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계의 문제에 대해서
여기 게시판 글 보면 한국 게임업계는 이리되서 망했네 하는 글들이 자주 보이는데 그 글이 매우 공격적이거나 해서 문제의 핵심은 말하지 않는 글들이 많이 보이네요.
사람들이 말하는 한국 게임업계의 문제란 건 '서든2 처럼 별로인 게임이 그래픽 혹은 여캐를 바르고 말도 안되는 현질유도로 떡칠하고 나온거'에 대한 얘기겠죠? 이게 한두가지 문제로 이리된 게 아니고 복잡하져.
일단 한국 게임업계는 비정상 입니다. 기형적이죠. 아래 글에 유저가 게임업계를 작살내지 않아서 이리된거다... 라는 글이 있는데 그 반대예요 한국 게임업계는 유저에게 작살나있었죠. 왜 우리나라에서 외국산 콘솔이 한글화를 안할까요? 왜 유저가 한글화를 할까요? 한글화 하는 비용만큼 매출을 뽑을 자신이 없어서죠.
한국 게임계는 콘솔이나 패키지 시장은 오래 오래전에 죽었었죠. (요즘 다시 살아나는 느낌) 그리고 살아남은 곳이 온라인 입니다. 온라인에서 리니지도 나오고 라그나로크도 나오고 서든도 나오면서 한국 게임업계는 엄청나게 성장하죠. 우리나라에도 연 매출 3천억 이상을 찍는 게임 회사가 나오게 된거죠.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온라인 게임이 성공하려면 조건이 뭔가요? 게임 순위 30위 안에 들어야 합니다. 물론 1인개발사나 소규모 개발사가 만들면 상관 없지만 대기업이 인원 50~100 명씩 써가면서 만든 게임이 30위 안에 못들면 PD한테 책임이 돌아가게 되죠.
그런데 패키지 게임과는 달리 온라인 게임은 10년전 게임이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네요? 이게 무슨 일이죠? 온라인 게임은 유저와의 커뮤니티가 중요하기 때문에 헤게모니를 쥔 게임을 유저가 안 떠납니다. 게다가 오래 서비스한 게임은 10년간 패치를 거듭해 와서 볼륨이 어마어마 하죠. 신규 게임이 이걸 따라 잡으려 하니 개발비는 점점더 상승하고 개발 기간도 점점더 길어지는거죠.
자, 이제 큰 회사에서는 개발자가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게 됩니다. 회사의 헤게모니는 마케팅, 전략기획실, 서비스 쪽이 쥐게 되죠. 왜? 온라인 게임에선 이쪽이 더 중요하거든요. 물론 개발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회사 정책 결정에 목소리를 내지 못해요. 이게 대부분의 우리나라 대기업 개발사의 모습입니다.
가령 개발팀에서 올해 출시 못한다. 출시를 1년 미뤄야 한다... 라고 하면 외국은 미루는 회사도 있지만 한국에선 마케팅이나 기타등등 부서가 난리칩니다. 난리치는 이유는 이미 광고 일정을 다 잡아놨다. 이미 서버 계약도 마치고 이미 해외 판매 계획도 다 마쳐놨다..... 등등. 결국 1년씩은 미루지 못하게 되고 1~3개월 미뤄져요. 그럼 개발팀은 어케 해야 할까요? 대충 대충 때워서라도 내는거죠. 날짜는 맞춰야 하니까.
내가 일하면서 개발팀이 헤게모니를 쥔 회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아 물론 개발팀이 헤게모니를 쥔 회사는 그 나름대로 막장으로 굴러가는 예가 많죠. 이건 다른 쪽 분야라 굳이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걸 조율하는 역할이 PD/PM 인데요. 이런 암울한 현실에서는 이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즉 서비스쪽도 어느정도 만족시키면서 개발팀에 채찍질을 하면서 사람들이 크게 불만이 없게... 그러면서 전체 일정은 항상 머릿속에 있고.... 매우 복잡한 롤이죠. 한국에는 이 역할을 할 뛰어난 PD/PM 이 매우매우 적습니다. 물론 많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매우 부족하죠. 너무 개발적인 마인드거나 너무 서비스적인 마인드만 가진 사람들이 많고요. 개발을 안해봐서 개발쪽 하는 말을 거의 이해 못하거나 그 반대로 개발만 해봐서 관리는 전혀 못하는 사람들이 많죠.
요약하면 :
한국은 온라인 게임 외에는 살아남지 못한다 (모바일이 뜬건 패스. 그건 다른 얘기라)
온라인 게임은 순위에 들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순위가 더 중요해지다 보니, 개발 일정보다는 회사 일정과 마케팅 일정으로 돌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