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교 영어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칠판과 가까운 맨 앞자리에 친구와 앉아있었는데. 쉬는시간은 끝나고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기 전에 친구와 한참 떠들고 있는데, 갑자기 "야!"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거에요.
놀라서 바로 뒤를 돌아봤더니 교실 맨 뒤에서 어떤 남자애가 "&%^라고 했잖아!!!!!"하면서 서서 앉아있는 여자애의 머리를 영어교과서로;; 머리와 뺨을 동시에 때렸어요;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게다가 그 남자애가 굉장히 장신이라 팔도 긴데 풀스윙을 했으니 영어교과서가 날아갈정도로 세게 때렸는데(갈겼다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듯)
보니까 때린놈도 우리반이고 맞은애도 우리반이에요.
그 남자애는 평소에도 약간 필요이상으로 밝고 명랑해서 좀 싸이코기질이 다분한 놈인데 하여튼 공부는 잘 했어요. 수학을 참 잘했는데. 그게 더 싸이코같았지만.
아무튼 그런 애인데 눈빛이 너무 무서운거에요. 처음 보는 눈빛.
개그콘서트에서 안상태특파원이 "난.."할 때 그 눈빛인데! 그게 좀 더 살벌하고 싸이코같은 눈빛이요. 딱 그거에요. 마침 얼굴도 똑같음.
근데 자기도 때려놓고서는 애들이 다 쳐다보니까 당황했는지,
갑자기 씨익 웃으면서 "내가 그러게 하지 말라고 했짜나^ㅅ^" 이러는거에요ㅠㅠㅠ 방금전까지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는데ㅠㅠ
그러니까 그 여자애도 자기가 맞아놓고도 앞에 있는 놈이 뭐하는건가 당황스러워 하고 있는데 그 때 마침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오시고. 애들은 웅성거리는 가운데, 그 남자애는 선생님이 눈에 안 들어오는지 앉을 생각도 안 하고 계속 실실 웃다가 갑자기 눈빛이 또 변하는거에요ㅠㅠ 처음에 봤던 살기 가득한 눈빛ㅠㅠ 그러면서 또 "가서 책 주워 오라고!!!!"하면서 소리를 꽥 지르는데.
진짜 생전 처음으로 "아 저걸 미친놈이라고 하는구나..." 느꼈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그 때 반에 있던 애들 전부 무서워했어요. 오싹하다고. 소름끼친다고.
일단 선생님이 말리셔서 각자 자리에 앉았는데, 그 맞은 여자애 자리가 맨 앞이라 저랑 자리가 가까웠거든요. 옆에서 보는데 처음에는 선생님이 말 거니까 괜찮다고 웃다가.. 갑자기 몇 분 후부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ㅠㅠ 선생님도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직감하시고는 마침 상담부 선생님이라서 둘 다 상담부로 부르셨는데...
아무튼 그 일이 5교시에 일어났는데 6교시 하고 종례하고 집에 갈 때까지 우는거에요.
딱 봐도 곱게 자란 애라서 그렇게 맞아본 적도 처음이고 그런 놈도 처음이겠지요; 아무튼 그래서 우리반 옆반 애들 다 몰려와서 그 남자애보고 사과하라고 막 그러는데도. 남자애는 실실 웃기만 하고ㅠㅠㅠㅠㅠ 잠잠해지면 바로 자기 자리에 앉아서 두리번거리고.
아 진짜 무서웠어요. 제가 좀 더 실감나게 글을 못 써서 그런데. 진짜 무서워요.
여태 남자애들 화내는 거 보면 시종일관 소리만 지르는데. 걔는 죽일 것 같이 노려봤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웃다가 또 노려보고.. 진짜 무서웠어요. 무섭다는 말 밖에 안 나오네요.
귀신이고 뭐고 사람이 제일 무섭군요.
아 깜빡하고 그 여자애가 대체 왜 맞았는지 안 적었는데, 그 여자애가 원래 좀 놀기도 하고 또 수업시간에 장난도 많이 치는 앤데. 그 전까지는 항상 뒷자리에 자리를 배정 받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교탁 바로 앞자리에 걸린거에요. 그래서 걔가 그 자리가 너-무 싫다고 막 징징댔는데.
어제는 너무 앉기가 싫어서, 마침 그 남자애가 같은 반이고. 또 평소에도 좀 친하고, 걔 짝꿍도 여자애랑 친한 친구고 하니까. 쉬는 시간에 그 남자애한테 하루만 자리 좀 바꿔달라고 했나봐요. 근데 남자애가 거절을 했고, 여자애가 "바꿔줘라~"이러면서 툭툭 치기도 하고 장난을 좀 쳤대요. 근데 갑자기 그 남자애가 저렇게 된 거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