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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독재자
게시물ID : humordata_11279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의사양반이요
추천 : 10
조회수 : 177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07/19 20:05:16

화가 이하씨가 그린 박근혜의원 포스터
ⓒ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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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주제로 11명을 그린 그림을 미국에서 전시했을 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 문제 삼는지 모르겠어요."

 

'귀여운 독재자' 시리즈 풍자화를 그려 전시하는 화가 '이하'(본명 이병하)씨가 전한 말이다. 이하씨는 지난 6월 28일 부산의 서면, 자갈치 시장, 부산일보, 부산역, 버스정류장 등에 200여 장의 박근혜 포스터를 붙여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박근혜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이 들어있는 독사과를 받쳐 들고 있는 그림이다. 

 

이 포스터에 대해 부산진구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특정 후보자를 풍자한 것으로 선거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이씨가 포스터를 붙인 날 오전에 포스터를 모두 철거했다.

 

이씨는 이후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고, 전두환 전 대통령 포스터 부착은 '경범죄처벌법 1조 13호' 위반으로, 박근혜 후보 포스터 부착은 '공직선거법위반 9조 1항' 위반으로 약식 기소됐다.

 

이하씨는 17일 열린 2012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여수에 왔고, 그의 작품 9개가 예울마루 전시관에 전시돼 있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 그림은 걸리지 못했다.

 

이하씨는 귀여운 독재자 시리즈의 대상 인물로 11명을 선택했는데 오바마, 김정일, 빈 라덴, 후진타오, 푸틴, 무바라크, 버냉키, 카다피, 전두환, 박근혜, 이명박이 그들이다.

 

숙소에서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 중인 이하씨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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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붙이는 행위, 법이 개입하면서 예민해져"

 

충남 아산이 고향인 이하씨는 미국 영주권자다. 현재 텍사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고국에 잠깐씩 들른다. 한국에 오면 서울, 아산, 부산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하다 미국으로 돌아간다. 대학시절 미술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조각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미술 대신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했다.

 

"이유요? 더 재미있었어요. 갤러리에 도대체 몇 분이나 갑니까? 미술 자체가 대중문화가 아닙니다. 소수 인원만 가지 거의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대중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소통이 가능한 수단으로 장르 전환을 했지요."

 

장르 전환 후 훨씬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는 이씨. 그는 또 다시 변화를 시도했다. 2001년 애니메이션 회사를 차려 운영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아 대학 강사(2004)로 변신한다. 당시 그가 만든 대표 작품은 K2를 비롯한 30편의 단편 애니메이션. 여기서도 만족하지 못한 그는 2007년에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미국 뉴욕의 대학원에 응모했으나 낙방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도 활동했다는 이씨를 17일 그가 머무는 숙소인 여수 히든베이호텔에서 만났다. 

 

- 왜 이런 일을 하는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이미지가 진실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 오바마는 독재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포스터를 본 미국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오바마는 신자유주의자로 기업에 모든 권력을 주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중심인 미국을 상징합니다. 미국에서 그림을 걸 때 솔직히 걱정을 했는데 미국사람들은 오바마 사진을 가장 많이 찍어갔어요. 풍자에 대해 예술과 유머로 받아들인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예술보다 법이 우선인 것 같아요."

 

- 박근혜 후보의 포스터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박 후보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부산까지 가서 포스터를 붙인 이유와 그걸 본 시민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사과 그림 속에 박정희의 얼굴이 그려져 있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따져 보자는 의미입니다. 박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의 공만 추켜세우고 과는 털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포스터는 연희동에 붙였고, 박 후보 포스터는 부산에 붙였어요. 포스터 붙이는 걸 본 시민들은 그림이 예쁘니까 박 후보 사무실에서 붙이는 걸로 착각했어요. 하지만 의미를 알고 시비를 건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서 '마음에 안 들면 찢으시죠'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못 찢더라고요. 그것도 퍼포먼스의 일종이니까요."

 

이하씨가 그린 전두환 전 대통령 포스터
ⓒ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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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고, 뜨려고 일부러 저러는 것 아닌가 하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는데?

"저는 사교적이거나 활달한 성격이 아닙니다. 유명해지는 걸 즐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게 그렇게 큰 사회적 이슈가 될 줄은 몰랐어요."

 

-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겁은 안 나는지?

"겁 안 나요. 제가 이기는 게임입니다. 말이 안 됩니다. 공직선거법위반이라고요? 제 그림 어디에 그 분을 찍지 말라고 한 적 있습니까? 상식적인 얘기를 한 게 좌파라면 저한테는 너무 영광스런 얘기입니다."

 

여수 예울마루 전시장에 전시된 이하씨의 '귀여운 독재자' 포스터 전시물. 오른쪽에 이명박 대통령 사진이 보인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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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가 나간 후 "너 절라디언처럼 생겼다. 좌빨이다"는 폭언을 들었다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예술은 세상을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 풍부함이 사회를 발전시킵니다. 그래서 풍부한 세상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는 "보통 하루 지나 포스터를 철거하는데 자진 철거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의 포스터를 전부 수거해 간 경찰을 비꼰 것이다. 자신의 포스터를 예술로만 이해해 달라는 그의 부탁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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