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17일부터 대정부질문에 들어갔다. 의원들의 정부 각료들을 상대로한 대정부질문은 23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대정부질문에는 최도술·송두율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유난히 많아 각료들을 향한 야당의 공세에 날이 설 전망이다. 아닌게 아니라 17일 첫날 한나라당의 질문 서슬은 퍼랬다. 현안이 현안인만큼 질문은 강금실 법무부장관에게 집중됐다. 23일까지 이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첫날 강장관은 잘 견뎠을까.
―함승희 의원(민주당)〓법무장관 나와라. 송두율 교수 같은 초특급 반국가사범은 구속수사해 엄중처벌해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강장관〓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장관이 발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함의원〓이봐요. 장관! (이때 통합신당 의원들이 "왜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소리치는 등 본회의장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짐) 조용히 해라. 지금 질의하고 있는 것이다. 잘 들어라. ▲강장관〓지금 잘 듣고 있다. (강장관은 이 말을 꺼낸 뒤 우스웠는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함의원도 강장관의 허무한 이 한마디에 허탈감을 느꼈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 의원들도 웃음 대열에 동참했다. 험악했던 분위기도 잠시 누그러졌다)
잠시 후 김무성 의원(한나라당)도 강장관을 불러냈다.
―김무성 의원〓유시민 의원이 지난해 중국의 북한대사관에 간 적이 있다는 제보가 있다. 장관은 들은 적이 있는가. (일순간 회의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국이 색깔론 시비로 빠져들 수 있는 폭로였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눈과 귀는 일제히 강장관의 입을 향했다. 그러나 강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에 모두들 허탈해 했다) ▲강장관〓지금 들었다. 이 짤막한 한마디에 본회의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의원〓(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장관이 너무 소신없게 답변한다. (한편 이날 김의원의 폭로는 근거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김의원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모의원〓장관 답변하라. ▲강장관〓답변하겠다. (중략) 다시는 되풀이해서 그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의원들 웃음)
강장관은 의원들의 고압적 질문에 주눅들지 않는다. 웃을 일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웃어버려 상대를 허무하게 만든다. 지나친 진지함이 때로는 썰렁한 개그를 연출한다. 이 세가지가 강장관의 답변 특징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자와 말싸움하면 지기 마련이다. 강장관도 마찬가지다. 자유분방함과 진지함, 그리고 여성스러움이 그녀를 마구 몰아붙이지 못하게 한다"며 "강장관이 23일까지 자주 등장할 텐데 그녀의 답변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꽤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