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때부터 오유와 함께해온(그래서 안생겨요;_;),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여학생입니다. 제가 이렇게 밤늦게 글을 올리는 것은, 다름아니라 이제 오유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저희학교에 대해 한번만 더 생각해주셨으면 하고 여러분께 부탁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저희 학교를 너무 욕하지 말아주세요. 이화여대는 된장녀 집단이 아니라 꿈많은 여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생활의 터전이에요. 오유 뿐만 아니라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들에 이화여자대학교를 비판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것을 볼 때마다 항상 모교를 사랑하는 학생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제일 서러운 사실은 이런 상황에서 저희 학교를 옹호하거나 감싸면 "이부심"이라며 더 손가락질받고 더 학교를 욕먹이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외부로부터 부당하게 비판당할 때 마다 아무 말도 못하고 꾹 참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열심히 대꾸해봤자 "이대년들은 이부심이 쩔어서 문제야"라는 말만 돌아오니까요. '정액받이', '보슬아치' 같은 모욕적인 말들을 참다못해 악플러들을 고소해도, 결국 욕먹는건 저희 학교 학생들이더군요. "네, 저희가 잘못했어요. 저희가 욕먹을 만한 짓을 했어요. 저희는 그런 욕을 먹어도 싸요. 저희는 골비고 명품만 탐하는 정액받이들이에요. 저희는 친일파의 후예에요. 저희는 공부도 지지리도 못해요. 저희는 서울 최하위권이에요. 감히 다른 학교들과 비교하지 않을게요." ......이대생들한테서 이런 반응을 원하셨나요? 가끔씩 그렇게 도를 넘는 비판들을 하실 때, 저희들한테 어떤 반응을 원하시고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여러분들께서 그렇게 싫어하는 '이대생'은 막 욕해도 끄떡없는 무생물이나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살아숨쉬고, 상처받기도 하는 여학생들의 집합이에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이화여대를 졸업한 아주머니들, 누나, 여동생, 친구들에게도 그런 말씀 하실 수 있으신가요? 저희는 미팅을 나가도 항상 남자분들쪽에서 입결을 물어보시더라구요. 진실게임을 하는 데 왜 수능점수를 다 낱낱이 까발려야 하는지, 그쪽에서 저희 기분을 먼저 상하게 하셨으면서 왜 나중에 뒤돌아서 "이대년들은 싸가지가 없더라"라고 앞뒤 다 잘라먹고 이야기 하시는지... 미팅 가서 술 잘 마시면 "이대년들은 술이나 쳐마시고 참 애들이 까졌더라", 술 못 마신다고 이야기하면 "이대년들은 뭐도 안되는 게 비싼 척 하고 내빼는 거 진짜 꼴보기 싫더라".... 저희가 뭘 어떻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남자분들이나 이대생이 아니신 분들은 '그건 너네들 사정'이니까 신경 쓰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딱 한번쯤은, 항상 저런식으로 모든 행동에 대해 비난당하고 상처받는 이대생의 입장을 생각해주세요. '이대'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성희롱 당하고 남들이 추근덕대도 꾹꾹 참아야만 하는 여학생들, 조금은 가엾게 여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저희 학교의 과거 행적이 문제가 되는 것도 알고, 저희 학교 출신의 여성 정치인 선배님들께서 많이 잘못하신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문제들이 우리 12학번 새내기들이 "정액받이" "보슬아치"라는 욕을 얻어먹고 다니는 것을 정당화시키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김활란동상? 저는 2학년 되어서 오유에 있는 글을 보고 나서야 김활란동상이 어디 있는지 알았습니다. 저희학교에서는 김활란의 친일행적을 기리고 칭송하는 일 따윈 하지 않습니다. '이대의 최초 한국인 여성 총장'정도로 언급하고 넘어가는 게 전부죠. 교수님들께서는 저희들께 김활란박사가 이대의 최초 한국인 총장이지만 친일이라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라고 가르쳐주십니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문제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여성학 강의를 듣지 않는 이상은 딱히 페미니즘이라는 것자체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로 졸업하는 학생들일 대부분입니다. 자기가 알아서 수업을 골라 듣는 대학교의 특성상, 전교생에게 페미니즘, 그것도 "꼴페미"사상을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교수님들께서 학생들한테 "돈은 남자가 내야 하고, 여자는 도도하게 굴어야 한다"이런 사상을 가르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직접 판단해보셨으면....... 입결문제. 저는 문과이므로 이과쪽은 잘 모릅니다만, 문과의 경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그리고 서강대 이후로는 대학마다 학과별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서 칼같이 우열을 따지는 게 힘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영역 2가지 1,1,1,1,2 받고 이화여자대학교 인문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정시의 경우 제 친구들도 다 비슷한 성적으로 입학했습니다. 어디 가서 꼴통 골빈년 소리 들을 성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여러분이 판단해주셔야겠지만요... 인터넷에서는 저희 학교가 "인서울에 갈 곳 없는 돈많고 골빈 여자애들이 원서 쓰는 곳"이미지인데, 조금이라도 오해를 풀어보려고 입을 열면 "입결로 사기치는, 감히 서성한 중경외시한테 덤비는" 고약한 여자들이 되는 지 모르겠어요. 변명할 기회정도는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저희 이야기도 들어주세요.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왜곡된 이미지에만 관심가지지 마시고, 가끔씩은 실제로 이대를 다니는 학생들의 이야기도 들어주세요.
아까 올라온 글 보고 너무 속상해서 집에서 술 좀 마셨더니 욱해져서 말투가 격해진 점 사과드립니다. 글도 횡설수설 엉망이고.... 그렇지만 가끔씩은 저희들도 쉽게 상처받는 여학생들이라는 걸 생각해주세요.. 이화여대에 입학했다는 사실만으로 욕먹어도 싼가요? 여대는 결국 여고와 같습니다. 여고 다니는 여학생들이 모두 된장녀나 창녀가 아닌 것 처럼, 저희도 된장녀도 아니고 학벌좋고 돈 많은 남자들한테 몸파는 그런 사람들 아니에요.
하....ㅠ_ㅠ 아무리 이런 말씀 드려도... 결국 저희 학교에 대해 귀가 닫히고 눈이 닫히신 대부분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 알고있어요. 그런 분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제 잘못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 서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제가 힘든 하루의 위안을 얻는 오유에서도 비난받고 욕을 먹는 걸 더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 전 이제 오유를 떠나려 합니다. 그동안 너무너무 즐거웠어요. 지나가는 이대생의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편을 들어달라던가 그런 무리한 부탁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냥, 딱 한번쯤은 내가 이대생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한번쯤만 생각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