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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니까 슬프다.
게시물ID : gomin_3195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장난감가게
추천 : 3
조회수 : 22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4/20 22:12:08
대학교 1학년엔 운이 좋았다. 이미 4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지만
그때는 사랑을 첫눈에 알아봤다.

정말 많은 신입생 사이에서 오직 한 여자만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눈에 띄는 여자'정도로 인식했던 그 여자를
두번이고 세번이고 넓은 캠퍼스에서 계속 마주쳤다.
'눈에 띄는 여자'는 이제 '이름을 알고싶은 여자'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멀리서 혼자 그녀를 바라봤다.

OT며 MT며 각종 과행사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아
혼자 걷고, 혼자 밥먹고, 혼자 공부했던 그때.
주변의 수많은 남자들이 그애를 둘러싸고 있으면
때때로 욕심 때문인지 불안감과 질투심이 나기도 했다.

어찌됐든 그렇게 봄이 느즈막이 끝날 무렵, 나에게 기회가왔다.
뒤늦게 인사를 트게 된 친구가 술자리에 초대를 해준 것이다.
한동안 친구가 없어 외로웠던 나에게 친구라는 희망이 보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다른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주변인들과 한묶음으로 가장 묻고싶었던
한마디를 던졌다. "다들 이름이 어떻게 되?"

그녀의 이름을 들었다. 외울 필요도 없었다.
이미 알고있던 이름처럼 그 이름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나는 티낼 수 없었다. 모두와 즐거운척 놀았다.

모든 술자리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잡아탔다.
결국 나는 혼자 집에가는 처량맞은 신세구나.. 한숨쉬면서 카드를 찍고
뒷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였다.

그녀는 먼저 모임에서 나와 윗정거장에서, 나는 나중에 아랫정거장에서 탔다.
그렇게 그녀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그 1시간의 하교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그리고 앞으로 자주 같이 하교하자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즐거웠다.

조심스럽게 같이 가자 청하는 나에게 금방 마치고 갈테니 기다려 달라는 그여자.
그여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난 뭐든 했다. 나는 그녀가 웃는게 보고싶었다.
봄이 그 끝자락을 알리는동안 우리는 밤길을 걷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순간

그녀는 내 어깨에 기댔고, 나는 벅찼다.
나에게 팔짱을 꼈고, 나는 손을 잡았다.
그렇게 20살 청춘 벚꽃같은 사랑이 시작됐다.

짧았지만 강렬했다.

우리는 서로 첫눈에 반했고,
서로 순수했고,
또 모든 조건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부족했고,
또 내가 너무 못났었고,
또 너무 어렸다.

그녀를 떠나보냈고

25살 5년이 다되가는 이 세월동안 나는 후회한다.
살아있는 그녀가 아니라,
기념상 처럼 세워진 마음속에 그녀에게

난 또 빌고, 빈다.
미안하다고, 잘지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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