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는 다르지만 수업 장소가 비슷해 자주 같이 다니는 일이 많았어요 같이 다니면서 이래저래 얘기도 하다보니 점점 끌리기 시작하더군요 서로 닮은점도 많은 것 같았구요 붙어다니는 시간이 많다보니 선배, 후배, 친구들 사이에서 사귀는거 아니냐 라는 소문이 돌더군요 그때쯤부터 '내가 진짜 얘를 좋아하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그런 의심이 줄고 점점 좋아지더라구요
1학기 중간고사 보기 직전에 고백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는데 괜히 이상한 소리 했다가 시험 망치게 할까봐서 참았다가 시험이 끝나는 날 고백을 했습니다
잠깐 생각하더니 받아주더군요 그 잠깐 사이에 심장이 얼마나 쿵쾅거리던지.. 너무 기뻐서 고맙다고, 고맙다고 말하고 우리 둘의 연애는 시작됐습니다
다른 커플과 비슷하게 싸우고 풀기를 반복해 2년이 지나 저는 4학년이 되고 진로를 대학원으로 잡았습니다 그때는 대학원을 조금 쉽게 봤던 것 같네요 이렇게 할일이 많을 줄은 몰랐거든요..
대학원 합격하고 풀타임 파트타임 결정 못하고 있을 때 그녀는 저에게 '더 도움이 될만한 곳으로 가라' 라고 말했어요 파트타임으로 결정은 했지만 한가지가 걸리더군요
대학교 입학한지 얼마 안돼 저를 만나서 과에 친구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없으면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이 거의 없는 거였죠.. 걱정돼서 물어보니 '괜찮으니까 가고싶은 곳으로 가' 라고 해줘서 지금 연구소로 와있습니다
작년에 한달간 실습생활을 했던 곳이고, 그때 계셨던 분들도 많이 계셔서 초반에는 편하게 지냈어요 한가지 힘든건 일주일에 한번이나 그녀를 볼까말까 한다는 것이었죠 그나마 점심시간이나 실험 중간중간 쉬는시간, 저녁시간에 문자나 전화로 연락할 수 있었는데
한달정도 지나고 나니 제게 연구과제가 넘어오고 관련 논문해석, 현장지원, 실험 등으로 연락할 시간도 점점 줄어들어 자기 전에나 문자 몇통 하는게 전부가 돼버렸네요..
현미경 보는 시간이 길어 눈이 피곤해서 퇴근하고 나면 '자고싶다' 라는 생각만 드네요
그러다 얼마 전 회식자리가 있었어요 피곤한데다 술을 먹으니 못견디겠더군요 겨우 자리가 끝나 방으로 들어오는 길에 그녀에게 문자가 왔어요 반쯤 취한데다 피로가 몰려와서는 문자를 하다 제가 짜증을 냈나봐요.. 그렇게 싸우고는 이틀만에 문자가 왔어요.. '내가 잘못한게 있으면 말해줘..' 라고..
잘못한건 전데 말이죠.. 근데 거기다 대고 저는 못할 말을 해버렸네요.. '내 마음이 어떤지 모르겠다..' '만약에 잘 풀려서 예전처럼 돌아간다고 해도 전처럼 대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로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하고는 또 이틀이 지났네요.. 아직 문자 한통, 전화 한통 안왔어요..
잘 지내고는 있는지.. 밥은 안거르는지.. 어디 다치진 않았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도저히 먼저 연락할 용기가 안나네요.. 마음 같아서는 보고싶다고, 안기고싶다고 말하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