른다.


이 아이의 고통앞에서, 나의 고통이 작아진다.

노래가 끝나고도 울던 아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킴, 노래가 슬퍼"

(Kim. la cancion es muy triste)


"나의 아빠가, 저기 하늘에 갈때 불러줬던 노래야"

(cuando mi papa fue al cielo, la cante)


"졸려. 다른노래 불러줄 수 있어?"

(Tengo sueno. puedes cantar otra?)


"물론이지. 잘자 귀여운 꼬마."

(Por supuesto. buen duerme. pequeno lindo)


"응 고마워. 그치만 킴, 더는 울지마"

(Ya gracias kim. pero no llores mas)


작은 손이 주먹을 쥐고 내 눈물을 닦는다.

노래를 불러주며 머리를 쓰다듬다보니, 아이는 어느새 잠든다.



병실로 돌아오니, 아이의 엄마가 울고있다.

아이를 조용히 내려놓고, 음료수를 건넨다.

젊은 아이의 엄마가 연신 고맙다고 되뇌인다.


미숙한 스페인어로 대화할 자신이 없어.

그저 아이가 참 사랑스럽다고 웃어준다.


나는 내일 아침일찍 검사를 받고 올라오면.

마취에 깰때까지 시간이 걸릴거고, 일찍 아레끼빠로 내려가야 한다고.

명함을 건낸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지만. 

또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주절주절 써내려가다가, 또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왜 맺히는지도 모르는 눈물이 자꾸만 그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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