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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군대 다녀 오셨습니까?│그 여자 장교, 그 남자
게시물ID : humorstory_1352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려라나애리
추천 : 10
조회수 : 53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7/03/29 16:38:24
네이버에서 봤는데 그냥 피식 피식 웃다가 한번 가져와 봅니다. * 이 글은 픽션입니다.

“지방 행사 하나 있다. 냉이 아가씨 선발대회.” “또? 뭐 대학 축제라도 없어요?” “그런 게 어딨어. 이것도 그나마 그 대회 운영 위원 중에 니 옛날 팬이 있어서 그나마 널 추천했대.” “아씨... 매니저가 뭐 스케줄 하나 못 잡아요? 지방 라디오 DJ라도 해서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가기라도 해야죠.” “넌 그룹에서 제일 말 못하는 8번째 멤버였잖아. 누가 너한테 말을 시키는데? 니가 <라디오 스타>냐?” “그럼 신곡이라도 쓰게 가사 잘 쓰는 작사가라도 붙여줘요.” “넌 말 못하고 노래도 못 부르는 8번째 멤버였잖아. 팬들이 사준 키보드도 먼지 쌓일 때까지 한 번도 안 쳐본 게 무슨 작곡이야? 휴 그랜트도 너보단 피아노 잘치더라.” “아 그 8번째 멤버 소리좀 그만 해요. 그래도 그 때는 말 없는 게 컨셉이라고 다 멋있다고 했단 말이에요!” 한 때 인기가요 차트에서 1주 3위를 해보기도 했던 아이돌 그룹 NOB의 8번째 멤버 기석(그룹시절에는 ‘말 없고 신비로운 우수어린 눈망울의 아이’ 코니로 활동)은 자신이 가장 불운한 연예인이라고 믿는다. 다른 멤버들은 솔로로 독립해 MC와 연기자등으로 활동하며 그룹 시절보다 인기를 얻었건만, 그는 악운이 겹쳐 지금은 가끔 있는 지방 행사나 시골 장날 공연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긴, 앨범 내는 날 왠 인디 밴드가 방송 사고를 치고, 처음 조연이라도 맡은 드라마는 주연 배우의 교통사고로 제작이 중단됐다. 그룹 해체되고 새 기획사로 이적할 때는 계약금도 꽤 받았고, 데뷔 때부터 동고동락한 매니저 영주가 같이 좀 끼워달라며 애걸복걸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사장님의 눈칫밥이나 얻어먹고, 기석과는 사무실에서 농담 따먹기나 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기석의 인생을 바꾼 그 사건은 기석이 영주와 냉이 아가씨 선발대회 주최측이 혹시 출연료 대신 냉이 한박스를 주는 것 아니냐며 농담 따먹기를 하던 그 날 시작됐다. “기석이 왔냐.” “예, 사장님 오셨어요?” “어 그래. 오늘은 내가 좀 일이 있어서 너 불렀다. 요즘 스케줄이 하도 없으니까 이런 일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들구나.” “사장님이 힘 좀 써줘요. 그래도 제가 전에는 이 회사 탑이었는데.” “....... 좀 닥치고, 오늘 너한테 할 말이 있다.” “예?” “군대 가라.” “뭔 소리에요? 저 허리 디스크 수술까지 받아서 군대 면제잖아요.” “너, 가라. 군대로. 디스크 문제는 내가 처리했다. 너 지금 신체검사 받으면 현역판정받고 2달 뒤에 군대갈 수 있어” “아 씨 그게 말이 돼요!” “돼. 이대로 있다가는 나이들어서 미사리도 못간다. 군 입대 하면 <연애가 중계>나 <야밤의 TV연예>에서 최소한 취재라도 올 거 아냐.” “그것 때문에 군대 가는게 말이 돼요?” “돼. 최소한 이름이라도 한 번 더 나오잖아. 그리고 군대 다녀와서 성인 이미지로 변신해서 다시 연기 도전하면 기회도 생길 거고. 그 때는 내가 책임지고 캐스팅 알아봐 줄게.” “그래도 그게 말이....” “된다니까. 내가 힘써서 최소한 미니시리즈에서 주인공 친구쯤으로 캐스팅 넣어 볼게.” “.......정말 캐스팅 시켜주는 거죠?”
<야밤의 TV연예>에서는 단신이나마 그를 취재했고, 그는 전국 각지에서 온 10여명의 팬들의 눈물을 뒤로 한 채 훈련소로 들어갔다. 물론, 그 눈물이 조교의 얼차레를 받느라 땅에서 기어다니며 흘리는 눈물로 바뀌는데는 이틀이 걸리지 않았지만. 어쨌건, 그는 그럭저럭 신병 훈련을 무사히 마쳤고, 자대에 배치됐다. 이왕 들어온 거 제대로 군 생활하고 나도 토크쇼 나가서 군생활 얘기 잔뜩 해야지. 홍경민 선배도 제대하고서 ‘홍병장’ 캐릭터 됐잖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자대 내무반으로 들어간 기석. “신고합니다! 이병 정기석은...” “꺄악! 오빠~~~~~~~~~~!!!!!!” “중위님! 여기 군대지 말입니다!” “이럴 때 체통 지키게 생겼어! 오빠! 오빠 오빠 오빠!” “저기... 누구....” “저 기억 안나요? NOB 팬클럽 메두사 1기 회원 지은이에요! 맨날 수업 땡땡이 치고 오빠 숙소로 와서 오빠 기다렸잖아요. 오빠하고 같이 사진도 찍었었는데...” “그, 그래? 그런데 왜 여기에...” “사관학교 들어가서 졸업하고 여기서 소대장 해요. 아무튼 반가와요. 일단 사진부터 좀 찍어요.” 지은은 기석과 실컷 사진을 찍은 뒤에야 내무반을 나갔다. 기석이 나가는 지은을 바라보며 속으로 “훗, 이놈의 인기란....”을 생각하는 순간, “퍽!” 기석의 정수리에 군화 한짝이 날아들었다. “군대 많~~이 좋아졌다. 이등병이 중위한테 말을 까? 니가 사회에서 연예인이면 다야? 난 본적도 없고만. 일단 너 머리좀 박자.” “야 이상병, 가만히 있어.” “내무반장님, 그래도 말입니다...” “정기석?” “이병! 정기석!” “그래. 니가 그 ‘말 없고 신비로운 우수어린 눈망울의 아이’ 코니냐?”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그래. 잘났다. 그런데 인기있는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한줄은 아냐?” “네?” “내 여자친구가 NOB 팬이었거든. 그것도 하필이면 말 없고 신비로운 우수어린 눈망울의 너 팬이었단다. 그래서 맨날 나하고 싸웠어. 나 좀 만나달라고 하면 맨날 시간 없다고 하더니 알고 보니까 너네 숙소앞에 가 있더라고. 너 준다며 나한테도 한 번도 안 만들어준 도시락 들고서.” “...........” “그러니까, 넌 꼬인거야.” 내무 반장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썩소를 지었다. 그 때부터 기석은 오인용의 플래쉬 ‘연예인 지옥’보다 더한 지옥을 경험했다. 그는 매일 밤 점호 뒤 내무반장이 잠들기 전까지 당시 NOB가 단 한 번도 가요차트 1등을 하지 못하게 했던 HOT, 신화, 젝스키스 등 당대의 아이돌 그룹의 춤과 노래는 물론, 내무 반장이 지시하는 모든 드라마의 재연 연기까지 해야 했으며, 식사 후 20분 간 앉지도 못한 채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털어놔야 했다. 내무 반장이 전역한 뒤에도 기석은 첫날부터 모든 고참들에게 찍힌 탓에 기석의 군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줄을 잘못 서서 근 1년간 내무반 막내로 지냈으니, 그는 일반병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안좋은 상황만 골라서 겪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 고통은 소대장 지은이 주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지은은 아침부터 일과 시간이 끝날 때까지 만사 제쳐두고 그를 따라다니며 디지털 캠코더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찍었다. 특히 배식하고 남은 햄버거 패티를 몰래 가져와서 화장실에서 꾸역꾸역 먹던 것을 기어이 찾아내 찍은 것과, 고참들의 강요로 인해 작업 도중 먼지묻은 주황색 추리닝을 입은 채 자신보다 한참 후배인 슈퍼쥬니어 T의 ‘로꾸거’를 부르는 모습을 웃으며 찍은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쟤 내 팬 맞아? “이 개나리 십장생같은 사장! 나가면 ****를 ****해서 ****해버릴 거야!” ‘말 없고 신비로운 우수어린 눈망울의 아이’ 코니는 그렇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전역일. “이 놈의 사장탱이! 가만 안둬!” “정기석이다!” “어디, 어디?” “꺄악~ 완전소중 정기석! 군기만점 정병장!” “정기석씨, 소감이 어때요? 한 말씀만 해주세요!”

대체 어떻게 된거지? 이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그는 사장이 미리 마련해 놓은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 수도 없어 어버버 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기석이 원래 말이 없는 게 매력이라며 한껏 치켜세웠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NOB가 재평가 되기라도 한건가? “사장님, 어떻게 된 거에요?” “그게.... 사실은 저 분 덕이야.” 사장이 가리키는 곳에는 지은이 있었다. “...............지은, 아, 아니 소대장님?” “그래요, 나에요.” “대체 뭐죠? 뭐가 어떻게 된 거에요?” “사실 나는 그 곳의 소대장이 아니었어요.” “그럼?” “국군TV PD였죠. 정확하게 말하면 오빠의 팬인 국군TV PD겠지만.” “그게 무슨 말이죠?” “오빠가 NOB시절 이후로 그 신비롭고 우수어린 눈망울을 잃어가는 것이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오빠를 재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죠.” “그래서?” “오빠를 주인공으로 한 리얼리티 쇼 를 생각했죠. 사장님에게 오빠의 군입대를 권유한 것도 저였구요. 내무반에는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고, 밖에서는 제가 캠코더를 들고 따라다니면서 찍었죠.” “......................으으...........너... 너.... ****를 **** 해버릴 거야!” “기석아, 진정해. 지은씨 때문에 니가 산거야. 지금 너 인기가 얼마나 좋은 줄 알아? 너 괴롭혔던 내무반장은 그것 때문에 악역 전문 배우로 성공했다니까. 아직도 토크쇼에 출연하면 너하고 있었던 일만 얘기해.” “그래요. 저도 이 쇼가 이렇게 인기있을 줄은 몰랐어요. 이 쇼가 방송될 때는 국군 TV 시청률이 <주몽> 다음이었대요. 특히 기석씨가 연예인 스캔들을 말할 때마다 여의도가 들썩거렸구요. 방송중단하라는 압력 막느라 국방부가 고생 좀 했어요.” “....... 끝까지 1등은 못했군.” “하지만 NOB 출신 중에는 인기 순위 1위일걸요?”
어, 저 여자? 그 순간, 기석은 지은의 모든 것이 용서되기 시작했다. 그래, 저 방정맞은 여자야말로 내 앞날을 나보다 더 진지하게 걱정한 건지도 몰라. “그래, 그래 다 좋아. 어쨌건 난 제대했으니까. 이제 나 드라마 주연 할 수 있는거죠?” “아, 물론. 그런데 말야 기석아.....” “왜요?” “저기, 너 이거 시즌 2 찍어야겠다.” “네?” “저기, 다른 기획사에서도 비슷한 기획을 가지고 국군 TV하고 접촉중이라는데 말야. 국군 TV에서는 아무래도 너가 있어야 쇼가 경쟁력이 있을 거 같대. 그래서 쇼가 자리잡힐 때까지 너가 걔들하고 같이 좀 했으면 좋겠다는데... 출연료도 이번엔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 기준으로 주겠대.” “무슨 그런 농담을. 전 제대 했어요. 하고 싶어도 못하잖아요.” “말뚝 박으면 돼.” “아 그게 말이 돼요!” “돼. 넌 이 쇼의 캐릭터로 뜬 거니까. 이거 하면서 다른 활동도 하면 되잖아.” “아 그래도...” “된다니까. 나만 믿어. 시즌 2 지나면 너 해외 진출도 내가 알아 볼게” “.......좋아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뭔데?” “하나는 지은씨가 계속 연출을 해야 한다는 거고.” “그거야 당연하죠. 다른 하나는요?” “걔들 전부 내 밑으로 들어오게 해주세요.” 기석은 씨익 웃었다. 내무반장의 그 때 그 ‘썩소’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글) 강명석 ( 기획위원) (일러스트레이션) 허현경 저작권자 ⓒ 매거진t.(www.magazinet.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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