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인사이라도 있을 법한 이 질문에서 우리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낙엽이 사그라지는 가을길을 걸을 때도, 혹은 흰 눈이 내리는 날에 코코아를 마시면서도 우리는 생각만을 하였다. 둘다 아무런 말이 없어도, 서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녀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많은 시간이 지나고서, 남자는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 너는 나야. "
여자는 남자를 물끄럼히 쳐다보았고, 정답을 내린 남자의 얼굴은 희열로 가득차 있었다. 반면 몇개월 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으므로 먼지가 가득찬 굴뚝같은 상태의 목으로 남자는 힘겹게 소리쳤다.
" 너는 나야, 근데 나는 너가 아니고. "
여자는 이제야 알아들은 듯이 빙그레 웃어보였다.
" 응, 나도 너는 아니지만 너는 나야. " " 맞아. 그렇기 때문에 우린 서로 사랑해야해. "
가래가 잔뜩 낀 목소리로 깔깔 웃으며 여자는 한마디 덧붙인다.
" 장미 한송이 정돈 사주는거 잊지마. "
설명이 필요한가? 혹시 오늘 밤에 양치질을 하며 오른쪽 귀에게 '오늘 하루 수고했어? 나도 니가 있어서 참 좋았어' 라고 말을 건넨 사람 있는가? 하지만 그런 말이 필요한 '자신의 일부분'이 바로 연인이다. 말을 건네는 행위는 사랑이다. 자신의 부분이면서 자아를 지니고 있으므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당신의 왼손이 자아를 지녔다면, 당신은 왼손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대의 왼손에게 오늘 하루 장미한송이를 사주오. 자아를 지닌 당신의 왼손은 크게 기뻐하며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