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도를 한다. 나의 기도는 종교에서 말하는 기도와는 전혀 다르다. 나의 기도는 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지 않길 바라고, 언제나 행복하길 바라고.. 따위의 기도이다. 그러나 나는 아쉽지만 내 기도가 이뤄지질 않을 것을 잘안다. 나의 지인들도 언젠가는 아프고 죽을것이며, 삶은 행복의 연속일 수 없다는 점도 잘안다. 나의 기도는 단지 나 혼자만의 '바램'일 뿐이다. 무미건조해보이지만 사실이다. 이 사실 때문에 지인들이 있을 때 잘하려고 노력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 오히려 이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 미련한것 아닌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로 시작하는 기도를 위시하여 종교인은 끊임없이 기도한다. 단순히 혼자만의 바램이 아니라 어떤 존재가 자신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여 기도하는 바를 이뤄줄것이라 생각한다. 종교단체의 주보나 특정종교계 신문, 잡지에서는 기도로써 치료를 받았다거나, 큰 돈을 벌었다거나 가정이 행복해졌다는 기사가 계속 나온다. 기도로 복락을 바라는 것은 교인들도 반대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교인들은 자신의 영혼이 안락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영혼의 안락 역시 복락의 일종일 뿐 아닌가?
기복주의 신앙에 대한 논쟁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기도라는 것은 '뭔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떤 존재에게 갈망하는 행위라 할 수 있겠다.
정말 기도는 효험이 있을까? 기도가 사람에 대해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 만약 기도가 효험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 장수의 기원이 집중된 사람 중에 150살 넘게 장수한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황의 장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은 수천만 명이며, 목사에 대해서도 수백에서 수십만 명이 기도한다) 또한 진정으로 신을 믿고 기도한 사람들 모두가 치료받거나 다른 형태의 복을 받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도의 효험이 있었다는 사례는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 이상을 넘지 못했다.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신, 모든 것을 다 들어주시는 신, 모든 것을 다 하실 수 있는 신.
이렇게 전지전능한 신에게 기도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기도가 신의 결심을 이끌어내려는 행위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신이 당신의 어려움을 긍휼히 여기지 않는 분이어서 기도하는가? 신이 당신의 믿음과 선행을 모르는 것 같아서 기도하는가? 신이 당신에게 닥칠 고난을 미리 모를 것 같아서 안전을 비는 기도를 하는가? 아니면, 신이 너무 바빠서 당신을 깜빡 잊었을까 봐 목소리 높여 기도하는가?
즉, 당신의 기도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신이 전지전능하지 않거나 게으르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당신이 기도를 하든 말든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그가 미리 정한 예정은 변경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기도를 하는 순간 당신은 신이 세우신 위대한 계획을 변경해 달라고 우기는 불경을 저지르는 것이거나, 신이 게으름 피우고 계신 것 같다고 독촉하는 불경을 저지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