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민석] 탈레반의 한국인 추가 살해 소식이 전해진 31일 우리 군은 내부적으로 들끓었다. 외국의 무장단체가 한국인을 잇따라 살해하고 있는데 한국군이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는 자괴감 때문이다. 군에 대한 평시작전통제권을 가진 김관진 합참의장은 요즘 참모들에게 "(사태 해결에 역할을 할 수 없어) 속이 답답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군 일각에선 한국인 인질 구출 작전은 물론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지역 탈레반 소탕 작전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탈레반이 무고한 한국인을 무참하게 살해한 만큼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즈니주에서 활개치는 탈레반 소탕의 구체적인 작전 계획까지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김장수 국방부 장관도 (군 통수권자의) 지시만 있으면 곧바로 소탕 작전을 벌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성명에서 "정부는 또다시 우리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것을 탈레반에 인식시켜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근 정책(도덕적 호소, 몸값 지급)이 먹히지 않으면 채찍 정책(소탕 작전)을 펼쳐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들은 "한국 군 특전부대가 현지 미군 동맹군의 지원을 받아 소탕 작전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사정에 밝은 아프간 정부군의 협조에다 미군의 정보력과 기동력(헬기와 장갑차), 화력(야포와 공군)의 지원을 받으면 우리 특전부대가 단독으로 소탕 작전을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작전 지역은 가즈니주로 제한된다. 전문가들은 특전사 2개 여단(2000명)과 해병 1개 연대, 보병 및 지원 병력 등으로 구성된 작은 사단급(1만 명 이하)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정규 군이 아니라 게릴라식으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특전요원이 정확한 정보를 갖고 타격을 가하면 승산이 크다는 것이다. 가즈니주 탈레반의 병력 규모는 20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규 군사훈련을 받지 않아 전투력 측면에선 상대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현재 가즈니주에는 미군 대대급 부대가 주둔 중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한국 군은 전 세계에서 각개(개별)전투를 가장 잘하는 군대라고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빨치산.공비 토벌에다 베트남전 참전 경험 등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군 당국은 두 번째 희생자가 나오자 한미연합사를 비롯한 모든 정보 채널을 가동했다. 한미연합사는 탈레반에 억류된 한국인 인질에 관한 정보를 미 합참, 미 국방정보본부, 북미방공사령부(NORAD), 중부사령부, 태평양사령부 등으로부터 제공받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정보 채널로 손꼽힌다. 그중 NORAD는 인질이 억류돼 있는 가즈니주 상공을 비행하는 무인정찰기와 정찰위성에서 보낸 영상 정보를 분석해 탈레반 무장세력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국방부는 아프간 현지에 파견된 한국군 장성(준장급)이 지휘하는 협조단과 다산.동의부대로부터 정보를 보고받는다. 한국군 협조단은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부(CJTF-82)로부터 직접 정보를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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