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과 다음날인 17일 청와대 상황실과 해경청 상황실 간의 직통 전화 통화내용이 공개됐다. 세월호 참사 국조 특위 야당측 간사인 김현미 의원실이 공개한 이 통화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는 9시 32분에 먼저 해경청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여객선 조난 신고가 들어왔는지 확인한다.
청와대 | 진도에서 그 여객선 조난 신고 들어왔습니까? |
해경청 | 예 예 지금 저희 지금 현황 파악 중입니다 지금 |
청와대는 현장에 구조인력이 있는지 여부와 승선인원수를 물어본다. 어디서 들었는지 500명이 탔느냐는 질문도 한다.
청와대 | 아 세월 세월호요 500명 탔고요 |
해경청 | 아 480명 정도 되네요 |
청와대 | 480명 |
해경청 | 예 지금까지 파악된 것으로는요 승객 승객 450에 승선원 24명요 |
심각한 상태냐는 청와대의 질문에 해경청은 일단 현장에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대답한다.
청와대 | 예 그러면 심각한 상태는 아닌가요? |
해경청 | 아니 배가 지금 침수되어 기울었다고 하니까 일단 현장에 가봐야 알 것 같네요 |
청와대 | 원인도 모르고요 |
해경청 | 예 |
시간은 10여분이 흘러 9시 43분. 청와대는 아직도 해경에 대대적으로 구조조치를 취하라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인근 상선이 구조중이라는 해경의 말에 상선이 몇 척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청와대 | 상태는 좀 나옵니까 |
해경청 | 지금 현재 우리 경비정하고요 옆에 인근 항해중인 뭐야 여객선이 상선이 구조조정하고 있습니다 |
청와대 | 상선이 구조중인상태인가요 |
해경청 | 예 |
청와대 | 몇 척이나 있지요 |
해경청 | 예 |
청와대 | 상선은 |
해경청 | 아 지금 그 파악 중에 있거든요 지금 해야 되는데 지금 바로 |
9시 51분. 청와대 국가안보실 상황반장(최종필 대령)이 전화통화를 시작한다.
그러나 현장에 해경함정 한 척과 해경 헬기 한 대가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을 뿐 구조작업을 위해 해경을 증파하라거나 해군에 협조요청을 하라는 지시는 내리지 않는다. 다만 청와대에 앉아서 현지 영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려고 한다.
청와대 | 예 수고하십니다 국가안보실 상황반장입니다 |
해경청 | 예 |
청와대 | 예 고생많으십니다 지금 거기 뭐야 구조작업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
해경청 | 그래서 저희 함정하고 헬기가 주변에 도착을 했구요 |
청와대 | 예 몇시에 도착했지요? |
해경청 | 예 9시 한 35분경에 도착한 것 같네요 |
청와대 | 35분경 해경함정 하나오고 해경 헬기 하나 오고 |
해경청 | 해경헬기 두대요 |
청와대 | 헬기 두 대하고 해경함 하나 |
해경청 | 예 |
청와대 | 하나하고 구조작업하고 있습니까? |
해경청 | 예 |
청와대 | 아 그러면 저기 뭐야 배가 어떤 상태인가요? |
해경청 | 배가 지금 해상추락자는 없는 거로 일단 파악은 되고 있고요 |
청와대 | 해상추락자 없고 |
해경청 | 예 지금 해가지고 현재 지금 상황을 파악 중에 있습니다 |
청와대 | 예 파악중 현지영상 있습니까 혹시 나오는가? |
해경청 | 예 |
청와대 | 현지 영상 볼 수 있는 거 있습니까? |
해경청 | 저희 해가지고 지금 |
청와대 | 123인가 |
해경청 | 예 그배는 지금 해가지고 저희들 ENG영상은 없구요 |
청와대 | 예 |
해경청 | 자체 내부 모바일 영상은 있는데 |
청와대 | 예 그 영상 좀 이렇게 잠시 보내줄수 있습니까 |
해경청 | 그게 보내기가 지금 좀 |
청와대 | 예? |
9시 54분. 세월호 침몰 신고가 들어 온 지 이미 한 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청와대는 해경 123정의 규모가 100톤급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다시 인근에 상선같은 게 있냐고 해경청에 묻는다.
해경청은 상선하고 어선들을 총동원시켰다고 보고하면서 지금 구조작업을 하고 있느냐는 청와대의 질문에 해경청은 지금 구조단계는 아니고,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한다. 배가 사실상 전복된 상황인데도 이런 대화가 오고 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고 “아까 전화하니까 상선이 구조작업 중이라고 얘기하더만”이라고 답변하며 다시 마치 인근의 상선들이 구조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처럼 말한다. 이 시간까지도 대대적으로 구조작업에 나서라는 지시는 찾아볼 수 없다. 청와대는 배가 좌현으로 40도 기울어진 상태라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확인만 하고 변동사항 있으면 바로 보고해 달라고만 한다.
청와대 | 현지에 도착한게 |
해경청 | 여기 지금 123정 지금 현재 도착해있습니다 |
청와대 | 123정 몇톤입니까? 규모가 |
해경청 | 이게 100톤급입니다 |
청와대 | 100톤급 하나 |
해경청 | 예 |
청와대 | 그 지금 인근 상선같은게 있습니까? |
해경청 | 상선하고 지금 어선들 총동원시켰습니다 지금 |
청와대 | 아니 지금 구조작업 하고있나요? 지금 |
해경청 | 아 지금 아직 구조단계는 아니구요 지금 지켜보고있는 단계입니다 |
청와대 | 아 아까 전화하니까 상선이 구조작업 중이라고 얘기하더만 |
해경청 | 아니 지금 현장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재 선원들이 지금 뛰어내린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
청와대 | 네네 아 배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
해경청 | 아 좌현 40도 기울어진 상태입니다 |
청와대 | 좌현 40도 |
해경청 | 네 |
청와대 | 변동사항있으면 바로 보고해주십시요 |
다시 20여분이 흘러 10시 22분.
전화 받느라 상황 파악이 오히려 더디고 있다는 해경청에 청와대는 배가 좌측으로 넘어가고 있지 않냐고 물어보고 배가 완전히 기울어지는데 어느 정도 걸릴거 같냐고 질문한다. 이에 대한 해경청의 답변은 “저희들도 모르겠습니다”
청와대 | 이게 아까 10시 3분에 저한테 알려주신거거든요 |
해경청 | 예 그담부터 해가지고 저희들 확인을 해야하는데 전화받느라고 확인을 못하고 있습니다 |
청와대 | 그러면 |
해경청 | 예 |
청와대 | 빨리 인원만 확인해가지고 다시 한번 전화를 주시구요 지금 계속 좌측으로 넘어가고 있잖아요? 어느 정도 걸릴거 같습니까? |
해경청 | 저희들도 모르겠습니다 |
청와대 | 확인이 안되고 그러면 빨리 지금 11분이니까요 12분 13분까지 전화좀 주세요 빨리 확인해서 |
그리고 또 15분 여가 지나 10시 37분. 청와대 상황실과 해경청이 직통 전화통화를 한 지 무려 1시간이 넘어서야 VIP, 즉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왔다.
“첫째 단 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그냥 적어. 그 다음에 여객선내에 철저히 확인해 가지고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해라.자 그 두 가지를 말씀하셨으니까…”
청와대 | 해경청장님 어디계십니까 |
해경청 | 여기 상황 위기관리실 회의실에 계십니다 |
청와대 | 회의실에 계십니까 VIP메시지 전해드릴테니까 |
해경청 | 예 |
청와대 | 빨리전해주세요 |
해경청 | 예 |
청와대 | 첫째 단 한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
해경청 | 예 |
청와대 | 그냥 적어. 그다음에 여객선내에 객실 엔진실 등을 포함해서 철저히 확인해가지고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해라. 자 그 두가지를 말씀하셨으니까, 일단 청장님한테 메모로 넣어드리고 업데이트 추가된거 있어요. 아 왜 자꾸 인원이 틀려 |
해경청 | 아 예. 저희 아까 현장에서 저희 P정에서 123정에서 구조한거를 행정선에서 인계한거를 행정선에서 구조한거로 파악을 했구요. |
청와대 | 그랬구나 |
해경청 | 예 그래가지고 지금 헬기로는 현재 18명을 구조했습니다. |
초기 구조작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파악한 4월 16일 오후 2시 36분. 청와대 상황실은 그러나 물 속에 아직도 있을 생존자에 대한 염려보다 VIP, 즉 대통령에게 잘못된 숫자를 전달했다는 사실과 초기 구조인원 숫자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부를 후폭풍을 걱정한다.
청와대 | 오차가 너무커서 지금. 아까는 190명 구조했을 때 너무 좋아서 VIP께 바로 보고했거든. 진도 행정선하고 누가 통화했습니까? |
해경청 | 목포서 상황실장이 통화를 했다고… |
청와대 | 목포서 상황실장이 진도 행정선하고 통활를 했는데 자기는 그런 통화를 한적이 없다. 그럼 실체가 없는거다 |
해경청 | 중간에서….. |
청와대 | 누가 중간에서 하는과정에서 오해를 한 것 같다 그럼 언론에서 난것도 다 거짓말이네 그죠? 중대본에서 발표한것도 해경청에서 보고받아서 발표했을 것 아닙니까 우리처럼 |
해경청 | 아마 구두 보고로 했을겁니다. |
청와대 | 우리처럼 해경청에서 보고를 받고나서 언론발표를 했을거 아니에요. 368명으로. 거기도 완전 잘못 브리핑 된거네. 이거 여파가 크겠는데. 알겠습니다. 공식166명입니다. |
저녁 8시 34분. 여전히 행정적인 말들만 오고 간다. 심지어 해경청은 “조명탄 해 가지고 수색은 하고 있는데 일단 뭐 어쩌겠어”라고 말한다. 청와대도 선체 주변에 그물을 쳤냐고 물어보면서도 다시 “하긴 주변에 구조 선박들도 많고 하니까”라고 말하는 등 안이한 태도를 보인다.
청와대 | 야간에 우리 잠수부나 해군 잠수부는 들어갈 계획 있습니까? 정조 시간에 |
해경청 | 정조에? |
청와대 | 뭐 12시 49분하고 7시 12분 정조라는데 |
해경청 | 서해청에 확인 해볼게 |
청와대 | 네 그거 확인좀 부탁합니다. |
해경청 | 그리고 지금 현재 조명탄 해가지고 수색은 하고 있는데 일단 뭐 어쩌겠어. |
청와대 | 그 혹시 선체 주변에 그물은 쳤습니까? |
해경청 | 친다고는 했는데 아직 어떻게 된지는 모르겠어. 선체가 워낙 170 140 몇m나 되니까. 그거 칠려고 하면 그물 진짜 큰게 있어야 하는데. |
청와대 | 하긴 주변에 구조선박들도 많고 하니까. |
해경청 | 내가 봐도 주변에 우리함정들 해가지고 70~80척이 좁은데 몰려 있어가지고. 엄청 위험한 상황이니까. |
세월호 국정조사 해경 기관보고에 맞춰 공개된 청와대와 해경청 사이의 직통 전화 내용을 보면 청와대나 해경청이 초기에 사태를 굉장히 안일하게 바라봤다는 것이 드러난다.
해경청은 사고 경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했고 청와대는 상황보고를 받고 1시간이 넘어서야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며 해경에게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인명을 구조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다. 긴급 재난상황에서 청와대의 콘트롤 타워 기능은 찾아볼 수 없었고, 모든 정부부처의 역량을 구조 활동에 집중시킬 수 있는 리더십도 존재하지 않았다. 청와대 상황실은 VIP에게 어떻게 보고할 것인가를 주로 걱정했다. 4월 16일,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정부는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