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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스포/브금] 선반 위 - 사쿠라 쿄코
게시물ID : animation_3173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2
조회수 : 3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15 22:14:58





 교회 안의 작은 집, 그저 그런 집이 내가 사는 곳이었다.

 이따금 교회의 피아노 소리가 집까지 울리기도 했고, 교회에 자주 찾아오는 분들이 이따금 들어오기도 하셨다. 집과 교회는 그렇게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고, 작은 교회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 듯 했다. 자주 찾아오는 분들은 나와 모모에게 이따금 과자 선물을 주기도 하였다.

 모모는 배가 고파질 오후 나른한 시간에 늘 높은 선반을 바라봤다. 그 땐 나의 키도 아직 작아서 모모가 배고프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봐야 별 소용이 없었다. 나도 늘 배가 고팠던 때였기에 선반 위의 간식들을 자주 노렸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나도 선반 위의 세상은 멀었고, 몇 안되는 간식은 언제나 아버지가 지정한 때만 먹을 수 있었다. 그 거리는 일종의 체념이었다. 모모는 아직 그러지 못했을 뿐이었다.

 우리 자매의 간식 시간은 매주 한두번 뿐이었다. 그다지 여유롭지도 않은 집안이었기에 그 과자도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선물이었다. 아직 어린 때였던 모모와 나는 언제나 과자 시간을 기대했고, 몇 안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물론 그 시간에도 약간의 괴로움은 남아있었다.


먹기 전에 기도해야지


 늘상 있는 아버지의 방침이었다.

 보통은 식사 전에만 간단한 약식 기도를 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애초에 제대로 된 교회도 아닌 곳이니 뭘 하건 아버지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대체로 그 때에 부모님 말이라면 다 불만인 소녀였다.


그치만, 그치만 기도한다고 과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잖아


 어린애 수준의 논리였다. 생각해보면 그게 그 나이에 어울리는 행동이었고, 돌이켜보면 철없던 건 당연했다.


요즘 자주 말하는 것 같은데, 쿄코

 

 그런 때의 나에게 아버지는 늘상 하는 말을 다시금 이야기하셨다. 그 목소리의 울림은 어땠던가. 나를 타이르는 말이었다고 늘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그 목소리는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아버지의 죽음을 그런 방식으로 추억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나의 기억과 생각은 그랬다.


기도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란다


 그 말은 나에게 선반의 거리만큼 멀었다. 가까울리 없었다. 식사를 앞에 두고는 늘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간식 시간이었기에 나는 따박따박 말대꾸를 시작했다.


그런 거 모른다,


 나는 옆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모모에게 포키를 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모모는 오도독거리며 포키를 시끄럽게 먹는다. 귀찮은 동생이었지만, 언제나 귀여운 동생이었다.


기도를 남한테 해봐야 나한테 뭐가 되는 것도 아니구


 내 입에도 과자를 하나 넣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였고, 언제나 선물 받는 1순위 과자였다. 초콜릿과 섞인 과자맛이 퍼진다. 말대답을 하는 와중에도 기분이 괜찮아졌다. 그냥 그 나이의 어린애였을 뿐이었다.


쿄코


 여태껏 이런 이야기를 할 때에면 쓴웃음으로 넘기던 아버지가 그 때만큼은 나를 보며 진지하게 이름을 불렀다. 나는 그 진지함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알더라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선반 달린 복도 쪽, 아버지를 바라본다. 아버지 표정이 잘 떠오르진 않는다. 어두운 그늘이 살짝 있었고, 표정은 알 수 없었다. 묘하게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건 가치있는 일이야


  그런 말을 들은, 어린 시절 내 표정은 어땠을까.

 이 부분의 내 기억은 애매했다. 내가 대답은 했던가. 내가 아버지에게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도, 모모가 뭐라고 했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고개를 돌려 모모에게 다시 포키를 하나 입에 물려줬다. 그 애매한 행동만이 남아있었다. 모모는 다시 열심히 포키를 먹는다. 그 알 수 없는 기억, 기묘한 풍경 사이로 아버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벽 위에 선반을 짓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건 다시 무슨 이야기였을까.

 어린 나는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나름의 대답을 했다.


선반, 멀어. 높아


 아버지는 조금 놀란 듯이 대답을 잠시 하지 않았다. 나는 모모를 끌고 방으로 가서 포키를 천천히 아껴먹을 작정이었다. 모모의 손을 잡고 끈다. 아버지와 선반을 뒤에 두고서 총총 떠난다. 등 뒤로 아버지가 나의 말에 대답하듯이 말을 했다.


그래, 쿄코. 그랬구나. 멀었어


 그 뒤의 대답은 이상하게 아버지다웠고, 한편으로는 아버지답지 않는 대답이었다.

 그 뜻을 알게 된 것은 모두가 죽은 뒤였다.

 

 

 

 




쿄코의 본질도 묘하게 호무라스럽기 때문에

소재로 삼기 좋습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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