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는 경제민주화의 주춧돌
폭염에 짜증나는 일까지 더 많이 전해진다. 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정두언 현역의원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불체포특권을 일단 보장 받았다. 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은 현역 의원이 아니기에 국회 동의절차는 밟을 필요가 없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영부인 다음으로 가까운 사람도 이상하게 물러났다.
이 저축은행의 부패 문제를 ‘경제민주화’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불량은행을 영업정지 내지 퇴출시킬지를 결정하는 곳은 금융위원회이다. 그렇다면 금융위원회 결정권자에게 돈을 주면 되지, 왜 임석 회장등 저축은행 쪽에서는 유력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주었을까?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고급공무원들도 일부 돈을 받거나, 또는 극히 일부 돈발이 안 먹혔을 수도 있다. 돈을 안 받은 공무원도 정치권력에서 압력이 들어오면, 압력에 굴할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이 자리보전하고 승진하려면, 정치권력의 미움을 받으면 안 된다. 만약 특정 불량저축은행을 위해서 대통령의 형도 전화해주고, 힘깨나 쓰는 국회의원들이 여럿 직간접 압력을 가해 오면, 그런 외부 압력에 맞서 견딜 공무원은 많지 않다. 불량저축은행 사주들은 그걸 노린 것이다. 한국경제의 현주소는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
1997년 이후로만 따져도 세 번이나 금융위기라는 돈병을 치른 나라가 이 모양이다.
1998년에는 저축은행( 당시 상호신용금고)보다 수백 배, 수천 배 더 큰 시중은행들 옥석을 갈라서, 불량은행은 퇴출시킨 것이 큰일이었다. 당시 이헌재 금융감독원원장은 대통령에게까지 사전에 보고하였다. 당시 김대중 정권에서, 금융회사 퇴출 건과 관련하여 뇌물 받았다는 자들을 필자가 과문하여 그런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나고, 왜 이리 금융질서와 법질서가 동시에 문란해졌단 말인가?
1997년 1차 외환위기(Currency Crisis)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2차 외환위기
태국보다도 자주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제도와 경제정책을 위임받은 행정부, 입법부 심부름꾼(공복)들은 ‘금융위기’를 다시는 겪지 않을 제도개혁에 소홀히 하였다. 1997년 이전 1%세력은 1998년 이후 세력을 보존하고 키워왔다. 그들의 보호막이 된 것이 부패요 법치문란이다.
이들은 2007년과 2008년 양대 선거를 휩쓸고, 정치권력을 다시 장악하였다. 깨끗한 공무원과 정치인은 ‘무능한 자’로 따돌림 받기에 이르렀다. 언론과 학계도 ‘깨끗함’은 비아냥거림의 상징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법과 경제의 밀접함을 모르는 것 같다. 요새 드라마 추적자가 얼마나 교육효과가 있을는지? 법(法)의 한자 모습을 풀이하면 ‘물이 흘러간다.’는 뜻이다.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법이 좋은 법일 것이다.
이 사회에 ‘물’은 무엇인가? ‘마실 물’처럼 생존에 필요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경제 재화와 서비스이다. 금융은 경제의 피와도 같다. 그런 경제의 흐름(flow)을 부가가치기준으로 합산한 것이 GDP(국내총생산)이다.
경제는 흐름이 중요하다. 아니 흐름 자체가 경제라고 보면 된다. 거대한 나라경제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하나하나의 계약이다. 계약건수가 많으면, 수출과 내수 생산이 많아지고, 그 돈은 임금, 지대, 이자, 배당등으로 분배된다. 시장이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계약을 하는 추상적 장소이다.
계약이 쉽게 이루어지려면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외국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행위는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와 소통하는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한국에 오기를 꺼리게 만들 것이다. 관광산업이란 수출산업의 발전이 지장 받을 것이다. 법치문란은 경제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택시 운전사 바가지보다 청와대와 국회, 금융위에
있는 권력자들의 뇌물 수수와 법령 무시는 경제에 치명적이다.
교통법규를 만드는데, 차량흐름을 무시하고 만들면, 오히려 교통체증을 유발할 것이다. 교통법규는 제대로 만들었는데,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안된다면, 역시 도로는 꽉 막힐 것이다. 경제와 법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국회가 경제법을 만들 때에는 경제의 흐름을 잘 알고 만들어야 한다. 법을 잘 만든 뒤에는, 행정부, 사법부가 법대로 집행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경제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다. 두 가지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안되면, 경제는 흐름이 막히고, 큰 병이 생길 것이다. 1997년 이래 한국경제가 세 번 큰 병치레를 하고, 2008년 2차 금융위기는 지금까지도 진상조차 모른다는 것은 필자가 크게 우려하는 바이다.
경제법이 더 나빠지고, 집행수준도 더 문란해졌음을 저축은행 사례가 증명한다. 법은 경제정의의 잣대 구실을 잃었다. 법은 권력의 시녀가 되었다. 권력자 집단이, 청와대, 국회, 금융위, 공정위 모두가 뇌물로비의 대상이 되었다. 법은 시궁창에 들어갔다. 경제도 시궁창에 들어가 허덕인다.
이런 모든 시궁창의 내막이 대통령의 임기 말이란 특수성으로 일부나마 밝혀지고 있다. 이걸로 충분한가? 천만에 말씀이다.
법치(rule of law)는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도 법의 예외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대통령은 나라살림을 도맡아 예산을 국회에 제출하고, 대규모 토목사업을 한다. 금융위라는 새로운 정부조직도 만드는 큰 잘못을 하였다. 2008년에 잘못한 것은 늦어도 2009년에는 청문회나 검찰 수사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2008년부터 시작된 강부자, 고소영 내각, 부자감세, 4대강 죽이기 사업, 원전 의혹, 강정마을 강행, 촛불탄압, 대학 반값등록금 오리발, 2차 외환위기 은폐, 부동산투기 올인, 민간사찰, 다수의 범법자 장관, 대법관, 낙하산 임명 등이 브레이크 없이 연속극처럼 이루어졌다. 삼권분립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이미 탄핵소추 논의가 2009년 이후 여러 번 나왔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2008년 이래 한국경제는 점점 더 나락에 빠지고 있다. 은폐하고, 일부는 외국 핑계만 대고 있다. 병자가 병을 감추기만 하면 병이 더 깊어지듯이...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는 법치문란 부패세력이 승리하고 앞으로 4년 더 이 나라를 지배할 것임을 보장하고 있다.
어찌 할 것인가? 대통령, 국회의원들 우리가 뽑았다. 장관등 고급공무원은 이 심부름꾼들이 임명한 심부름꾼들이다. 필자는 이들 공무원을 ‘심심부름꾼’이라 부른다. 선거가 중요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가 알파요 오메가이다. 그러니 나라님(국민)들이 선거에서 제대로 뽑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박의 최대 공헌은 김대중, 노무현이 그래도 덜 나쁜 심부름꾼이었음을 많은 나라님들에게 깨닫게 해준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이 차려준 밥상을 민주통합당이 차버렸다.
그러나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부패를 없애고, 법치질서를 확립하고, 경제민주화 추진동력을 얻을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직 살아 있다. 12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제대로 뽑아야 한다.
대통령이란 5년간 우리 경제를 책임질 사람이다. 거짓말하지 않을 사람을 뽑아야 한다. 박근혜 대 안철수, 또는 박근혜 대 민주당 후보, 잘 선택해야 한다. 필자를 포함하여 콜리젠스 필진이 얼마나 많은 독자들을 모으고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오늘 아침 무궁화와 수국의 사진을 수십 장 찍으면서 다시 경제민주화를 생각하였다.
수국혁명이란 말이 나온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바뀌는 희망을 노래하자. 이것이 수국혁명이다. 필자의 피는 무궁화와 수국의 힘으로 펄펄 끓어오른다. 대한민국 우리의 조국에 경제민주화를 불러오는 마중물 역할을 하련다.
법치는 경제민주화의 주춧돌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동안 경제민주화에 진척이 작았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대통령의 의지 부족이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능력의 한계이다.
2. 1948년 민주정부 수립 이후 1997년까지 50년 이 나라를 지배해 온 친일 수구세력이 대통령직 말고는 여전히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경유착 무법집단의 뿌리는 하나도 뽑히지 않았었다. 무법부패집단은 재벌 총수의 뇌물 밑천을 뿌리로 삼아 정치인, 법관, 검찰, 공무원 게다가 언론인, 학자까지 뿌리가 깊고 넓다.
이런 무법자 네트워크, 부패 네크워크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경제민주화’로 경제제도와 경제정책 결정에 나라님(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한국에 경제민주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사실 미국도 영국도 경제민주화가 아직 덜 되어 있다. 미국 월스트릿 자본주의가 형편없는 신기루임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증명되었다. 미국도 못 이룬 경제민주화를 한국에서도 이루겠다고?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야당들도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데, 필자는 그들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한국의 정당들이 미국등 선진국 정당보다 더 깨끗하고 투명해져야만 믿을 수 있겠다.
그러나 불가능이란 없다. 역사란 변방에서 발전하는 것이다. <콜리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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