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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세상은 살아갈만 합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228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롤로그
추천 : 19
조회수 : 10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7/03/28 15: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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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서는 나를 붙잡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얘. 오늘 오존주의보랜다. 괜히 싸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오렴."



공기 중에 오존이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호흡기에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되면 오존보의보가 떨어진다면서요.

어쩌다가 마음놓고 밖에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무서운 세상이 되었을까요.



친구와 만나 영화를 보고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기분이 영 께름칙해서

그냥 일찍 집에 들어가려고 친구와 헤어져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었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뿜어대는 매연까지 가세해 정말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저쪽 길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다투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더니

뭔가 부서지는 소리도 나고, 사람들이 몰려가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는게 아니겠어요.



호기심 많은 내가 가만있을 수 없었죠. 얼른 뛰어가서 사람들을 헤치고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서너 명의 단속반 아저씨들이 도넛과 샌드위치를 파는

작은 포장마차를 뒤짚어엎고 있었습니다.



계란이 깨지고, 베지밀 병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도툼하니 맛있어 보이는 도넛들이

아무렇게나 길바닥에 쳐박혀 있었습니다.



한동안은 단속원들에게 사정도 하고 울부짖으며 막무가내로 매달려 보기도하던



포장마차의 주인아저씨는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그저 멍한 표정으로 땅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왜 그때 저는 주위의 모든 것이 갑자기 정지해 버린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까요?



포장마차에 있던 음식물을 차에 싣기 위해 길 한복판으로 옮기는 단속원들의 손길은 여전히 분주했고,

도로에는 변함없이 버스들이 우악스럽게 달려가고 있었는데 말이예요.



마치 끓고 있는 압력솥 안에 서 있는 것처럼 숨이 막혔습니다.

흙 묻은 도넛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베지밀 병들이 오존주의보보다

훨씬 더 사나운 경보를 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하는 짓일텐데 그사람 이제 그만 괴롭혀요."

갑자기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한참을 주저하다 나선 모양이었습니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이 조그만 목소리로 그 아주머니의 말에 동조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에 놀랐는지 단속반 아저씨들의 손길이 좀 멈칫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 50대 아저씨가 뚜벅뚜벅 걸어나오더니 길바닥에 뒹굴던 베지밀 세 병을 주워들었습니다.

그리고 멍하니 서 있던 주인아저씨의 주머니에 지폐 몇 장을 밀어넣고 돌아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마치 그제서야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까 소리쳤던 아주머니가 우유 몇 봉지를 집어들고 주인아저씨에게 돈을 지불했습니다.

이어서 아기를 업은 새댁이 삶은 계란 몇개와 바닥에 떨어지지 않은 도넛 몇 개를 샀습니다.



그 후에는 줄을 지어서 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할아버지는 주인아저씨의 어깨를 한참 두드려 주다 가시기도 했습니다.



저도 우유 한 봉지를 사들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제 마음이 얼마나 상쾌했는지 굳이 말해야 할까요?

얼른 집에 가서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오존주의보보다 더 센 것을 발견했으니 세상은 충분히 싸돌아다닐 만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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