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을 보고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을 느끼신 분들도 계실거고, 분명 그 분들의 감정에 대해서는 존중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명량에 그려진 이순신 장군은 독불장군, 그 이상의 모습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전체적으로 불통의 모습이 강합니다. 휘하의 장수들이나 백성들에게 희망이나 가야할 길을 일러주기보다 갑자기 집을 태우고 휘하 장수에게 시해 위협까지 받는(...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무리수 중 무리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모습을 보여주는데, 물론 절망적이고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을 보여주려 했던 건 알겠으나 어거지로 절망적인 상황을 만들려는 느낌이 강합니다. 긴박하고 어려운 상황을 겨우 이런 장치로밖에 보여줄 수 없었는지 의문입니다.
두번째로 싸움에 전술이 없습니다. 그냥 나가서 싸우다보니 이겼다. 적선이 330척이나 되서 어려울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대장선 한 척 가지고 이겼다. 하늘이 도왔다. 이게 끝입니다. 실제 이순신 장군은 피란선을 뒤에 세워 허장성세를 펼치고 함포 사격과 판옥선의 구조, 울돌목의 지형 등을 활용하여 전술적으로 패했어야 마땅할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는데, 영화대로면 그냥 원래 이겼을 싸움입니다. 조선 수군은 최정예이고 승병들은 일당백, 이순신 장군까지도 소드마스터. 그렇다보니 싸움에 긴장감이 없습니다. 어차피 잘 싸워서 아무리 달려들어도 이길 거 아니까.
실제 사건을 영화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도 이해하고, 영화적 장치로서 때로는 사실에 변형이 있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그렇게 좋지 않을 것임에도 그런 장치를 활용해야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그 부분이 감독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고, 전 그 부분에서 실망했기에 명량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