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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온다.
게시물ID : readers_317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3
조회수 : 2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28 20:42:00
 
진심이 아닌 마음때문에,
거리마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 어느 오후에
나는 오른쪽 발을 절룩거린 채 무너져가는 키보드 앞에 앉아
아주 작은 음성으로 사 오 삼 일 이 를 중얼거리며 비밀번호를 누른다.
 
냉장고 안에 있던 물이 시원해.
그런데 반통을 넘게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단지 위장만을 채운다.
배부른 배만 잡고 나는 또 소주병을 까서 털어넣는다. 취하는데 속이 쓰리다.
 
눈물한바가지를 쏟아낸 후에야 나는 다시 키보드를 잡는다.
무엇때문에 울어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슬픈 생각을 하며 울었다.
그렇게라도 울고 휴지 한통을 다 쓰고 나면 내 공허한 마음이 조금은 납득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키보드에 담뱃재를 떨구며 멍하니 워드패드를 바라보았다.
쓸 말도 없고 쓸 글도 없었다. 그저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그 곳으로 보내준다면
나는 정말 다른 삶을 살 것이라고 되뇌이다 마침내 천장을 보며 말했다.
 
한번만 봐주세요.
 
들릴 리 없는 외침은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고 본다 하더라도 지나칠 간절함들
 
쟤 왜저래?
 
나는 잘 하고 싶었다.
왜곡된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될 때에, 수많은 나의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그저 위로받고 싶었으니까.
 
손발이 차.
스산한 느낌마저 들 때에 마침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후에 널어놓았던 빨래 사이로 빗줄기가 보였다. 빗소리도 보였다.
타닥 딱 타다딱 따다다닥 빗적 빗적 뜨극 똑 뜨극 똑
 
또도도도독 또독 내가 지나친 수많은 사람들도 내가 경험하길 거부했던 수많은 장소에서도
이 빗소리는 같겠지만, 그제서야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후회스러워.
나는 왜 조금 더 진지하지 못했을까. 늦었다고 겁내지 못했을까.
 
그랍시다. 인자 그래 하이소.
살든 죽든 그냥 마 그래 하소. 니 알아서 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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